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제, 전용 스마트폰 출시 후 본격 논의 전망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근 통신 요금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를 받아들인 이동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번 요금제 개편은 한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 그다음 사업자가 더 나은 요금제를 내놓기 위해 애쓰는 경쟁 양상을 띤다. 고객 입장에서는 반갑다.
올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새롭게 출시된 요금제는 10여 종이 넘는다. 기존보다 간소화됐지만, 아직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관심사는 가격의 변동 여부다. 어떤 요금제를 썼을 때 가장 많은 요금을 아낄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나아가 5G 요금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내년 3월 문을 여는 5G 시대 때 어떤 요금제를 사용하게 될까.
◆ 신규 요금제, 데이터 혜택 늘리는 방향으로
2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SK텔레콤이 출시한 신규 요금제 'T플랜'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이후 하루 4만 명 이상이 꾸준히 가입하며 24일 기준으로 가입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신규가입·기기변경이 아니라 요금제만 따져보고 변경한 고객의 비중이 75%에 달했다. 앞서 KT도 지난 5월 30일 신규 요금제 '데이터온(ON)'을 출시하고 한 달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알렸다.
무엇이 좋기에 고객의 마음이 움직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의 변화는 크지 않다. 월 5만 원 내던 것이 3만 원으로 줄어들진 않았다는 말이다. 다만 비슷한 가격대 혜택이 대폭 확대됐다. 핵심은 데이터 제공량의 증가다.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이전보다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SK텔레콤의 'T플랜'을 살펴보자. 데이터 제공량과 가격을 놓고 나누면 ▲1.2GB 3만3000원(스몰) ▲4GB 5만 원(미디엄) ▲100GB 6만9000원(라지) ▲150GB 7만9000원(패밀리) ▲완전 무제한 10만 원(인피니티) 등으로 구성된다. 3만9600원에 1.2GB, 5만1700원에 3.5GB, 6만5890원에 11GB 등을 제공하던 기존 밴드 요금제 대비 혜택이 강화됐다.
특히 패밀리(월 20GB 공유)와 인피니티(월 40GB 공유)는 가족에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가족 1명만 패밀리에 가입하고 다른 가족이 스몰 요금제를 사용하면 효율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전보다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서류 제출 등 까다로운 절차 없이 문자메시지로 가족임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고객의 선택이다. 데이터 혜택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을 느끼고 싶다면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효과는 증명되고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규 요금제 5종 가운데 스몰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약 50%로 크게 늘었다"며 "이는 기존 3만2890원 밴드 요금제 가입 비중 대비 2배 증가한 것이다. 스몰 가입자 중 60%는 원래 스몰 요금제보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다가 금액대를 낮췄다"고 밝혔다.
KT 고객은 ▲1GB 3만3000원(LTE베이직) ▲3GB 4만9000원(톡) ▲100GB 6만9000원(비디오) ▲완전 무제한 8만9000원 등의 신규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큰 폭의 가격 변화는 없지만 기존 대비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 미디어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데이터 공유 면에서 SK텔레콤보다 부족해 보여도 초고가 요금제의 경우 가격이 더 저렴하다.
이동통신사의 요금제 개편이 데이터 중심이다 보니 고가 요금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데이터 혜택에 눈길이 끌려 조금 더 비용을 내고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정작 100GB에 달하는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고객이 생겨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 경우에는 8만8000원인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 외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개편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동통신사가 저가 요금제를 등한시한 건 아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3만3000원인 스몰과 LTE베이직 요금제에 기존 3만 원대 후반에 제공하던 혜택을 넣었다.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요금제의 가격이 2만 원대까지 내려간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는 고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요금제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새로운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 5G 시대, 어떤 요금제 사용하게 될까
그렇다면 5G 요금은 얼마일까. 이동통신 3사는 내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5G를 준비하고 있다. 5G 서비스를 체감하기까지 멀다면 멀었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 남았다. 5G는 기존 LTE와 비교해 2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5G 요금제는 기존 LTE 요금제보다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물론 5G 요금을 거론하기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 망이 구축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동통신사가 고객이 사용할 요금 정책을 짜놨을 리가 만무하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주파수 경매를 마친 뒤 5G 통신 장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오는 10월쯤 망 구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5G 요금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와 달리 요금이 대폭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5G 시대에도 통신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앞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통신비 이슈는 5G 시대 때에도 유효하다"며 "5G 시대에도 통신비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요금제를 살펴보면 5G 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과 LTE 요금, 그리고 최근까지, 5만~6만 원대 요금제가 계속 주를 이뤘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의 내용은 많이 달라졌지만, 가격은 예전과 지금이 비슷비슷하다"며 "5G 때에도 큰 폭으로 오를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향후 이동통신 3사는 고객의 심리적인 가격 저항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5G를 통해 구현될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파악한 뒤 거기에 걸맞은 요금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5G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와 다른 형태로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정 5G 서비스 사용을 원하는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자율주행차용 요금제'를 이동통신사가 내놓는 방식이다. 이 역시 구현될 서비스가 얼마나 가치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G 시대가 열려도 4G LTE 서비스는 계속된다. 이 때문에 상용화 초반 5G를 선택할 고객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3G에서 4G로 넘어오면서 고객의 미디어 콘텐츠 이용 편의가 크게 향상됐다"며 "하지만 5G 시대가 와도 4G로도 충분하다는 고객이 많을 것 같다.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대용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가끔 동영상을 시청하는 선에서 4G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G 요금제는 향후 5G용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5G 단말을 사용하는 시점이 돼야 요금제를 출시할 필요성 또한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에 바로 5G 단말이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5G는 B2B(기업간거래) 시장에 적용된 후 단말이 나오면 그때 일반 고객에게 서비스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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