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약한' KB금융·'손보사 없는' 신한금융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금융지주사의 인수·합병 전략이 1위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게서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은 KB금융지주도 증권사·손해보험사 인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번에는 신한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합병으로 보험 계열사를 보강하고 나서며 '리딩 금융지주'를 두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현재 ING생명은 생명보험사 중에서 자산순위 6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신한금융은 업계 8위 신한생명과 ING생명을 각각 자회사로 두거나, 두 회사를 합병해 업계 5위 수준의 대형 생보사를 꾸릴 수 있다.
더욱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내줬던 ‘리딩 금융’ 자리를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의 자산 규모는 상반기 기준으로 31조 원으로 신한금융과 KB금융과의 자산규모 격차를 크게 웃돈다. 현재 신한금융 그룹 전체 자산규모는 453조2819억 원으로 KB금융과의 격차가 약 10조 원 정도다. 이를 고려할 때 인수 이후 신한금융은 KB금융의 자산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KB금융의 '1위 탈환'을 떠오르게 한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고, 2016년에는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힘입어 KB금융은 지난해 순익 3조 클럽에 입성한 데 이어 9년 만에 신한금융에게서 리딩 금융지주 자리를 빼앗아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KB금융은 보험사 덕을 톡톡히 봤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188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KB금융의 '리딩 금융' 사수에 힘을 보탰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가져가는 것이 거의 확정되자 KB금융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 KB금융은 생명보험사가 약점으로 꼽히는 탓이다. KB생명은 올해 상반기 108억 원의 순익을 내는 데 그치며 존재감이 미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KB금융도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에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리딩 금융지주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생명보험사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 현재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생명보험사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두 생명보험사는 중국 금융당국이 나서서 해외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 자산은 약 31조 원이고, ABL생명 자산은 18조 원이다. 두 보험사 모두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KB금융이 관심을 가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인수합병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 다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업계에서 좋은 매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특정 회사만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수합병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당장 연내에 계열사 인수를 진행하거나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또한 ING생명 인수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에는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다. 경쟁사 KB금융이 대형 손보사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만약 KB금융이 생보사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손보사가 없는 신한금융은 다시 한번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손보사 인수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해보험을 사들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직접 나서서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 측은 아직 생보사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보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ING생명 인수도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손보사 인수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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