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침몰 3년여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에서 선원 혹은 승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가 나왔다. 그날의 기억을 담고 있을 이 휴대전화는 세월호 침몰 원인 등 '진실'을 밝힐 중요한 단서로 꼽히는 만큼 데이터 복구 가능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전날(4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인양된 세월호 선체 외부의 펄 제거작업을 진행하면서, 휴대전화 1대 등 총 79점의 유류품을 수거했다. 또 이날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선 선박 갑판에서 단원고 학생의 여행 가방과 남성용 구두, 슬리퍼, 등산화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로써 현재(5일 오후 4시 기준)까지 수습된 유류품은 101점이다.
유류품 중 휴대전화와 차량용 블랙박스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담긴 영상, 통화 및 문자 내용, 사진 등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구 가능성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복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분명한 건 해봐야 안다"며 성공 가능성을 열어뒀다.
√ FACT 체크 1 =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왜 중요한가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사고 직후 전담팀을 구성해 발견된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전자기기에서 삭제되거나 훼손된 콘텐츠를 되살리는 '디지털포렌식' 방법으로 휴대전화 90여 개를 복구할 수 있었다.
복구된 일부 메시지와 영상 등은 사고 당시 상황을 생생히 담고 있었다. 새로 발견된 휴대전화에서도 당시 상황을 말해 줄 결정적 증거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승객들이 대피하는 모습과 물이 차오른 위치 등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시켜 준다면, 진실 규명에 큰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약 3년이 지난 지금 바닷속에 있던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자체를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있던 휴대전화 데이터가 복구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의 이정남 사무총장은 "내부만 보존된다면 데이터 추출이 가능하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그는 "부식이 진행돼 기기 자체를 말려서 복구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내부 메모리칩은 일정 수준 보호되기 때문에 메모리칩 속에 있는 데이터들은 추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 FACT 체크 2 = 세월호 휴대전화 복구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바닷물에 들어가도 메모리 칩 자체에 손상이 없다면 언제든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칩의 부식 정도가 관건이다. 강한 염분에 3년 동안 노출된 시점에서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상태 확인이 불가능하다 보니 전문가들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은 기술적으로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낸드 메모리를 살펴보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이라는 곳이 있는 데 그곳이 오랜 시간 물속에 있으면서 얼마나 손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인 김대형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교수 역시 "휴대전화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복구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3년 동안 바닷물에 있다 보니 (휴대전화 메모리가) 온전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FACT 체크 3 = 바닷속에서 나온 휴대전화, 방치?
동일한 환경에서도 기기별 상태에 따라 복구 가능성이 달라지는 만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세월호 침몰 초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작업을 맡았던 업체 모바일랩의 이요민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는 "바닷물이라는 점에서 (데이터 복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복구 작업을)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한 초기 조치를 어떻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의 염분을 정확히 제거해야 복구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에 잠겨 있었던 휴대전화는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부식 속도가 빨라진다.
이 대표는 해수부가 휴대전화를 불순물 제거도 하지 않은 채 지퍼백에 보관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겉에 있는 불순물을 털어내는 작업을 한 뒤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 물질에 담가 놓아야 한다"며 "이런 절차상 기본적인 행위를 잘 지켜야 복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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