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서민지 기자] 완성차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과 '완전변경(풀체인지)'이라는 말이 있다.
전자가 기존 모델의 일부 디자인 요소와 상품성을 개선한 정도의 변화라면, 후자는 완성차에 붙여진 이름을 제외하고 디자인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바꾼 '신차'의 탄생을 의미한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것으로, 3대 TF체제 전환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 1년여 만에 '풀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완성했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생명에 금융계열사 TF인 '금융경쟁력제고TF'가 신설, TF장에 미전실 출신 유호석 전무가 낙점됐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해 11월 단행된 삼성전자의 '2018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현호 사장을 수장으로 하는 전자계열사 '사업지원TF'가 신설된 데 이어 지난달 비전자 제조 계열사를 총괄하는 'EPC경쟁력강화TF'에 이르기까지 3대 TF 체제를 꾸리게 됐다.
안팎에서 '설'만 난무하던 삼성의 변화가 그 윤곽을 드러내면서 업계의 관심은 3개 TF가 '하는 일'에 쏠린다. 3개의 TF가 신설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각 TF의 장이 모두 미전실 출신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사실상 미전실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사업지원TF'에서 팀장을 맡은 정현호 사장은 지난 2011년 미전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거쳐 2014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을 맡은 바 있고, 'EPC경쟁력강화TF' 팀장인 김명수 부사장과 유호석 전무 역시 과거 미전실에서 전략2팀과 금융일류화팀 등을 거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 때부터 제기되 온 '미전실 부활론'에 관해 삼성은 "(3개의 TF는) 중앙컨트롤타워가 아니다"며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에 이어 그룹 경영 전략이 중추를 맡았던 미래전략실과 신설 조직 간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사업지원TF'가 꾸려졌을 때도 삼성 측은 "여러 회사의 사업 간 공통된 이슈에 관한 대응 및 협력을 원활하게 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고 강조하며, 기존 미전실에서 주관해왔던 법무, 홍보, 감사, 계열사 금융지원 등의 업무와 완전 분리를 공언한 바 있다.
'금융경쟁력제고TF'가 꾸려진 삼성생명 측에서도 "일각에서 '미전실이 부활됐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미전실 출신이 많이 포진된 것은 각 개인별 업무 능력과 경험이 고려된 것이다"며 "현재 조직이 막 꾸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역할에 관해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금융) 계열사 간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회사 주력 사업별로 크게 전자(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와 비전자(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웰스토리), 금융(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이라는 세 개의 큰 그룹으로 구분된다.
'사업지원TF'는 전자계열사, 'EPC경쟁력강화TF'와 '금융경쟁력제고TF'는 각각 비전자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회사 별 맡은 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각각의 TF는 '삼성'이라는 나무를 지탱하는 '전자'와 '비전자', '금융'이라는 세 개의 큰 뿌리가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며 "특정 계열사에 편중된 의존도에서 벗어나 각 TF에서 분야별로 계열사간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규투자는 물론 인사와 재무 등 주요 경영 현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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