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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즈토크] 정용진 '서프라이즈' 귀 쫑긋…취재 경쟁 '곡소리'까지?

  • 경제 | 2018-04-01 05:00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정 부회장은 PK마켓의 미국 진출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발표로 이목을 모았다./ 남윤호 기자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정 부회장은 PK마켓의 미국 진출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발표로 이목을 모았다./ 남윤호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김민구·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안옥희·고은결·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로 기자]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한 3월 마지막 주였습니다. 유통업계는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취재 현장이 있었는데요. 바로 지난달 28일 열린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였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서프라이즈 발표'를 기다리는 수많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하네요. 취재진 간 몸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지옥철(혼잡한 지하철을 비유하는 말·지옥 지하철)보다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으며 정 부회장의 '깜짝 발표'는 있었는지, 생생한 현장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신세계 채용박람회는 매년 1만 명 이상의 구직자들이 발걸음하는 국내 유명 채용박람회이다. 신세계그룹사는 물론 파트너사와 지역 강소기업도 참여해 다양한 인재와 만나는 채용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 채용박람회는 매년 1만 명 이상의 구직자들이 발걸음하는 국내 유명 채용박람회이다. 신세계그룹사는 물론 파트너사와 지역 강소기업도 참여해 다양한 인재와 만나는 채용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정용진 부회장 취재 열기 그야말로 진풍경, 김영주 장관도 깜짝

-신세계 채용박람회는 매년 1만 명 이상의 구직자들이 발걸음하는 국내 유명 채용박람회입니다. 신세계그룹사는 물론 파트너사와 지역 강소기업도 참여해 다양한 인재와 만나는 채용의 장이죠.

-올해도 정용진 부회장이 '깜짝 발표'를 할 지 취재진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채용박람회에서는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 소식과 '편의점 사업' 관련 계획을 발표해서 업계를 놀라게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채용박람회에서도 어떤 발표가 나올지 정 부회장의 '입'에 눈길이 잔뜩 쏠렸습니다. 더욱 치열해진 취재 열기에 정 부회장도 놀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용진 부회장도 놀랄 정도로 많이 모인건가요?

-네. 올해는 60~70여명의 취재진이 정용진 부회장의 입을 예의주시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참여 기업 부스들을 돌았는데요. 부스를 도는 15분 동안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본인을 둘러싼 60~70여명의 취재진에 놀란 듯 "사람이 더 많네요"라며 웃음 짓기도 했습니다.

-이날 부스를 돌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의도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채용박람회 참관은 신세계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관심거리였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올해 채용박람회에서 부스를 돌 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협의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심이 컸던 만큼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겠는데요.

-네. 정용진 부회장의 이날 동선은 코엑스 전시홀에서 약 15분 동안 부스를 돌고, 김 장관을 보낸 이후 코엑스 1층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순이었습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부스를 돌 때 취재진들은 혹시 모를 정 부회장의 발언에 촉각을 세우며, 정 부회장의 근처에 있으려는 몸싸움도 치열했습니다.

-취재 열기가 너무 뜨거워 부스를 도는데 차질이 빚어지자,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질의응답은 좀 이따가 할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장관도 이같은 취재 열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입니다. 혹시나 모를 충돌사태를 우려해 정 부회장, 김 장관과 취재진 사이에서 '거리 조절'에 안간힘을 쓰는 신세계 관계자들을 보면서 "나 혼자 있을 때는 막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 간 몸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현장에서는 '곡소리'도 나왔습니다. 아직 3월인데도 불구하고 부대끼는 인파 속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카메라에 머리가 부딪혔다" "(취재 경쟁이)헬이다 헬" "신발이 벗겨질 뻔 했다" "지옥철보다 더 하다"는 말들도 들렸습니다. 정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가 끝나고 이동하는 인파에 밀려 넘어진 기자를 직접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취재 경쟁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습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채용박람회는 온데간데 없고 (정용진 부회장의)서프라이즈만 남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채용박람회가 구직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참여 신청자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채용박람회의 사전 등록 지원자가 작년보다 2배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높아진 '사전 등록' 경쟁률을 뚫고 올해 채용박람회에 방문한 구직자는 1만4000명이라고 합니다.

-취재 열기도, 구직 열기도 대단했던 행사였네요. 올해의 '깜짝 발표'는 부스가 아닌 어느 곳에서 진행됐나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김 장관의 배웅 인사를 한 뒤 코엑스 1층에서 취재진들과의 질의 시간이 마련됐는데요. 정 부회장은 올해도 특유의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령,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의 전문점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 부회장은 "어떻게 알았냐"며 "아무래도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 같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시원시원한 말투는 다른 기업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 재벌 오너가 경영인들은 목소리조차 듣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취재진이 현안에 대해 한마디 부탁해도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정용잔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도 적극적인 편으로 유명한데요.

-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행 출장 사실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이 미국에 유통 매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소통 행보를 두고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소통 방식이 확실히 정 부회장만의 특징이 된 것 같다"며 "신세계 홍보팀은 정 부회장의 발표대로 내용을 정리하면 되니 오히려 확실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28일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더팩트 DB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28일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더팩트 DB

◆ 회사 내부에서도 놀란 정몽구 회장 '정공법'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 '1조 원'에 대한 얘기가 재계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분위기라고 들었는데요.

-지난달 28일이었는데요. 현대차그룹이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재편안을 발표한 시간이 이날 오후 4시를 넘어서였는데요.

-현대차그룹의 '깜짝 발표'에 출입 기자들도 덩달아 분주한 하루를 보냈는데요. 재계 서열 2위 대기업 집단에서 지배구조 재편을 발표했다는 상징성보다 업계의 관심이 쏠린 대목은 재편안의 내용이었죠.

-그간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 및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들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점쳐왔었는데 결과물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였습니다.

-더욱이 현대차에서 제시한 재편안 대로라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주식 처분 등으로 내야 하는 세금 규모만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심이 더욱 쏠렸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편법 승계' 의혹을 불식하고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한 대주주의 선택이었다는 설명을 내놨는데요.

-정 회장의 '통 큰' 결단을 두고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수 대기업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천문학적인 양도세에 대한 부담 탓에 다른 방안은 선뜻 고개를 들지 못했었죠.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달랐습니다. 이례적으로 '1조 원'을 훌쩍 넘는 세금을 내겠다고 공언을 했죠. 여기에는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의 결단이 배경에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뒷말'이 나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할 때는 확실하게 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죠.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당시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자동차 문을 있는 힘껏 여닫기만 수백차례를 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데요. 지난 2014년 한국전력 부지 입찰 당시 감정평가액의 3배에 달하는 10조 원을 베팅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세간의 눈과 귀가 쏠렸던 현대차의 지배구조 재편안이 베일을 벗었는데요. 나름 파격적으로 평가되는 이번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가 다른 대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지난달 30일 패션기업 신원의 45회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오너가 2세인 박정주 대표가 주최한 두번째 주주총회였지만, 기업의 실적은 나빴던 것으로 전해진다./더팩트 DB
지난달 30일 패션기업 신원의 45회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오너가 2세인 박정주 대표가 주최한 두번째 주주총회였지만, 기업의 실적은 나빴던 것으로 전해진다./더팩트 DB

◆ '가족 비리에 세습까지' 노출 꺼리는 박정주 신원 대표?

-지난달 30일 설립 50주년을 맞는 패션기업 ㈜신원의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박정주 대표가 2016년 4월 취임한 후 두 번째로 주최한 주주총회였습니다.

-신원은 지난해 실적이 많이 부진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4%나 감소했어요. 당기순이익도 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2년 전 이뤄진 박 대표의 취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져 오기도 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오너 부자인 박성철 회장, 박정빈 부회장이 '비리'로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또 다른 아들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박정주 대표는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언론과 별다른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없고 사진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주총회장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생각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박정주 대표가 직접 나가서 연설을 하고, 총회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입장도, 퇴장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박 대표가 신원 본사 사옥이 아닌 건물 뒤편에 있는 다른 사무실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박정주 대표는 현재 신원 사옥이 아닌 다른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원 관계자는 박 대표가 주총이 끝나고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본사 뒤편 건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표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는 해외수출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부서가 함께 있다고 합니다.

-해외 수출 부문 전문가인 박정주 대표가 10년간 신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신원이 내수보다 수출 부문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실적은 좋지 않습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에 따르면 박정주 대표는 실적 부진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해의 '재도약'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브랜드를 론칭하고, 적자 브랜드를 중단하며 개편에 힘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달 27일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남용희 기자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달 27일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남용희 기자

◆ '갑툭튀' 타이어뱅크, 해프닝으로 끝난 금호타이어 인수전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율협상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에 해외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법정관리를 피하게됐습니다. 노사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으면서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목소리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네요.

-그렇습니다. 정말인지 타이어뱅크는 말 그대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였습니다.

타이어뱅크는 지난달 26일 오후 다음 날(27일) 김정규 회장이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발표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의 인수가 유력했습니다. 더블스타는 일찌감치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움직임에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았죠. 채권단이 밝힌 자율협약 기한(30일)을 불과 3일 앞두고 유력 인수 후보였던 더블스타에 이어 타이어뱅크가 뛰어 들어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27일 오전. 김정규 회장은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면 즉시 판매를 늘리고 고용을 보장하면서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업계 반응은 어땠나요?

-김정규 회장의 자신감과 다르게 업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타이어뱅크 자금력으론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약 6500억 원)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타이어뱅크 매출액은 3729억 원, 영업이익 664억 원, 당기순이익 273억 원이었습니다. 업계 안팍에선 '달걀로 바위치기다',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자금적인 부분 등 속사정은 모르지만 중견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타이어뱅크는 유통기업이다. 타이어 제조는 물론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한 경험도 없다. (업계 관계자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콧방귀를 끼더군요.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공언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려는 속셈이다"면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타이어뱅크를 비난했습니다.

-이후 타이어뱅크의 행보는 어땠나요?

-기자회견 당시 김 회장은 "국민 여론은 물론 금호타이어 노조 그리고 채권단과 회담을 한 후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말뿐이었습니다.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후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자율 협약 기한 마감일(지난달 30일)까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타이어뱅크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팀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반짝하고 사라진 타이어뱅크의 지난 행보는 '노이즈 마케팅', '보여주기식 인수 선언', '법정관리를 조장해 헐값에 매수하려는 속셈'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 힘들어 보이네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주총장에서 한 주주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주총장에서 한 주주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팬 미팅 방불케 한 SK하이닉스 주총…"박성욱 부회장님 사랑합니다"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죠. 지난주에는 SK하이닉스의 주총을 다녀왔다고요.

-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제70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는데요. 주주들은 100여명 정도 모였습니다. 이날 주총을 진행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주주들 앞에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고품질 제품을 통해 승승장구하겠다고 역설했죠.

-특이 사항은 없었나요. 몇몇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우려가 빗발치기도 하던데.

-이날 주총은 무난하게 끝났습니다. ▲박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재무제표 승인 ▲송호근 서울대학교 교수 등 신임 사외이사 3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및 부여분 승인 등의 안건이 반발 없이 통과됐죠. 안건 의결과 관련해 박 부회장이 "이의 없습니까"라고 물으면 주주들은 즉각 "없습니다"라고 답했는데요. 이날 주총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물론 눈길을 끌 만한 장면은 연출됐는데요. SK하이닉스 주식 8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 주주는 박 부회장에게 다가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순간 팬 미팅 행사장인 줄 알았죠. 이 주주는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 주총에 참여했다"고 말했는데요. 박 부회장은 이 주주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그렇군요. 훈훈한 분위기가 흘렀겠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불만 섞인 의견도 나왔는데요. 한 주주는 "산골짜기에서 주총을 진행하다"며 불만을 드러냈죠. 예전보다 회사의 덩치가 커진 만큼 주총장 규모를 더욱 넓히고 주주들의 접근성 또한 고려해달라는 요구인데요.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예전부터 본사인 이천에서 주총을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9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 여러 의혹이 겹치자 부정적 여론이 커져 대구은행장직을 내려놓은지 6일 만에 지주사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더팩트DB
지난달 29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 여러 의혹이 겹치자 부정적 여론이 커져 대구은행장직을 내려놓은지 6일 만에 지주사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더팩트DB

◆ 위기의 DGB 금융…회장 사퇴로 이어진 '채용 비리'

-금융권은 채용 비리로 금융사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죠. 박인규 DBG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사퇴를 선언했다면서요?

-박인규 회장은 지난달 2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그룹 회장직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대구은행장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새 행장이 선출된 뒤에 회장직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하지만 그 후 6일 만에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는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의혹이 겹치면서 ‘퇴진’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회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고 현금화해 비자금 30억 원가량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여기에 지난달 5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해 검찰의 수사를 또 받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도 커졌죠.

-부정적인 이슈가 연이어 나오자 지역 대표은행으로 손꼽혔던 대구은행의 이미지도 나빠질 수밖에 없겠네요. 게다가 DGB금융은 한 순간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잃은 만큼 혼란스럽겠어요.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최대한 빨리 조직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향후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는데요. 대구은행 측은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앞으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 전반적으로도 긴장감이 클 것 같은데요. 일각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수장 사퇴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지난해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이어 최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까지 채용비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남은 금융권 CEO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구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의 채용비리 의혹이 하루 빨리 해소되길 바랍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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