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삼성그룹이 설립 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오너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현재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그룹 최상층부인 오너 2, 3세가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이에 호텔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가 장녀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반으로 경영 보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리틀 이건희’로 불리며 호텔신라를 중심으로 자신의 직업군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됐다. 이에 따라 최근 추진해왔던 사업구조 개편, 사장단 인사, 인수합병 등이 모두 답보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8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인더스트리의 주총 결과를 앞두고 있다. 주총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논의하고 있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문제도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12월 초 단행하던 임직원 인사도 연기돼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데다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8’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측에서는 삼성전자가 △계열사 전문경영인(사장단)들의 합동 협의체 △미래전략실의 그룹 주도 △이부진 사장의 경영 참여 등 세 가지 방안 중 경영 정상화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경영인의 부재에 직면한 만큼 다른 오너 일가가 나서 삼성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후 호텔신라 주식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이부진 사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 역시 “이재용 부회장 부재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리틀 이건희’로 불리며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 중 가장 이건희 회장과 닮은 자녀로 평가 받아왔다. 특히, 승부사적 기질로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후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우선, 현대산업개발과 합작한 서울 시내 면세점 ‘HDC신라면세점’은 신규 면세점 중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11월 신라스테이로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든 지 단 3년 만인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엔 서울시로부터 전통한옥호텔 건립을 승인 받았다. 5번의 도전 끝에 받아낸 허가로 이부진 사장의 뚝심을 보여주는 일화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완공될 예정인 장충동 한옥호텔은 서울의 첫 도심형 한국전통호텔로 호텔신라를 대표하는 건물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았고, 이부진 사장이 직접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본사를 찾아가 인청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호텔신라 경영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전자·금융 등 삼성전자의 주력 계열사를 돌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취약한 지분도 문제가 된다.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내 계열사 지분은 삼성물산 5.47%, 삼성SDS 3.9%로,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해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일각의 추측이다”라며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 집중하고 있을 뿐 삼성그룹 경영 전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 역시 “이부진 사장은 앞에 나서지 않는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어 비상 경영 체제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고 해서 삼성의 리더십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으로 구성한 협의체가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삼성은 지난 2008년 사장단협의체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 직후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삼성은 당시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을 공식 해체하고 사장단협의체로 전환했다. 이 협의체는 이건희 회장이 공식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약 1년8개월간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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