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승진 기자] 1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 10여 명의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연신 쓸어 넘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번 일은 지난해 여름 강원도 속초 일대를 뜨겁게 달궜던 증강현실 게임과 관련이 있다. 미국 게임업체 나이언틱이 '포켓몬고'(Pokemon GO)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에 앞서 그 내용을 한국 미디어와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사전 체험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다음 달 6일 '포켓몬고' 출시 1주년(미국·호주·뉴질랜드)을 앞두고 열린 이번 체험행사는 밀폐된 공간 즉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열렸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포켓몬고'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이 게임은 PC방이나 집에서 즐기는 보통 게임과 달리 직접 걸어 다니면서 즐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공원에서 모바일게임 체험행사를 하니 신선하지 않냐"는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 와 닿는 대목이다.
이날 확인한 '포켓몬고'의 새로운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변화'다. 다른 사람들과 '포켓몬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장소인 '체육관'은 그 중심에 섰다. 그 결과 '포켓몬고'는 나 홀로 즐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일대 변신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체육관은 '포켓몬고'의 핵심 콘텐츠로 꼽히지만 모든 사용자가 그 내용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투력(CP)이 높은 포켓몬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 캐릭터 레벨이 낮은 사용자가 면면을 살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체육관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이용자가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직접 체험한 '포켓몬고'의 새 시도는 이러한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다. 체육관에 배지 요소를 도입해 수집욕구를 자극시키는 것은 물론 전투요소를 갱신해 낮은 레벨 사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보스 몬스터 사냥을 뜻하는 레이드 기능의 도입은 증강현실 게임의 전투 패러다임을 바꿀 내용으로 꼽힌다. 최대 20여 명이 함께 사냥을 할 수 있도록 기획돼 '나 홀로'가 아닌 '여럿이 함께'로 포지셔닝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포켓몬고'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이 게임이 한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국내시장의 경우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즐기는 것을 중시하지만 '포켓몬고'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국내 출시와 동시에 1위 모바일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게임즈)을 턱밑에서 바짝 뒤쫓으며 세를 과시하던 모습은 19일 구글·애플 최고매출 기준 각각 47위·36위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에서 이번 체험행사 내용이 '포켓몬고'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끈다. 손안의 시장 패권을 둘러싼 여름 게임 대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데스티니6→리니지M→다크어벤저3→음양사'로 이어지는 모바일 대작 틈바구니에서 어떤 뒷심을 발휘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나이언틱은 최근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같은 미디어 체험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이번 행사를 통해 밝힌 내용은 곧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이언틱은 오늘(20일)부터 기존 체육관 기능을 중지한 뒤 순차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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