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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벤츠, 문제있는 차 팔아놓고…사용료 내면 교환해준다? (영상)

  • 경제 | 2017-07-18 17:05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매년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는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매년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는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 불황에도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애프터서비스(A/S)가 실적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동일 하자에 대해 3회 수리에도 개선되지 않아 교환·환불을 요구한 고객에게 오히려 감가(고정자산 또는 유동자산의 경제가치의 감소. 사실상 사용료)비를 내면 교환해주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A/S는 실망을 넘어 소비자를 우롱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사후 관리에 관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 있지만, 개선은커녕 여전히 소비자를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차 문제 해결 못 해주면서…감가액 내면 교환해주겠다?

서울 행당동에 사는 A 씨(37)는 지난해 11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딜러사인 모터원에서 E클래스 220d를 구입했다. A 씨는 "지난 4월 운전하는데 운전대에서 '뚝뚝'하는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곧바로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동일한 증상이 수리 후에도 계속됐다. 3차례 수리를 맡겼지만 운전대에서 소음과 진동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차를 구입한지 1년도 안 돼서 3차례 2달가량을 서비스센터에 맡겼지만 소음과 진동의 원인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A 씨는 차를 구입한 모터원 의정부점에 교환·한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됐다. 모터원 측과 지루한 공방으로 A 씨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소비자 보호법 분쟁 해결 기준에 동일증상 3회 수리 후 4회 발생 시 환불이나 교환 규정이 있지만 모터원에서는 차가 불타거나 운행 중 시동 꺼짐 등의 문제가 아니면 교환이나 환불이 안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교환 및 환불 규정에 따르면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에도 불구, 재발했을 경우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정의하는 하자는 기계적·기능적 결함으로 인한 차량의 사용 가치 안전을 실질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이다. 운전대의 소음과 진동은 단순 하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모터원도 A 씨의 차량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호한 규정을 들이밀어 교환·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

A 씨를 더 분노하게 만든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모터원의 대응이다. A 씨는 "운전대 소음과 진동이 운행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그냥 타라고 하더라"며 "편의 장비도 아닌 운전대에 문제가 있는데 그냥 타라고 하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운전대는 운전자가 직접 제어하는 부분이라서 문제가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화재가 나거나 시동 꺼짐 등 사고가 나야 바꿔주겠다는 것은 운전하다 죽을 뻔하지 않으면 교환·환불 않겠다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A 씨는 "모터원의 황당한 대응이 이뿐만이 아니다"라며 "차량 감가액을 내면 교환해주겠다고 하더라. 월 100만 원의 감가액을 내고 교환해 가라는 것이다. 문제의 차량을 사서 그동안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본 고객한테 차량 감가액을 내면 교환해주겠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마치 대단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처럼 말 하더라"며 분노했다. 즉 A 씨에게 월 사용료 100만 원으로 해서 7개월을 탔으니 700만 원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모터원은 문제의 차량을 판매하고 해결도 못 해주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손해를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모터원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연락을 주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중대한 결함 또는 하자 범위에 포함되는지 고객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기술진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본 건에 대해서는 고객과 직접 소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객에게 월 100만 원씩 감가비를 내면 교환해주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딜러사가 고객에게 제안한 부분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입장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참다못한 A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어떤 결정을 내놓더라도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소비자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차를 교환 또는 환불 할 경우 업체의 손해가 크다"며 "최대한 소비자와 협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대에서 '뚝뚝'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발생하는 A 씨의 E클래스 220d. 이 차량의 국내 판매가격은 6280만~6470만 원이다. /A 씨 제공
운전대에서 '뚝뚝'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발생하는 A 씨의 E클래스 220d. 이 차량의 국내 판매가격은 6280만~6470만 원이다. /A 씨 제공

◆여전히 계류 중인 한국의 '레몬법'

지난 2015년 9월 AS에 대한 불만으로 2억 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63 AMG를 골프채로 부순 사건은 수입차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해당 차량의 차주는 운행 중 시동 꺼짐 현상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차량을 부쉈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자 결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차주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런데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사후 관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상황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한국형 레몬법'을 논의하면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레몬법은 차량 및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하도록 규정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이다. 레몬은 겉과 속이 달라 사람들에게 실망을 준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하자 있는 상품을 의미한다.

올해 발의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된 뒤 2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의돼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넘어갔지만 본회의에서 계류 중이다.

소비자들은 한국형 레몬법 도입에 환영하고 있지만 국회 법 통과가 지연되는 바람에 시행령 준비까지는 상당 시일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초 상반기 국회 통과 후 시행령을 정비해 내년 7월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본회의 통과 지연만큼 준비 기간이 미뤄져 2019년은 돼야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레몬법 통과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동차 업계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의 교환·환불이 쉬워지면 이를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환·환불 허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YMCA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산업 위축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 소비자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레몬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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