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됐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접대·청탁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는데요.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비위축 등 경제적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재계에서는 법령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한주는 이 김영란법이 시험대에 오른 기간이었습니다. 각 기업은 김영란법을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김영란법과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실체, K-뷰티 열풍, 산업·기업은행 국정감사 등 경제 분야에서는 한주 동안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왔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박대웅·서재근·황원영·변동진·권오철·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김영란법이 시행 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정재계·언론계 안팎에서는 법 시행 전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끄러웠는데요. 그러나 실제 이 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죠. 그래서 재계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과연 재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을까요.

◆ "퇴근이 빨라져서 좋기는 한데…" 김영란법 시행 재계 분위기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재계와 언론계는 물론 공무원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더팩트>에서도 법 시행 첫 주말 용인시 내 골프장을 찾아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죠.(2016년 10월 2일 자 <[TF현장] "절반은 없어질 것" 김영란법 첫 주말 골프장 '노심초사'> 기사 내용 참조)
'접대 문화'의 숨이 많이 죽었다는 얘기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도 기사화했지만, 실제 취재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더 심한 것 같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짧게 요약하면 아무것도 하지말란 게 정답일 듯합니다. 괜한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에 극도로 조심스럽다 하더군요. 우선 대기업 홍보팀 직원들의 스케줄 변화가 눈에 띄었는데요. 기업마다 '구설에 오르면 안 된다'는 불안이 팽배해지면서 미리 약속을 잡았던 저녁 자리나 골프일정 등은 이미 법 시행 전부터 모두 취소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습니다.
-실제로 법 시행 당일에는 주요 대기업 홍보팀 직원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대부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죠. 달라진 분위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기업 기자실은 주차권을 지급할 수 없게 돼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유료화 정책 관련 공고문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기자실은 평소보다 3분의 1 정도 빈자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홍보 업무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표면적으로는 "건전한 사회 문화가 조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특히, 일부 홍보팀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인력 감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입사 5년 차부터 홍보만 15년 가까이 해왔는데 다른 업무를 하게되면 잘할 수 있을지,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고 한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다른 대기업 홍보팀 차장은 "홍보팀 업무가 꼭 밖에서 기자를 만나고 식사를 하거나 술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일정에서 대면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퇴근이 빨라져서 좋기는 한데 이 같은 분위기가 수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눈치 아닌 눈치가 보일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기업마다 김영란법 대응 방식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방송, 인터넷, 일간지 등 매체 성격별로 그룹을 나눠 홍보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그룹별로 다수의 인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인원 감축 또는 부서 축소에 나서는 기업이 생겨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죠.
-물론 모두가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3.5.10' 등 나라에서 정한 룰만 지킨다면 문제 될 것 없고, 되레 저녁 자리를 줄이고 점심과 티(tea) 미팅을 활성화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죠. 일부 홍보팀 사이에서는 "솔직히 저녁 메뉴를 닭갈비나 족발 같은 메뉴로 정하면 부담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보내기에 충분하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인 만큼 앞으로 재계에서도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 신격호, 자녀보다 깊은 서미경을 향한 사랑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재계 현장 변화는 시간을 갖고 꾸준히 다뤄보도록 하죠. 이제 롯데그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차례인데요. 최근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된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네요. 이번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네. 검찰과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신 총괄회장이 서 씨와 딸 신유미 씨 개인과 모녀가 소유한 경유물산에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양도했습니다. 이는 두 아들 신동주·동빈 형제보다 많은 지분으로, 롯데 오너 일가 중 단연 많은 지분율인데요.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1.6%와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 총괄회장은 0.4%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 총괄회장이 유독 서미경 씨 모녀에게 총수 일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준 이유는 뭘까요?
-이 부분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재계는 신 총괄회장의 서 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 바로 '사랑이 아닐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 낭만적이네요.
-보기에 따라 낭만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오너 일가 내 지지기반이 약한 서 씨 모녀를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포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통해 하츠코 여사는 오너 일가에서 영향력과 함께 경제적 안정도 이루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생모이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고령의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변고 시 서 씨 모녀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함과 동시에 경제적 안정도 이루기 위해 롯데홀딩스 지분을 1997년 넘긴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통념적인 시각이네요.

◆ 한국은 화장품 수출국? K-뷰티 열풍
-너무 무거운 주제만 다룬 것 같네요. 이번엔 산뜻(?)한 유통업계 소식을 접해보도록 하죠.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입니다. 행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유통업체뿐 아니라 제조업체, 문화·공연업체까지 모두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보다 훨씬 열기가 뜨거운 것 같네요. 게다가 중국 최장연휴인 국경절을 맞아 관광 온 유커들까지 가세했다고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이나 소공동 일대 백화점, 면세점, 쇼핑센터 등을 가보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맞아 놀러 나온 한국 사람과 유커들이 뒤섞여 부딪히고 치이는 등 북새통입니다.
-모든 제품이 싼 건 아닐 텐데 어딜 가나 인산인해인가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아이템이 화장품이라고 하죠. 화장품 매장은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꽉꽉 차 있습니다. 다소 한산한 의류 및 잡화 매장과 비교하면 확실히 화장품 매장이 인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K-뷰티가 열풍이라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몇몇 중국인은 큰 사이즈 캐리어(여행가방)에 화장품을 쓸어담고 있었고 화장품 세트 수십 개를 사는 중국인들도 있었는데요. 면세점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이죠. 유커에 파묻혀 면세점 직원이나 제품이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인기 있는 브랜드가 있었나요?
-설화수, 후, 숨37, 오휘, 헤라, 라네즈, 이니스프리, 메디힐 등 매장에 유커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유커들이 팩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다들 팩을 몇 개씩 사더라고요. 전지현이 광고했던 입생로랑 립스틱은 품절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가 궁금한데.
-설화수와 후, 숨37, 오휘 등은 꾸준히 인기가 있었던 브랜드로, 이미지 전략이 중국인들에게 잘 먹힌 것 같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죠. 유럽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데 국내 제품은 가격이 낮으면서도 품질이 좋으니까 그 대안품으로써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요. 또 K-POP, 국내 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국내 유명 가수나 배우가 쓰는 (또는 광고하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 '이동걸 vs 조양호' 한진해운 사태, 물류 대란은 누구 책임?
-마지막으로 국정감사(국감) 이야기를 안 들어볼 수 없죠. 특히 지난 4일 산업·기업은행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감이 있었는데요. 국감의 타깃은 당연히 산업은행이었겠죠.
-그동안 산업은행은 조선·해운업에 대한 부실관리로 숱한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특히 최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 대란 사태로 관심은 더욱 집중됐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한 국감이었지만, 질의 대부분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쏟아졌습니다.
-이 회장에게는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이었겠네요. 이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와 산업은행의 책임에 대해 어떤 답을 했나요?
-국감 초반에는 산업은행의 혁신안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산업은행은 9월 중 은행 관리 및 자회사 감시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이 회장은 "혁신안이 완성됐으며, 관계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이다. 조만간 발표할 테니 혁신안을 확인하고 평가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은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여부만 기다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요. 물류 대란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살짝 물러서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국감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참석했죠. 조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고 하던데, 어땠나요?
-점심시간을 마친 뒤 이어진 오후 국감에 조 회장이 등장했습니다. 오후 국감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국감장 안팎에는 많은 취재진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조 회장이 등장하자 곳곳에서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조 회장은 증인석에 앉기 전 이 회장과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시작된 국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고 하던데, 조 회장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조 회장은 '한진해운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반박했는데요. 그는 "한진해운 인수를 통해 정상화를 하려 했지만, 외국 선사에 밀렸다"며 "최대한 노력했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장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전 대책회의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기로 했지만, 돌연 태도를 바꿨다"고 말한 것과 달리 조 회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를 막기 위해 채권단을 설득했지만 이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채권단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는 듯 보였습니다.
-당초 예상하던 대로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벌어진 거죠. 국감 전 인사를 나누던 이들이 어느새 적으로 변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잘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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