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지난달 한국 수입 자동차 시장에선 독일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BMW 양강 체제가 계속해서 이어진 가우데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운 일본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 독일산 디젤 모델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역시 벤츠와 BMW의 양강 체제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벤츠는 10월 한 달간 모두 4539대를 팔아 5개월 연속 브랜드별 등록 대수 1위를 유지했다. BMW가 4400대로 2위를 차지했고, 토요타(1110대), 랜드로버(940대), 혼다(930대), 렉서스(906대)가 뒤를 이었다. 벤츠는 올해 10월까지 총 5만8606대의 실적을 올려 2위 BMW(4만5990대)를 따돌리고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도 사실상 예약해뒀다.
10월 베스트셀링카는 BMW의 몫이었다. BMW 520d는 지난달에만 842명의 소비자를 찾아가 1위에 오른 가운데 2위는 혼다 어코드 2.4(724대)가 차지했고, BMW 520d 엑스드라이브(640대)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3개월 연속 월간 최다 판매 모델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520d는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도 6472대로 1위를 달리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에 보이는 1위 자리는 모두 독일 브랜드인 벤츠와 BMW의 몫이었지만, 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일본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브랜드는 지난달 모두 3636대를 판매해 독일(9086대)에 이어 국가별 등록 대수에서 2위에 올랐다. 누적 판매량에선 3만5977대로 지난해(2만8542대)와 비교해 26% 상승했다. 반면, 독일 브랜드(11만4381대→10만7785대)는 5.8%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디젤 엔진을 멀리하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에 주력한 일본 브랜드의 선전으로 지난달 연료별 등록 대수에선 가솔린 차량(8371대·점유율 49.7%)이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에 디젤(6676대·39.7%) 차량을 따돌렸다.
지난달 브랜드 등록 대수에서 토요타(3위), 혼다(5위), 렉서스(6위) 등 세 곳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베스트셀링카에서도 어코드 2.4(혼다·2위), ES300h(렉서스·4위), 캠리 하이브리드(토요타·7위) 등이 선전했다.
연료별 베스트셀링카에선 디젤(1위 BMW 520d)을 제외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일본 브랜드가 1위에 올랐다. 가솔린에선 어코드(724대)가 2위 BMW 530 엑스드라이브(477대)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정상을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에선 렉서스 ES300h(555대)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423대), 토요타 프리우스(163대), 렉서스 NX300h(128대), 렉서스 RX450h(111대) 등 일본 브랜드가 10위권을 모두 독식했다.
신형 캠리를 앞세운 토요타는 지난달에 1110대를 판매해 브랜드 등록 대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755대)보다 무려 47% 오른 수치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23개 수입 브랜드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올해 월간 사상 최고치 판매량인 1068대(3위)를 기록했던 혼다는 'CR-V 녹·부식 논란'으로 7월(1001대·6위)과 8월(541대·10위) 판매량이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CR-V와 어코드를 대상으로 500만 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9월엔 1022대(5위), 지난달엔 930대(5위)의 실적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ES300h, NX300h, RX450h)을 앞세워 브랜드별 등록 대수에서 6위를 기록했다. 지난달(1022대)보다 9% 하락한 수치지만, 토요타(47%↑)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브랜드별 등록 대수 1, 2위를 차지한 벤츠와 BMW의 감소율은 각각 19%, 17%다. 주력 모델인 ES300h는 10월까지 6357대의 실적을 올리며 BMW 520d(6472대)에 이어 베스트셀링카 2위를 달리고 있다. 격차가 115대에 불과해 2006년(ES350) 이후 11년 만에 베스트셀링카 배출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의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클린 디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사회 기조가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디젤이나 미세먼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고 완충 모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토요타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세계 시장에서도 일본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이 반 토막이 났는데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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