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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차 타이어가 미쉐린?

  • 경제 | 2017-06-27 06:00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자신의 업무용 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있다. 이 차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가 아닌 프랑스 업체 미쉐린 제품이다. /장병문 기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자신의 업무용 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있다. 이 차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가 아닌 프랑스 업체 미쉐린 제품이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조양래(80)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자신의 자동차 타이어에 자사 제품을 당연히 사용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의외로 경쟁사인 외국 유명 회사 제품을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 빌딩 앞에서 '지난 20년 동안 100여 명의 공장 근로자의 사망'과 관련한 <더팩트> 취재진의 '직격 인터뷰'를 거부하며 자신의 수 억대 승용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사 제품이 아닌 프랑스 유명 업체 미쉐린 타이어를 이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양래 회장이 탄 롤스로이스 고스트 타이어에는 한국타이어 대신 미쉐린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었으며 한국타이어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롤스로이스 고스트에 맞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없어 부득이 출고 당시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를 쓰고 있다. 고스트는 지난 2012년 구입한 걸로 알고 있다. 타이어 4개를 만들기 위해 제조 공정을 바꿀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고스트에 적합한 한국타이어 제품은 아직 생산되지 않고 있다. 고스트에는 255-50-19 규격의 타이어가 장착된다. 2010년식 고스트에는 미쉐린과 미국 타이어인 굿이어 등이 장착됐고 이후 2014년 출시된 고스트에는 독일 콘티넨털 타이어가 끼워지고 있다. 롤스로이스 모델에 국산 타이어가 끼워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측 해명은 타이어 그룹 오너가 굳이 자사 타이어 제품이 없는 4억원대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꼭 타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을 낳고 있는 데다 일반적으로 자사 제품의 1호 홍보맨을 자처하는 타 기업 오너들의 기업 운영 자세와 확연히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한국타이어는 '국가대표 타이어'를 자부하며 외국 명차에 공급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조 회장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미쉐린 타이어 이용은 이 같은 기업 홍보와 국내 정서에 '이율배반적 행동'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한국타이어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정작 본인은 경쟁사 타이어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의 업무용 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 바퀴에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 한국타이어 측은
조양래 회장의 업무용 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 바퀴에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 한국타이어 측은 "차량에 맞는 제품이 없어 부득이 출고 당시의 타이어를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병문 기자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 오너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사 제품 애용에 앞장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벌 오너라는 세간의 관심을 회사 홍보로 이용하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자사 제품의 '1호 홍보맨'을 자처하는 대표적 기업인이다.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2009년 신형 에쿠스 신차발표회에 직접 참석하며 '정몽구 효과'를 낳았으며 2013년 K9 신차 발표회 참석은 물론 2014년에는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행사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 전도사'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업무용 차 트렁크에 삼성전자의 주력 휴대폰인 갤럭시 제품을 가득 싣고 다니며 만나는 지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때마다 액세서리부터 구두와 소품까지 같은 브랜드로 코디해 주목을 받았다. 이서현 사장이 입은 옷들이 완판된 사례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이 아닌 타사 항공사 비행기를 타지 않고, 최태원 SK 회장이 타사 이동통신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자사 제품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의 업무용 차인 고스트에 딱 맞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없어 차를 구입할 때 끼워진 타이어를 그대로 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스트와 같은 초호화 대형 세단에 맞는 타이어 시장이 크지 않아 (한국타이어에서는) 이에 맞는 타이어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 공장에 직접 주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타이어 4개를 제작하기 위해 공장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한다. 조양래 회장은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아우디 프리미엄 SUV 모델 'Q7'과 'SQ7'에 타이어 핵심 기술력이 집약된 사일런트 타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홍보했다. /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아우디 프리미엄 SUV 모델 'Q7'과 'SQ7'에 타이어 핵심 기술력이 집약된 사일런트 타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홍보했다. /한국타이어 제공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양래 회장이 자사의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업계나 재계 관계자들 대부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물론 한국타이어 답변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한 관계자는 "타이어 회사가 전 세계 모든 차량에 맞는 제품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오너가 자사의 제품이 아닌 수입 경쟁사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오너도 안 쓰는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권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한국타이어 해명이 회장님을 위한 자랑처럼 들리지만 보기에 좀 안쓰럽고 곧이곧대로 들리지도 않는다"고 다소 비꼬듯이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말이냐, 믿을 수 없다"고 되물은 뒤 "다른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 경쟁사인 미쉐린 타이어를 연구하기 위해 장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보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에도 타이어를 공급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독일 고급차 업체인 아우디의 대형 SUV Q7, SQ7 등에 고성능 타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BMW에는 플래그십 모델인 뉴7시리즈에도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등 프리미엄 SUV 차량에 타이어 공급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외국 고급차 브랜드와 공급 계약 체결 성과도 있었지만, 품질 논란도 있었다. 2015년 한국타이어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납품한 타이어가 소음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타이어를 수입 타이어로 전격 교체했고 논란 이후 출시된 3세대 에쿠스에는 장착하지 않았다.

한편 조양래 회장의 '애마'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세계 기업가들에게 성공의 상징으로 통한다. 고스트는 롤스로이스 브랜드에서는 팬텀 아래 등급이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4억7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서 고스트를 타는 재계 인사로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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