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아시아나, 오너리스크 더해지며 '진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룹 수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 회장까지 구설에 오르면서 회사 측이 진땀을 빼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항공사 측에 있는지, 기내식 공급 업체 쪽에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박 회장의 '골프대회 참여'와 장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더해진 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상훈련까지 했는데…" 아시아나, 해법 찾기 '난항'
4일 항공업계와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기내식 대란'이 촉발한 지난 1일부터 나흘째인 이날까지 100편이 넘는 항공기가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은 '노밀(No Meal)' 상태로 이륙했다. 기내식 공급 차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아시아나항공 측은 CSP라는 외주 도시락 업체와 서둘러 공급계약을 맺고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일 2만5000에서 3만 식 규모의 필요 물량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해 항공사 측은 "(새 공급업체에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선이 발생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견해다. 아시아나항공은 애초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의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지난 3월 완공을 앞둔 GGK의 신축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기내식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지자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달 15일 샤프도앤코코리아(이하 샤프도앤코)와 3개월 임시로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샤프도앤코의 기내식 생산량 규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샤프도앤코의 하루 기내식 생산량은 일 3000식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 공급물량의 10%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은 다르다. 샤프도앤코가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충분한 사전준비에 나섰다는 게 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샤프도앤코는 영세 업체가 아닌 게이트고메와 LSG스카이셰프에 이어 세계 3위 기내식 업체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지난 1일 항공 오픈 전까지 제품생산과 포장, 화물 이송에 이르기까지 실제 상황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시뮬레이션까지 했지만, 실제 운반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사태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아쉬운 평가가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샤프도앤코 측에서 먼저 계약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물량 생산량을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는지, 항공사 측이 샤프도앤코가 생산능력이 일 3000식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도 무리해서 계약을 치렀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항공사 측이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 '낙하산 인사' 논란 불거진 박삼구 회장 '책임론' 불거질까
박 회장을 향한 비난 여론 역시 부담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일 박 회장의 장녀 박세진 씨를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후 요리·호텔 경영 전문학교인 르코르동블루 도쿄를 거쳐 르코르동블루 런던을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동경관광전문학교 음료서비스학과 및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상지대 대학원에서 글로벌사회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룹 측은 박 상무의 선임 배경과 관련해 "(박 상무가) 호텔 경영과 조리, 요식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금호리조트의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없고, 경영 능력을 검증할 만한 이력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회장 딸'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박 회장의 해외 출장도 도마에 올랐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오픈' 대회를 위해 지난 1일 자사 항공기를 타고 출국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그의 출국 시점과 그가 출장을 위해 탄 항공기에 '핫밀'이 실렸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첫날.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항공 80편 가운데 36편이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노밀' 상태였고, 51편은 기내식 공급 차질로 출발이 지연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전례 없는 사태에 그룹 최고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운 것도 모자라 회장이 탄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제공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여론의 시선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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