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특검이 삼성과 청와대 간 '부정 청탁' 사례로 지목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국거래소 전 임원이 "미래 성장 유망기업 유치를 위한 한국거래소의 자체적 노력의 결과"라며 공소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43번째 재판에서는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 본부장보(상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상무는 유가증권본부에서 근무했을 당시 지난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 업무를 총괄했다.
증인신문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은 상장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다. 김 전 상무는 한국거래소 측이 삼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이하 코스피) 상장 여건을 갖추지 못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성사하기 위해 코스피 상장규정 개정을 추진했다는 특검 측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 논의가 가시화하기 수개월 전부터 한국거래소 측이 성장가능성이 큰 적자기업에 대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삼성의 요청 내지 청탁으로 상장이 추진됐다는 공소장 내용과 상충하는 것으로 상장 진행 프로세스가 '삼성→한국거래소'가 아닌 '한국거래소→삼성'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됐다는 게 김 전 상무의 설명이다.
김 전 상무는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이미 적자기업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해서 검토해왔지만, 당시 정부나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라면서 "그러나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에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도 코스피 상장 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규정을 개정할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감독 당국의 견해와 시장의 수요인데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추진 발표 이후 금융 당국은 물론 시장에서도 규정을 개정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을 국내 시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라고 덧붙였다. 즉,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진출 검토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 증권 시장 진입의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대기업 계열사의 코스피 상장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추진 과정은 좋은 기업들을 코스피 시장에 유치하기 위한 기존 한국거래소의 프로세스와 아무런 차이도 없다"라며 "두산그룹의 계열사 두산밥캣 역시 상장 추진 당시 규정이 과도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규정 개정을 통해 상장에 성공했고, 한국자산신탁도 규정 개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상장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상무는 특검의 주장하는 '특혜 의혹'이 시간적인 순서에서 모순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 규정을 개정한 시기는 지난 2015년 11월 4일이다. 반면, 유가증권본부 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들을 처음으로 만난 시점은 그로부터 보름 정도가 지난 후인 같은 해 11월 20일이다.
김 전 상무는 "상장 규정 개정 이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을 만났을 때도 회사 측은 '상장을 하더라도 나스닥 쪽을 고려하고 있다'는 견해를 유지했고, 2016년 1월 이후에는 저희 쪽에서 추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을 만나거나 상장과 관련해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했을 당시 삼성 측이 주장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2017년 2월 10일 자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사실 아냐"> 기사 내용 참조)
마지막으로 김 전 상무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국내 투자자와 상장사, 국내 코스피 시장 모두가 윈윈하는, 신규 상장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결과를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당시 업무 담당자로서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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