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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이색 계열사③] CJ그룹 'CJ 4D플렉스', 세계1위 4DX 자부심

  • 경제 | 2018-08-06 08:08

CJ그룹 계열사 CJ 4D플렉스는 세계 최초로 장편 영화를 상영하는 '특별관'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5일 4DX 시설이 갖춰진 마련된 판교CGV 모션체어에서 상하좌우, 앞뒤로 움직이는 모션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판교=고은결 기자
CJ그룹 계열사 CJ 4D플렉스는 세계 최초로 장편 영화를 상영하는 '특별관'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5일 4DX 시설이 갖춰진 마련된 판교CGV 모션체어에서 상하좌우, 앞뒤로 움직이는 모션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판교=고은결 기자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편이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CJ 4D플렉스 본사 내 시사실 모습. 다양한 모션체어 모델들이 체험용으로 갖춰져 있다.

눈으로 보는 영화에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영화…새로운 문화 일궈내

[더팩트|고은결 기자] 요즘처럼 지독한 무더위 속 최고의 피서지인 영화관이 변신 중이다. 관객들은 더 이상 얌전히 앉아 스크린만 쳐다보지 않는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도심을 역주행하고 아찔한 헬기 추격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 새 극장가(街)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4DX' 이야기다. 아무리 냉소적인 관객이라도 요동치는 모션체어 위에서는 놀이기구를 탄 어린이처럼 영화 속 장면에 빠져들게 된다.

'4DX'는 CJ그룹의 CJ 4DPLEX가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4D 영화 상영시스템의 브랜드 명칭이다. CJ 4DPLEX는 모션체어 및 환경효과로 대표되는 4D 실감형 영화인 4DX로 전세계 59개국 548개 상영관을 보유한 전세계 1위 4D 영화 사업자(좌석 수 기준)다. 4DX는 4D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영화 상영 시스템이라는 의미이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해외 테마파크에서 10~20분 가량의 짧은 입체영화 영상을 4D로 상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반 상업영화 전체를 4D로 제작해 상영한 것은 4DX가 처음이다.

CJ그룹에서 영화관 사업을 담당하는 CJ CGV는 특별관인 4DX의 장래가 밝다고 전망해 지난 2010년 자회사 CJ 4D플렉스를 설립했다. 임직원은 총 350여 명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하다. 식품과 유통, 문화산업 등이 대표 동력인 CJ그룹에서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현재 CJ 4D플렉스의 최대주주는 약 90%의 지분율을 가진 CJ CGV다. 이재현 회장 또한 약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를 두고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에서 이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것이다. 4D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CJ CGV 자회사 CJ 4D플렉스는 특별관 4DX에서 즐길 수 있는 4D 콘텐츠 제작사다. /고은결 기자
CJ CGV 자회사 CJ 4D플렉스는 특별관 4DX에서 즐길 수 있는 4D 콘텐츠 제작사다. /고은결 기자

◆"같은 영화 수 백 번 돌려 본 이유…존재하지 않는 경험을 선사"

"우주로 뻗어나가거나 용(龍)의 등 위에 올라타 하늘을 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CJ 4D플렉스 본사에서 만난 CJ 4D플렉스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4DX는 영화의 흐름과 감정선을 고려한 섬세한 4D 프로그래밍 작업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DX 콘텐츠는 '영화 수급', '에디팅 기획', '에디팅', '4DX 코드배포' 등 총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4D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정하고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 환경 효과를 입힐지 결정해 4DX 장비에 기술을 입히는 과정을 '에디팅'이라고 한다.

에디팅 후에는 여러 차례 테스트 과정도 진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한 장면마다 한 땀 한 땀 효과를 입히는 식으로 작업한다"면서 "이러한 작업을 할 때 같은 영화를 백 번 이상 보기 때문에 생소한 언어의 외국 영화도 대사를 외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500편 이상 작업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여 점점 더 정교하게 작업하게 된다"면서 "이러한 작업을 하는 에디터들은 약 30명 정도"라고 귀띔했다.

4DX 내 모션체어(Motion chair)는 말 그대로 상하좌우, 앞뒤로 움직이는 모션 효과를 제공한다. 이러한 모션체어에 특수 환경 장비가 결합돼 영화 장면을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바람이 불며 물이 튀는가 하면 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기자가 5일 오후 4DX 시설이 마련된 판교CGV에서 4DX 영화를 실제 관람해보니 허공을 가르며 느끼는 시원한 바람, 아찔한 절벽을 내달리는 듯 마구 흔들리는 진동이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의자에 앉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싣고' 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 예고 없는 물 분사 등은 테마파크 못지않은 유쾌함으로 다가온다.

4DX의 관람료는 기본 좌석보다 2배 가량 비싸다. 기본 관람료는 요일 등에 따라 1만~1만1000원이지만 특별관인 4DX의 관람료는 1만6000~2만2000원이다.

CJ 4D플렉스는 향후 극장 사업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관련 사업 확대도 활발하게 전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 산업박람회 '2018 시네마콘'에서 관객들이 4DX VR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CJ 4D플렉스 제공
CJ 4D플렉스는 향후 극장 사업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관련 사업 확대도 활발하게 전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 산업박람회 '2018 시네마콘'에서 관객들이 4DX VR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CJ 4D플렉스 제공

◆기술력으로 바꾼 영화 산업 패러다임…'끊임 없는 진화'가 답

"영화관 미래를 알려면 한국 극장을 가봐라!"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영화산업박람회 '시네마콘(CinemaCon)' 에서 '슈렉', '쿵푸팬더'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한 말이다. 영화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는 "4DX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영화 포맷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싶었다"며 4DX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4DX는 영화를 시각적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 장면 속 각종 모션과 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며 전 세계 마니아층을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TV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대신 극장을 계속 찾도록 일조하며 영화관 산업의 새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은 필수다. 4DX는 현재 21종의 모션 효과와 환경 효과를 구현한다. 지난해에는 폭풍우 효과와 열풍 효과 등을 추가했다. CJ 4D플렉스 관계자는 "관객들의 피드백을 참고해 모션체어의 모션과 환경 효과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면서 "기존 4DX 효과와 스크린X를 결합한 융합관을 지난해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CJ 4D플렉스는 4DX 상영관에서 가상현실(VR) 동영상을 4DX 효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4DX VR 시네마도 시험하는 중이다. CJ 4D플렉스 관계자는 "오직 극장 산업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한 다양한 융합으로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CJ 4D플렉스 사내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점에 서 있는 영화 시장 트렌드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높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화 사업은 한국을 이끌어갈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해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문화 경영철학이 잘 반영된 곳이 CJ 4D플렉스다.

지난 2009년 CGV상암에서 처음 론칭한 4DX는 현재 59개국에서 85개 극장 사업자와 협력해 548개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국내의 4DX 상영관은 CGV 강변, 광주터미널, 김해, 대구, 대구스타디움, 대전, 대전터미널, 동수원, 부천, 상봉, 상암, 서면, 센텀시티, 송파, 수원, 신촌아트레온, 안산, 여의도, 영등포, 왕십리, 용산아이파크몰, 울산삼산, 인천, 일산, 전주고사, 죽전, 창원, 천안펜타포트, 청담씨네시티, 판교 등 33곳이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CJ 4D플렉스 본사 내 시사실 모습. 다양한 모션체어 모델들이 체험용으로 갖춰져 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CJ 4D플렉스 본사 내 시사실 모습. 다양한 모션체어 모델들이 체험용으로 갖춰져 있다.

◆위기를 기회로…영화관서 확인한 '월드 베스트' DNA

CJ그룹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CJ 4D플렉스는 기술력을 통한 거침 없는 글로벌 행보를 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발전으로 다양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OTT)가 활성화돼 영화관은 새로운 경쟁자들을 만나게 됐다. 이 때문에 관람객 수의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 듯 성장세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CJ 4D플렉스는 4DX라는 새 동력 발굴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전체 4DX 중 약 94%가 해외에 있다. 지난해에는 매월 평균 10개 이상의 4DX관을 외국에서 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을 하기까지 걸어온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4DX 사업은 장비 제조 및 설치부터 해외 상영관 확보를 위한 영업활동, 콘텐츠 확보, 4DX 영화 포맷팅 등을 모두 함께 진행해야 하는 사업 구조다.

새로운 사업인 만큼 경험치가 없어 시행착오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4DX 영화를 확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를 돌며 설득했지만 4DX 상영관이 충분치 않아 좋은 영화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는 '자체 공장' 증설이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꾀했다. 해외 극장에 4DX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투자비가 낮으면서도 뛰어난 품질의 제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수진을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도 사활을 걸었다. 우선 장벽이 비교적 낮은 아시아와 동유럽 등 지역에 먼저 진출했다.

2014년에는 '리갈시네마 LA 라이브 스타디움 14'에 미국 최초의 4DX 관을 오픈하며 주요 시장인 북미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략적인 진출로 흥행을 이끌고 배급사 신뢰를 얻어 성장일로를 걸었다. 구체적으로 2015년 중국 1위 극장 완다, 2016년 영국 2위 극장 ' 씨네월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해 그해 회사 사업이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1위 극장 리갈 등과 손을 잡았다. 올해에는 세계 최대 영화산업 전시회인 시네마콘과 시네유럽에서 씨네월드와 4DX, 스크린X의 확대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스위스 아레나 시네마와 협약을 맺고 스크린X 3개를 설치했다. CJ 4D플렉스의 실적은 진출 국가와 스크린 수 확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9% 늘어난 218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4DX 티켓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총 2000만 장이 판매됐다. 올해는 2500만 장이 팔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도훈 CJ 4D플렉스 과장은 "여전히 4DX가 진출할 수 있는 나라는 많다"면서 "4DX 팬덤문화도 형성된 가운데 VR 콘텐츠 등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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