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법정 공방 2라운드 향방에 법조계는 물론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에 따르면 오는 20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자 본건 재판에서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이번 신문을 끝으로 '삼성 재판'의 법정공방 2라운드는 검찰의 구형, 재판부의 선고 절차만을 남겨둔다.
물론 전날 재판부가 오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달부터 자신의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는 만큼 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모두 14회차에 걸쳐 진행된 법정공방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이 내세운 주장은 1심 때와 다르지 않다.
'삼성→청와대→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의 성립 여부를 두고 변호인단은 특검이 뇌물수수 성립의 전제로 인정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 작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정한 청탁'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견해다. 반면, 특검 역시 "본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으로 모든 공소혐의에 대해 유죄가 성립돼야 한다"는 1심 당시 주장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두 달 넘게 진행된 항소심에서 양측 모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은 내놓지 못했다. 1심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달 특검에서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 부분에 관해 '제3자 뇌물죄'뿐만 아니라 '단순뇌물죄' 혐의를 추가했다는 점과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이전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가 한 차례 더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도다.
이마저도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실제 언제 '안가 독대'가 있었는지,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카운터'가 아닌 '의혹 제기'로 마무리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 씨에 대해 검찰이 최근 징역 2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는 점에서는 1심 때와 명확하게 차이가 난다. 최 씨는 본건 재판에서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수수자로 지목, '뇌물죄' 성립 여부에 직접 관련이 있는 핵심 인물이다. 삼성 측은 1심 때부터 '비선'의 실체에 관해 인지한 시점은 1차 독대보다 한참 뒤인 2015년 7월 29일이며 이후 최 씨의 방해로 삼성의 스포츠 지원 계획이 변질됐다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 씨의 재판 결과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씨 재판에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공소 혐의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최 씨 대한 최종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수백억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는지가 '삼성 재판'의 향방을 가늠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씨가 20일로 예정된 증인신문에서 어떤 진술을 하는지도 중요하다"며 "특검과 삼성 양측 간 1년여 동안 법정 다툼을 이어가면서 가장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부분은 '삼성에서 비선의 실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명확한 증거, 구체적인 정황의 부재를 두고 시종일관 기 싸움을 벌였던 특검과 변호인단으로서는 최 씨의 입에서 유리한 진술이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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