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스마트폰과 완성차 부문에서 '맏형'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주력 제품의 결함 소식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제품 결함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진 적은 있지만, 이번엔 미국을 비롯한 주력 수출시장에서 '간판 제품'의 판매 중단 및 대규모 리콜이라는 대형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대규모 집단소송은 물론 국내 시장에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대형 통신업체 AT&T와 T-모바일이 일제히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대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배터리 발화 결함과 관련해 교환 조치에 나선 새 제품에서 최근 또다시 발화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면서 배터리 문제를 개선한 새 제품 판매는 물론 교환 제품의 재교환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달 초 '갤럭시노트7'이 판매 재개 첫날에만 국내 시장에서 2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재흥행을 예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배터리 발화 이슈'가 진화양상을 보였지만, 지난 6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국제공항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행 사우스웨스트항공 994편 여객기 내 발화 소식 이후 텍사스주 휴스턴과 버지니아주, 대만 등에서 잇달아 리콜 제품에 불이 붙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제품 발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를 주가도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09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달 종가 대비 3.69% 내린 주당 164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 측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보도된 발화 사고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제품 자체의 결함에 따른 사고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략 회의에 나서는 등 대응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갤럭시노트7' 이슈는 그 대상이 삼성 측이 문제를 개선해 재판매에 나선 모델이라는 점에서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라며 "만일 현지 조사 결과 발화 원인이 배터리를 비롯한 제품 자체 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이번 새 제품은 사실상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실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고심이 깊어지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경쟁에 나서고 있는 경쟁사들 공세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가장 큰 경쟁제품으로 꼽히는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의 경우 오는 21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14일부터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또한, 중국 샤오미는 다음 달 중순 프리이엄급 성능을 갖춘 차새대 스마트폰 '미 노트2'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서는 '미 노트2'가 300달러(약 33만 원)대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전날 현대차는 미국에서 생산·판매된 2011~2012년형 '쏘나타'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세타 엔진 결함 소송과 관련해 결함을 인정하고 수리비용 전액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3~2014년형 '쏘나타'에 대해서도 결함이 발생할 경우 무상 수리를 하기로 한 것은 물론 문제 제기가 된 '쏘나타' 구매자 전원에게 보증기간을 10년·12만 마일까지 연장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차량 결함에 따른 리콜 소식은 인도시장에서도 들려왔다. 6일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생산한 경차 '이온'에서 클러치 및 배터리 케이블 결함이 발견돼 7600대를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했다.
대규모 보상 정책 결정으로 '급한 불' 끄기에 성공한 현대차지만, 이번 결정으로 국내에서 제기된 세타엔진 결함 논란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미국 현지에서 결정된 리콜 및 보상 정책은 미국공장 생산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조치로 국내에서 제기된 결함과 무관하다"는 견해지만, 국내에서도 시동 꺼짐과 소음 발생 등 같은 결함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자칫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지난해 6월 생산된 일부 '싼타페' 모델에 대해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검찰에 현대차를 고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현대차가 미온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집단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기된 엔진결함 문제에 대해서 아직 내부적으로 정확한 원인 규명이나 대응방안에 대해 나온 얘기가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잇따른 악재로 한국의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40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가량 뒷걸음질 쳤다. 특히, 현대차 파업과 삼성의 '갤럭시노트7' 리콜로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부문은 각각 27.9%, 24%의 감소율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삼성과 현대차의 제품 결함에 따른 판매 중단, 리콜 조치의 여파로 올 하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예년과 비교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집단 소송'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피해에 따른 소송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만일 두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집단 소송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