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무인화는 시기상조, 테스트 통해 단계적 발전 전망
[더팩트│성수=안옥희 기자] "무인편의점이지만, 주류와 담배는 직원이 있을 때만 살 수 있어요."(이마트24 무인편의점 직원)
'미래형 점포'로 불리는 아마존의 무인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가 마침내 베일을 벗고 지난 22일(현지시간) 정식 개장했다. 아마존고 오픈에 따라 국내에서도 무인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원 없이 100%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가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와 현 기술력으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엇갈린 반응 속에서 <더팩트>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마트의 무인편의점 이마트24 성수백영점을 방문했다.
최근 찾은 이마트24 성수백영점에는 직원이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본사 직영점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성수백영점, 서울조선호텔점 등 5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무인 점포로 운영되는 서울조선호텔점과 달리 성수백영점은 부분 무인화로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무인 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무인 편의점에 출입하려면 신용카드 출입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인증해야한다. 취재진은 직원이 있는 시간대에 방문했기 때문에 신용카드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었다. 매장은 출입문 신용카드 단말기와 셀프(무인)계산대를 제외하고 일반 이마트24 편의점과 다르지 않았다. 여느 편의점처럼 카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도 할 수 있고 '1+1'과 같은 이벤트 상품 구매도 가능하다.
다른 점은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24 성수백영점은 직원이 없는 새벽 시간대에는 술·담배를 팔지 않는다. 매장 직원은 "주류와 담배는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야하므로 (직원이 없는) 오후 11시~오전 6시까지는 해당 매대와 진열장을 잠궈놓는다"며 "심야시간대엔 사실 손님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무인 운영인 서울조선호텔점도 직원이 매장 관리를 위해 하루 두 번 정도 방문한다. 술은 팔지 않고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 구매할 수 있다. 무인 점포로 운영되는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도 같은 방식이다. 세계 첫 무인 점포인 아마존고도 직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미성년자에게 판매 금지된 술을 판매할 때 신분증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무인 점포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술‧담배 판매에서는 아직까지 100% 무인화가 안 된 상태다.
이날 취재진은 성수백영점에서 직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음료 구입을 시도했다. 출입문에서 신용카드로 인증하고 매장에 들어서서 진열대에서 원하는 음료를 꺼내들고 셀프계산대로 향했다. 화면 안내에 따라 음료 바코드를 찍고 할인 또는 적립 여부를 선택한 후 신용카드로 결제하기까지 1분 30초가 걸렸다. 성수백영점은 출입문에서 인증한 후 상품을 셀프계산대로 가져와 바코드를 찍는 절차를 거쳐야 계산이 완료된다. 출입 시 앱 인증 절차 한번만으로 상품을 그냥 들고 나오면 끝인 아마존고와 비교했을 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지난 2016년 세계 첫 무인 점포 아마존고를 연 이후 일본과 중국에서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인건비 급등이 맞물리면서 일본 주요 편의점들은 2025년까지 모든 점포에 무인계산대를 도입을 예고했고 후발주자인 중국도 무인편의점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인상 이슈로 인한 인건비 인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편의점 업계가 무인점포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무인 점포를 시범 운영 중인 이마트24,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 시스템으로 주목 받았으나 초기 롯데카드 사용자만 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엘페이, 캐시비 교통카드 등 결제 시스템 다양화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는 각각 비대면 결제 시스템(CU바이셀프), ICT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강화‧결제 간편화(GS25)등을 시도하며 무인점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마트 중에선 이마트가 이달 중 무인 계산대인 '셀프 체크 아웃' 시스템을 부분 도입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이미 무인계산대를 부분 도입, 운영 중이다. 이밖에도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와 주요 영화관은 키오스크(무인 발권기)를 도입해 주문과 결제업무를 하는 직원을 서서히 줄이면서 무인화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시대적 화두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달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일각에선 무인화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고 같은 매장이 늘어날 경우 현재 약 350만명인 미국 유통업계 계산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아직 국내 무인 점포는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상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무인 점포는 테스트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는 무인화가 대세이긴 해도 아직 셀프 계산 수준에 그쳐 확대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가맹본부가 무인 점포를 확대하고 싶어도 편의점 가맹사업의 특성상 점주 동의를 얻어야하는 문제도 있다. 게다가 신기술 도입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고령층 소외 문제, 결제방식 다양화 및 보안 문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 도입 단계라 무인점포를 확대할 단계는 아니다"며 "상권 특성에 맞춰 시범 운영하면서 도용·보안문제 등 다양한 사례 수집을 통해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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