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머리스타일 바꿨어? 확실히 변한 것 같은데, 메이크업도 달라졌네. 보기 좋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기격납고에서 진행된 대한항공 보잉 787-9 도입 기념식에 참석한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대한항공 전무)이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건넨 말이다.
연말연초 시즌이면, 기업마다 그룹 차원의 정기 인사를 비롯해 젊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경영 승계' 작업에 열을 올린다. 총수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수 대기업에 세대교체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 형제자매 간 갈등이 낯설지 않은 것이 오늘날 재계의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 체제 전환의 9부 능선을 넘으며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한진의 순탄한 세대교체의 밑바탕에는 조씨 일가 남매의 돈독한 우애가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1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국내 항공업계의 '맏형'인 대한항공이 창립 48주년을 맞았다. 올해 초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회사 제7대 사장에 취임한 조원태 사장은 최근 전례 없는 '기내 기자 간담회'를 주관하며 눈길을 끌었다.
애초 예정된 간담회 시간인 30분을 넘어 한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 을 기자들과 대화에서 조 사장은 "지켜봐 주시면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 사령탑으로서의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본 행사 못지않게 대한항공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은 도입식 준비과정에서 보여준 조원태 사장의 태도였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격납고에 도착한 조 사장은 먼저 도착한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잘 부탁드린다" "열심히 하겠다"라며 새로 도입하는 차세대 항공기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예상에 없던 기자들과 만남이었지만, 일반적인 재계 행사에서 볼 수 있는 별도의 수행원도 홍보팀 직원들의 자제요청도 없었다. ·
사장 취임 이후 조 사장의 보여준 '소통경영'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5일에는 남자 프로배구단 '대한항공 점보스'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을 격려했고, 설 연휴 기간에는 김포 대한항공 본사 소재 종합통제센터와 정비 격납고 등 운송 현장을 방문해 연휴에도 근무하는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조 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전무의 응원 행보 역시 눈에 띄었다. 조씨 일가 남매의 우애는 재계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날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끝까지 조 사장의 곁을 지킨 조현민 전무는 조 사장의 옷매무새부터 화장법까지 살피며 신임 사장에 오른 오빠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했다. 여동생의 관심에 조 사장 역시 "머리가 이상하니?"라며 '오빠 미소'로 화답했다.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무는 국내 재벌가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자신만의 행보로 '최연소 대기업 임원', '게임 마니아'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동화책을 출간한 것은 물론 게임단 소속 선수단에 직접 학원을 소개해 학업에 매진하도록 하고 과거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재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조현민 스타일'은 이날 행사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기내 간담회'를 마치고 항공기에서 내려온 조 전무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오늘 축하하러 온 거예요"라며 수줍게 대답하면서도 기자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명함을 건네면서 "새로 도입된 항공기가 매우 개선된 점이 많은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라며 홍보를 이어갔다.
이 같은 조현민 전무의 '젊은 감각'은 조 사장의 소통 경영과 맞물리며 대한항공은 물론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조직 문화에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재벌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은 '재벌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의 '젊은 변화'는 내부적으로 노사 갈등 해소는 물론 조 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각각 대형항공과 LCC분야를 주관하는 '투 트랙' 전략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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