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 전기차 시장 공략을 선언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내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도전에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몸값을 대폭 낮춘 '아이오닉 일렉트릭'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고, 한국지엠은 '볼트 EV'의 국내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며 시장 선점 기회를 엿보는 등 업체마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우선 현대차는 보급형 모델 출시로 점유율 1위를 고수한다는 전략이다. 16일 현대차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여미지식물원에서 열린 '2017 국제 전기 자동차 엑스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I 트림' 출시를 선언했다. 지난 2월 2017년형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순수 전기차 론칭 이후 2016년 3749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 전체의 63.9%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I 트림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N 트림'과 'Q 트림'에 이은 경제형 모델로 기존 N 트림 대비 판매 가격을 160만 원 낮췄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판매 가격은 N 트림 4000만 원, Q 트림 4300만 원이다. 각 지자체별 보조금에 차이가 있지만, 제주도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각종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184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편,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정부 연비 인증 결과 1회 충전 주행거리 191km(복합기준 도심 206km, 고속도로 173km)를 인정받은 현대차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최대 출력 88kW(120마력), 최대토크 295N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충전 시간의 경우 급속 충전 시 24분~33분(100kW, 50kW 급속충전기 기준), 완속 충전 시 4시간 25분이 소요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테슬라의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은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다만, 테슬라의 주요 모델과 트림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같은 대중형 모델이 아닌,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고가의 모델인 만큼 직접적인 판매 간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전날(15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테슬라는 '모델S 90D'를 선발 주자로 내세웠다. 모델S 90D의 경우 테슬라의 상위 트림으로 몸값만 1억 원(기본사양 1억2100만 원, 풀옵션 1억6100만 원)을 훌쩍 넘어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같은 보급형 전기차와 직접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원을 살펴보면, 최고 시속은 250㎞이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4초에 불과하다. 한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환경부 측정 기준으로 최대 378km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교해 두 배가량 더 길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모델S 90D의 경우 공용충전소 기준으로 완속충전 시간이 14시간에 달해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행 보조금 지급 기준은 완속충전 10시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 테슬라 측은 "주행거리가 긴 만큼 5년 동안 타면 가솔린 차량 대비 유류비를 약 1189만 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출시를 앞둔 쉐보레 '볼트EV'에 대한 관심도 높다. '2017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돼 화제를 모은 볼트EV는 지난해 12월 환경부로부터 383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동력 성능을 살펴보면, 고용량 전기 모터에 기반을 둔 전동 드라이브 유닛과 고효율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이 전기차 전용 차체와 결합해 20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36.7㎏.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아직 구체적인 판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볼트 EV가 3000만 원대로 몸값이 책정, 정부 보조금 지원 혜택을 더하면 200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 개발'은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로 이 가운데 전기차는 가장 경쟁력과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테슬라의 국내 시장 진출은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향후 보편화,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브랜드도 최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은 '패스트 팔로어'의 위치에 놓여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내외 업체 간 건전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도 충전 시설과 정보 보조금 지원 등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서포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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