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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패션기업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중소는 '기대반 우려반'

  • 경제 | 2018-07-03 17:48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화장품·패션업계에도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더팩트DB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화장품·패션업계에도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더팩트DB

근로시간 단축 제도 본격 시행, 기대와 우려 교차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패션뷰티 업계에도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계기로 임직원 복리후생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며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선택근로제, 탄력근무제를 선택적으로 도입하며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준비해온 관련 대기업들은 '워라밸' 문화 확산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중견업체는 업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화장품·패션업계, 이미 '주 52시간 근무 시대'

화장품·패션 대기업들은 이미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있어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존부터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하고 있어서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며 "업무 특성상 야근 등 연장근로가 많은 부서는 인력 충원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은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에 맞춰 내근직보다 연장근로가 많은 특별 업무직과 생산공장 근로자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편집숍인 아리따움의 경우 2014년부터 주 45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영업, 디자인 업무 등 특별 업무 직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근직 대상으로는 지난 2011년부터 자율 시차 출퇴근제인 'ABC 워킹타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근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단위로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인 근무하고 퇴근 시간을 조정해 취미 및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임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 연차 외에도 샌드위치 휴가, 장기근속 연차, 리프레시 휴가 등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초과근무를 줄이고 '워라밸'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라 공장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경산업은 청양과 대전에 있는 생산 공장 직원들의 근로시간 조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미적용인 화장품업체들도 이미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하고 있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초부터 주 52시간 근무에 맞춰 매장 인력 재배치와 근무시간 조정을 완료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교대근무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며, 매장에 따라 대체 인력 충원도 진행하고 있다. 잇츠한불도 현재 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로 탄력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그룹사 방침에 맞춰 순차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패션업계도 대기업 중심으로 이미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미 근로시간 단축이 상당수 정착된 상태로 임직원 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LF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9 to 6'와 전사 지정휴무제를 통해 임직원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자녀를 둔 여성근로자에 대한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관련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계기로 임직원 복리후생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며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일부 중소·중견업체는 인건비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관련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계기로 임직원 복리후생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며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일부 중소·중견업체는 인건비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년 전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8∼10시에서 조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유연) 근무제를 하고 있다. 한섬은 지난 4월부터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30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탄력근무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세실업도 지난 5월부터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까지 퇴근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해외 관련 부서는 현지와 시차를 고려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시범 운영한다.

◆ 중소‧중견기업 "대체 인력 인건비 부담 커" 우려도 여전

이번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으로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 사무직 위주로 이뤄져 온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 영업직까지 확대되는 점에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제대로 지켜지느냐의 문제를 차치하고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중견업체들은 교대근무 인력 배치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매장의 경우 교대근무를 하지 않으면 하루 12시간 정도를 일하게 된다. 법 위반을 하지 않으려면 고용을 더 늘려야 하는데 인건비가 상승하니까 중소업체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는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시행됐다. 오는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일부 중소‧중견업체는 여전히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 적용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업종 특성에 맞춰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등을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업체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300인 이하 중소업체의 경우 대체 인력 채용에 있어서 인건비 부담 여력이 대기업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업체 상황과 산업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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