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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직격] '獨 승마장 대리 구매 의혹' 모나미 송하경 대표 "아이고~"

  • 경제 | 2016-11-21 05:00

모나미 송하경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자택 앞에서 '더팩트'의 직격 인터뷰 요청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래마을=배정한 기자
모나미 송하경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자택 앞에서 '더팩트'의 직격 인터뷰 요청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래마을=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서래마을=이성로 기자] '압수수색을 받아 오히려 홀가분하다!'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최순실 씨, 최순실 씨의 딸이자 승마 국가 대표를 지낸 정유라 씨를 위해 비정상적인 지원을 한 삼성, 그리고 삼성을 대신해 독일에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문구업체 모나미의 '묘한 삼각관계'의 실타래는 검찰의 본격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삼성과 승마장의 실소유주인 송하경 모나미 사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펼치며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지난 8일 실시한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가 딸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스포츠컨설팅회사 '코레스포츠(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송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서 12일에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13일엔 이재용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고 18일엔 삼성의 심장부격인 미래전략실 2인자 장충기 차장(사장)을 검찰로 불렀다.

모나미 송하경 대표 역시 검찰 수사를 피해 가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송하경 대표의 자택과 협력사 '티펙스'에 압수수색을 실시해 '승마장 대리 구매 의혹'을 파헤쳤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모나미 측과 송하경 대표는 여전히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압수수색을 받아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반응마저 보인다.

국정 농단으로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이들을 지원한 삼성과 삼성을 대신해 정유라 씨의 훈련 장소로 알려진 승마장을 인수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송하경 모나미 대표 사이의 '묘한 삼각관계'의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픽=정용무 기자
국정 농단으로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이들을 지원한 삼성과 삼성을 대신해 정유라 씨의 훈련 장소로 알려진 승마장을 인수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송하경 모나미 대표 사이의 '묘한 삼각관계'의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픽=정용무 기자

◆ 납득할 수 없는 모나미의 독일 승마장 구입

문제는 문구업체 모나미의 매출 규모와 구입 계열사의 영업 이익 등을 고려해 볼 때 승마장 구입 동기를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승마장 구매가가 28억원인데 모나미가 승마장을 인수할 여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모나미는 지난해 매출 1400억원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고, 독일 승마장을 인수한 계열사 티펙스는 작년 매출 76억원에 영업이익 5억원 가량이었다. 티펙스는 6년간의 영업이익금으로 승마장을 산 셈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승마장에 돈을 넣고 투자명목이라 하는 이유 또한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의혹을 풀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한 뒤 '어렵다'는 회신을 받자 직격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2일과 15일, 16일, 17일,18일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모나미 사옥과 송하경 대표를 직접 찾아가 '대리 승마장 구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16일 오전 8시 20분경 자택에서 나온 송하경 대표를 찾아가 승마장 구입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입장 표명을 부탁했다. 취재진은 "독일 승마장 구입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고, 최근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심경을 말해달라"고 송하경 대표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송하경 대표는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한 채 아무런 말 없이 고급 밴에 몸을 실었다.

◆ 다섯 차례의 '더팩트' 직격 인터뷰 '불발'

다음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17일 오전 8시 40분경 출근하는 송하경 대표는 "모나미 관계자에게 이번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을 들었다. 정말 당당하다면 한 말씀 해달라"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이고"라며 얼굴을 찌푸린 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송 대표의 곁에 있던 모나미 관계자 역시 조금은 경직된 얼굴로 "저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18일. 송하경 대표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을 서둘렀다. 모나미 관계자는 "어떤 일 때문에 자꾸 찾아오는 거냐"라며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삼성을 대신해 정유라의 훈련지로 예상되는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하자 "자택으로 찾아오는 것은 곤란하다. 대표님은 (의혹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며 강한 어조로 말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송하경 대표가 '더팩트'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황급히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송하경 대표가 '더팩트'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황급히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모나미 관계자는 이번 승마장 구입과 관련해선 지극히 송하경 대표의 개인적인 행보였고, 최순실 씨나 삼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최순실, 삼성과는 전혀 관련 없다"

모나미 측은 "송하경 대표가 승마장을 구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나미와 관련 없는 이야기다. 모나미는 현재도 그렇고 과거에도 승마와 관련된 사업은 한 적도 계획도 없다. 지극히 송하경 대표의 개인적인 부분이라서 구체적인 비율을 공개할 순 없지만, 송하경 대표 개인 자금과 협력사인 '티펙스' 자금으로 승마장을 매매했다"면서 "티펙스 자금이 들어간 것은 독일 현지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 법인 회사가 동반돼야 이자 없이 순조롭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사실상 승마장 구입 자금은 송하경 대표가 99% 충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하경 대표는 '모나미' 1대 주주로서 13.76%의 지분(260만 310주)을 보유하고 있다. 18일 현재 모나미 주식의 주당 가격은 4415원으로 송 대표가 가지고 있는 주식 가치는 약 115억원이다. 송하경 사장과 함께 독일 승마장 인수에 개입된 '티펙스'는 화물차 운송업으로 분류된 회사로서 송 대표의 부인인 홍의숙 씨와 장남 송 모 씨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일명 '가족 회사'다.

모나미 관계자는 '대출'이란 단어를 써가며 승마장 구매가 투명하게 이루어졌음을 밝혔으나 의혹의 눈초리를 지우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삼성, 정유라 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모나미 관계자는 "송하경 대표의 승마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승마장 인수에 대해선 지난해 10월에 구매의향서를 제출했고, 최근에서야 소유권을 가져왔다. 승마장 구입 이유는 단순 개인적인 것을 떠나 사업적으로까지 넓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이 열악한 한국보단 최적의 시설과 관리인이 있는 독일에서 승마장을 구입해 말을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하경 대표는 독일에서 승마장뿐 아니라 세 마리의 말도 함께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모나미 관계자는 "이번 일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들리는 삼성과 연관성도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며 억울한 마음을 호소했다. 독일 승마장은 정유라 씨, 삼성과 별개로 구입한 것이고 이마저도 모나미 자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는데 괜한 의혹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모나미 측의 입장이다.

송하경 대표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뒤 모나미 관계자는 "송하경 대표는 압수수색을 받아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반응이다.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것을 하루빨리 증명하고 싶어 한다. 검찰 소환은 없었고, 계획조차 없다"면서 "회사 역시 같은 입장이다. 송하경 대표는 압수수색 이전과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본인 역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면서 "모나미와 송하경 대표는 이번 의혹에 대해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송하경 대표가 지난 8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뒤 결백을 밝힐 수 있게 돼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모나미 관계자는 송하경 대표가 지난 8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뒤 결백을 밝힐 수 있게 돼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삼성과 99억 계약 체결 후 독일 승마장 구입, '의혹 증폭'

최순실 씨, 삼성 그리고 모나미의 '묘한 연결고리'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모나미는 삼성과 99억원 규모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포괄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1월 18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삼성전자에 복합기 및 프린터를 렌탈해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한 달 뒤 한국이 아닌 바다 건너에서 최순실 씨와 삼성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유럽 승마전문매체 '유로드레사지'는 '스페인 유명기수 모르간 바르반콘이 자신의 말인 '비타나 브이(Vitana V)'를 한국인에게 팔았다. 최순실 씨의 딸이자 한국 승마 국가 대표인 정유라가 타게 될 것이다'면서 '삼성이 최근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샀고, 한국 대표팀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위한 훈련 장소로 쓰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승마장 인수 금액은 230만 유로(약 28억원)로 알려졌다.

유럽의 한 승마전문매체는 지난 2월 삼성이 정유라를 포함해 한국 승마 대표팀이 훈련할 곳인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매매했다고 보도했다가 인수자를 송하경 모나미 대표로 수정했다. 삼성으로부터 99억 규모의 사무용품 관리 용역 계약을 맺은 뒤 인수 사실이 밝혀져 삼성을 대신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루돌프 자일링거 홈페이지 캡처
유럽의 한 승마전문매체는 지난 2월 삼성이 정유라를 포함해 한국 승마 대표팀이 훈련할 곳인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매매했다고 보도했다가 인수자를 송하경 모나미 대표로 수정했다. 삼성으로부터 99억 규모의 사무용품 관리 용역 계약을 맺은 뒤 인수 사실이 밝혀져 삼성을 대신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루돌프 자일링거 홈페이지 캡처

곧바로 삼성이 승마 대표팀이 아닌 정유라 씨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승마장 인수주체가 삼성이 아닌 송하경 모나미 사장으로 밝혀지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세간에서는 '최순실 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구업체 모나미가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소식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그것도 삼성과 99억원에 이르는 계약을 맺고 한 달 뒤 고가의 독일 승마장 인수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의혹이 일었다. 모나미와 삼성측 간 계약규모는 99억 원으로 지난해 모나미 전체 매출의 약 6.6%이고 영업이익(97억원)을 웃돈다.

◆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 수수께끼, 검찰 조사로 밝혀지나

모나미가 창립 이후 승마와 관련된 사업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 송하경 대표 개인이 일종의 재테크 차원에서 독일에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석연찮은 투자 배경, 개인 자금 28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했다는 점과 매매 시기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모나미 측은 이와 관련 "승마장 구매에 모나미 자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모나미가 승마장을 샀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면서 "승마장은 송하경 대표와 계열사인 티펙스가 구입한 것이다"며 강변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지난 1998년부터 18년 동안 거래를 해왔고 지금까지 거래한 총액은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계약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모나미 측은 "회사는 최순실 게이트,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고, 송하경 대표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순실 씨, 삼성, 송하경 모나미 대표의 '묘한 삼각관계'가 어떻게 풀릴지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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