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원영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홍종학 전 국회의원(현 가천대 명예교수)이 지명되면서 면세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재벌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앞서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관세법 개정안(일명 '홍종학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업계는 홍 후보자의 등장으로 최근 논의되기 시작한 면세점 개선 방안 역시 규제 기조를 취할 것이라며 불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3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 후보자는 의원시절이던 2012년 11월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특허가 만료되면 관세청 입찰 심사를 통과하는 내용의 홍종학법을 발의했다.
당시 홍 후보자는 "롯데, 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이 독점적 권리를 통해 사업 특혜를 받는 반면 면세점에 진입하고자 하는 다른 업체들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법안임을 강조했다. 즉,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는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전체 면세점 특허의 30%를 중소·중견 기업에 할당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2013년 1월 본회의를 통과한 후 바로 시행됐다.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면세점은 10년 주기로 특허권을 승인받았다. 허가제로 운영됐기 때문에 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자동으로 갱신됐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롯데, 호텔신라 등 대기업들은 면세점으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황기'를 누렸다. 개정안이 발의된 2012년 기준 면세점 연간 매출액은 5조47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5년마다 특허권이 만료되고, 관세청 입찰 심사를 다시 준비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방한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난해 문을 연 신규 면세점을 포함해 면세점 업계는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롯데는 올 2분기 29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위 신라 또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났다.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되돌리자"며 면세점 특허 심사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업계는 홍 후보자 지명으로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게 됐다.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홍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면세점 업계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은 현행 특허제도를 경매제와 등록제 등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특허심사 투명성·공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1차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업자 선정방식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추후 최종안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특허 기간·갱신 및 송객수수료 문제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에 임명되면 면세점 관련 정부 정책에 홍 후보자의 진보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면세점에 특허 심사 평가기준으로 중소기업제품의 판매 실적이나 계획 등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어 면세점 제도에 중기부의 견해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는 특허 기간 연장과 특허 등록제 변경 등의 논의가 무산될까 걱정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홈쇼핑, 하물며 카지노도 갱신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유독 면세점만 5년마다 재입찰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면세점 업계가 그간 꾸준히 어려움을 토로했고, 사드 보복이 국가적 문제임을 고려한다면 특허 기간 연장이나 등록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년마다 이뤄지는 특허 심사로 비리와 특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면세점 소속 직원들의 고용 문제는 물론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 문제 등이 심각하므로 이번만큼은 면세점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반면 운영 기간은 5년밖에 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의욕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1차 개선안 발표 당시 업계 내에서 실질적으로 면세점 업계에 필요한 정책,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은 빠져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다들 추가 개선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홍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향후 개선책도 규제 방향으로 흘러갈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홍 후보자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 재벌개혁위원장과 경제정의연구소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기획재정위 소속으로 활동하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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