'비공개 서신' 공개한 엘리엇 "투명성 위한 결정"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에 보낸 비공개 서신을 7일 공개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엘리엇 측이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에 비공개 서신을 보내 주주 가치 제고와 그룹 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핵심 계열사를 합병하라고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업계 안팎에서 "(엘리엇이) 주주 역할 범주에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 측은 비공개 서신 배경과 관련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이사진에게 지난 8월 14일 비공개로 서신을 보냈다"며 "해당 서신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언론 등에 부분적으로 유출된 만큼 투명성을 위해 전체 서신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순환출자고리 해소 및 기업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룹 차원의 개편안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주주와 애널리스트, 의결권 자문사 등 다수 시장참여자들이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하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기존의 개편안 철회를 결정하고, 향후 구조개편 방안과 관련해 '적극적이고 겸허한 자세로 주주 및 시장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을 약속했지만, 엘리엇은 어떠한 생산적 논의도 진행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서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다. 합병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서 서게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기업구조개편과 자본관리 최적화 및 주주환원 향상,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및 전문성 향상 방안 모색 등을 근거로 기업개편 검토 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엘리엇 측의 요구와 관련해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주주의 역할을 넘어선 제안일 뿐만 아니라 엘리엇 측이 제시한 합병안 자체가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제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제안한 새 개편안은 공정위가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근거로 제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와 무관하다"며 "통상적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비즈니스 레터를 언론에 공개한 것 역시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며 그룹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엘리엇의 요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와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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