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고쿠라(일본)=최승진 기자]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 거리에 위치한 고쿠라는 일본 기타큐슈시를 대표하는 도시다. 고가 위로 다니는 모노레일 등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가 지난해 말 인천~기타큐슈 노선 등을 신규 취항하면서 새로운 일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고쿠라는 이 지역을 여행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기타큐슈를 대표하는 서브컬처 센터 '아루아루시티'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문화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이곳 풍경은 어떨지 10일 직접 찾아가봤다.
'아루아루시티'는 고쿠라역 북쪽 통로를 따라 나가면 찾을 수 있었다. 7층 규모로 이뤄진 이곳은 피규어(모형장난감)·만화영화·게임 등을 파는 대형 가게들이 밀집돼 있었다.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 국제전자센터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 가게가 서브컬처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2층은 고쿠라역과 연결돼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로봇인 '마징가Z'와 '그랜다이저' 모형이 한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이들 모형 앞에서 휴대전화로 연신 기념촬영을 하며 신기해했다. 인근 로손 편의점 앞에는 1970년대 현지 TV만화영화로 방영돼 인기를 모은 '데빌맨' 모형이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게임 상품은 이 건물 4층에 위치한 만다라케·스루가야 매장을 중심으로 팔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포함한 최신 제품 외에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추억의 게임팩들이 정렬돼 고객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일본 등지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닌텐도 클래식 미니 슈퍼패미콤'(슈퍼패미콤 미니)의 가격은 11000엔(한화 약 11만1100원)이었다. 단종했다 재생산한 제품으로 크기를 작게 하고 '슈퍼마리오 월드' 등 20여 개 게임들을 내장했다. 중고 제품의 경우 입고되자마자 동이 났다.
'아루아루시티'에서는 희소가치가 있는 '버추어 보이'도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8000엔(한화 약 8만7500원)이었다. 닌텐도가 1990년대 중반 출시한 가상현실 게임기지만 불편한 조작 탓에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PC엔진 듀오'의 가격은 8800엔(한화 약 8만8000원), '메가 시디2' 12500엔(12만6000원), '닌텐도 스위치 프로 패드' 6500엔(한화 6만5000원) 등이었다.
일본이 만화영화와 비디오게임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이곳 상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평이다. 친구와 함께 휴가를 내고 왔다는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평소 갖고 싶었던 고전 게임팩들을 비교적 싼 조건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조카 선물로 구입한 요괴워치 시계의 경우 한국보다 2만 원 정도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고쿠라는 '아루아루시티' 외에도 1980년대 인기 만화 '은하철도999'로 설레게 한다. 도시 곳곳에서는 이 만화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배경을 알아보니 '은하철도999'의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이 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고쿠라역에서는 '은하철도999' 주인공인 메텔·철이 그리고 또 다른 만화영화인 '캡틴 하록' 동상이 사람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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