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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홈플러스, 불합리한 계약 앞세운 '갑질'로 임대차 갈등 격화

  • 경제 | 2018-08-16 05:03

홈플러스의 불합리한 임대차 계약을 둘러싸고 '홈플러스(갑)-프랜차이즈 본사(을)-점주(병)'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더팩트 DB
홈플러스의 불합리한 임대차 계약을 둘러싸고 '홈플러스(갑)-프랜차이즈 본사(을)-점주(병)'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더팩트 DB

홈플러스, 임대차 갈등으로 중소업체와 분쟁…영세 점주들 생존권 위협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홈플러스가 불합리한 임대차계약을 악용해 테넌트(임차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는 최근 자사 전국 점포에서 42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스팀세차 프랜차이즈업체(협력업체) A사 가맹점 21곳에 대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상 계약 기간 5년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 및 매장 철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A사는 홈플러스 임대갑(임대료 매장) 계약서에도 없는 '5년 계약종료'로 인한 매장 철수 요구는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A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상임법상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인 5년이 됐다며 퇴점을 요구하는데 계약서에는 '최초 계약 시작일로부터 5년이 되면 계약 종료'라는 내용이 담긴 조항이 없다. 입점 당시에도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와 프랜차이즈 본사, 실제 영업을 하는 가맹점주 3자가 '갑-을-병'으로 얽힌 계약구조 상 당장 매장을 철수하게 되면 본사와 점주, 직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갑'인 홈플러스는 '을'인 프랜차이즈 본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병'인 개별 점주는 홈플러스 매장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주체지만, 법률상으로는 홈플러스와 관련이 없다. 개별 점주들은 홈플러스가 아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 또는 용역위탁계약 관계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수많은 개별 점주를 직접 관리할 때 생기는 어려움과 각종 분쟁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실상 이 업체들을 임대매장 관리업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주들은 대형마트들의 부당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해도 법적 대항력이 없어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홈플러스 점포에서 영업 중인 일부 점주는 홈플러스 측의 요구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매장 인테리어를 정비했지만, 계약 갱신을 거부당해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이뿐 아니라 홈플러스는 내용증명을 통해 이제까지 점주들 비용으로 설치했던 모든 시설물을 철수하고 행정관청에 인허가 변경과 폐업신고 등을 통해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주들의 매장 철수 과정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인 프랜차이즈 본사와 영세임차인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 홈플러스, 임대차 계약 '갑질'로 중소업체와 분쟁

홈플러스는 임대차계약 문제와 관련해 올해 3월 말부터 자사 점포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본사 A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A사는 홈플러스 측에 계약 기간이 만료된 가맹점들에 대한 재계약(계약 기간 갱신)을 요구해왔다. 자사와 가맹계약 관계인 개별 점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A사가 지난 3월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에 홈플러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분쟁 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해당 건은 현재 '분쟁조정 협의체'에 이관돼 심의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가 점주들에게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불합리한 임대차계약을 악용해 점주들에 각종 비용부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점주들 비용으로 시행한 홈플러스 주차장 내 세차장 신규 입점 공사 전(前)과 후(後). /A사 제공
홈플러스가 점주들에게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불합리한 임대차계약을 악용해 점주들에 각종 비용부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점주들 비용으로 시행한 홈플러스 주차장 내 세차장 신규 입점 공사 전(前)과 후(後). /A사 제공

A사는 홈플러스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불합리한 임대차계약을 악용해 점주들에 각종 비용부담을 떠넘기는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차장은 주차장에 매장을 열어야 하는 특성상 신규 점포를 개설하려면 법적 임대요건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존 주차시설에서 판매시설로 사용하기 위한 전환 작업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교통영향평가 변경신고+용도변경+기반시설+구축물 설치 등의 임대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때 드는 제반 비용은 약 1000~15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점주들은 기반시설 공사 기간에는 영업을 하지 못해 사실상 임대 기간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어느 정도 제반 시설을 갖추고 난 뒤 입점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주차장에서 세차장으로의 용도 변경을 위한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끝낸 뒤 판매시설로 전환한 상태에서 세차장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홈플러스는 모든 제반비용을 개별 점주들이 부담하도록 한다.

또한 홈플러스는 세차장 업체에 대해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반시설 구축 비용은 모두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실제 <더팩트>가 다른 대형마트 내 동일업종(세차장) 매장 관리비 내역을 볼 수 있는 명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타사는 간접비가 아예 없거나 간접비 중 공동 전기료‧상하수도료 등은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

세차장은 주차장이라는 입지 여건 때문에 공동 전기와 수도뿐 아니라 매장 시설과 냉난방 혜택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점주들 전언이다. 매장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세차장 업체에 간접비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취재진이 부과 기준과 근거에 대해 질문했으나 홈플러스 측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홈플러스는 세차장인 A사 가맹점에 대해 공동전기료‧공동상하수도료‧시설유지비 등 7~8개 항목의 간접비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 L 마트는 세차장 점포에 부과하는 간접비가 없었고 E 마트는 간접비 중 공동전기료‧공동상하수도료 등은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 영세점주들, 홈플러스 계약 갱신 거부 '모르쇠'로 생계 막막

홈플러스는 또 기존 점포들에 대해 비용이 발생하는 환경개선공사를 요구하며 해당 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A사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7년 이후 영업 중인 17개 점포에 대해 인테리어 개선 등 매장 환경 업그레이드를 요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해당 점주들은 약 3000~4000만 원을 들여 대규모 환경개선공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이 계약 갱신을 해주지 않고 보상 문제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팩트'가 다른 대형마트 내 동일업종(세차장) 매장 관리비 명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타사는 간접비 부과가 아예 없거나 간접비 중 공동전기료‧상하수도료 등은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오른쪽)와 타 대형마트 세차장 업체 관리비 내역서 비교. /독자 제공
'더팩트'가 다른 대형마트 내 동일업종(세차장) 매장 관리비 명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타사는 간접비 부과가 아예 없거나 간접비 중 공동전기료‧상하수도료 등은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오른쪽)와 타 대형마트 세차장 업체 관리비 내역서 비교. /독자 제공

점주들은 "홈플러스의 지시에 따라 큰 비용을 들여 환경개선공사를 한지 1~3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제 와서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나가라고 한다"며 "초기에는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단골 형성 등 매장 영업권을 조성해놓았는데 아무런 보상 없이 21개 매장 점주들을 퇴출하고 시설을 철거하라는 것은 영세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서 대규모 환경개선공사를 지시해 일방적으로 점주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했으므로 이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불공정한 거래행위"라며 "특별한 사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용증명을 통한 퇴점을 통보하는 것은 중소기업인 당사와 영세임차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공정 거래화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제16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가 계약 기간에 납품업자 등의 매장 위치‧면적‧시설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납품업자 등에게 일정한 금액 이상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계약 만료된 매장에 대해 퇴점을 통보하는 내용증명만 발송할 뿐 구체적인 보상 절차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A사가 이 같은 불합리한 계약에 대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홈플러스와 거래를 유지해야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에서 영업 중인 다른 가맹점주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사 손해를 감수하면서 점주들의 손해를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방적인 퇴출 통보는 협력사,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상생경영 정책에도 위배되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 경실련 "상임법 개정 통한 임대차 기간 10년 보장이 해법"

홈플러스의 계약 갱신 거부에 대해 업계는 점포 교체를 통한 높은 수준의 임대료 인상이 주목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임대료 인상 상한선이 기존 9%에서 올해 1월 5%로 낮아졌다. 현재의 월임대료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구조에서는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기가 어렵다. 한 마디로 브랜드 교체를 통한 편법적인 임대료 인상으로 궁극적인 수익 향상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계약 갱신 거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A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일괄적으로 재계약을 요청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A사의 (계약 연장) 제안을 수용하면 당사에 입점하고자 하는 다른 임차인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사가 주장하는 제반 시설 구축, 환경개선공사 등 투자 비용 발생에 관해 홈플러스 측은 "견적서 등 객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면 보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A사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자료만 제출했고 그 역시 객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A사와 분쟁 조정은 현재 의견 차이가 있어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조정원의 요청 등에 성실하게 회사 입장을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임대차 갈등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제도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계약 갱신요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건물주는 10년 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윤철환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홈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초기 투자 비용을 최대한 회수하려면 5년은 너무 짧기 때문에 더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10년은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8월 임시국회에서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 연장이 핵심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순위로 통과돼야 한다. 또 기존 계약자도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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