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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물품대금 2억 원 돌려달라"...한 중소업체의 '기막힌' 소송

한 건설 시행사가 삼성전자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2억 원의 손해를 보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물품대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설시행사는 2억 원 상당의 대금을 두 차례 지급한 뒤에야 물품을 납품받았다. /건설시행사 제공
한 건설 시행사가 삼성전자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2억 원의 손해를 보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물품대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설시행사는 2억 원 상당의 대금을 두 차례 지급한 뒤에야 물품을 납품받았다. /건설시행사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 중소 건설시행사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 "2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을 돌려달라"며 물품대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설시행사는 지난 1월 경기도 평택 지역 신축 모 오피스텔 47개 호실에 삼성전자의 TV,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삼성전자 B2B 대행업체 A사를 거쳐 대금 총 2억1798만 원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이 대금을 해당 대행업체 기존 채무와 상계처리했다. 물품과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시행사 측은 지난 7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물품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건설시행사 대표 문 모 씨는 최근 <더팩트>와 만나 "삼성전자의 B2B 대행업체 A사가 가지고 있는 CMS(자금관리서비스) 계좌를 통해 물품대금을 지급했다. 삼성전자와 직접 거래를 하고 싶었지만, 대행업체를 통해서만 거래를 하는 시스템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삼성전자 예금계좌로 입금한 2억1798만 원은 대행업체가 삼성전자에 변제할 기존 채무로 상계처리됐더라. 대행업체가 삼성전자에 갚아야 할 돈을 삼성 측과 아무런 채무관계가 없는 개인이 대신 갚아준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대행업체에 물품을 공급한 후 CMS를 통해 대금을 지급받는 '정상적인 처리 과정'이었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문 씨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직접 물품공급을 약속한 사실이 없고, 대행업체 A사에 받을 채무가 있기에 그 대금을 채무변제에 충당했을 뿐이라는 주장으로 추후 물품대금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행업체 A사는 삼성전자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건설시행사 제공

◆ 건설시행사 "'삼성'이라는 회사를 믿고 입금했다"

문 씨는 자신의 건설시행사가 주관하는 오피스텔 및 공동주택 47개 호실에 삼성전자의 TV,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드럼세탁기, 오븐 등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문 씨에 따르면 물품대금은 지난 1월 삼성전자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입금했다. 이 과정은 삼성전자 B2B 대행업체 A사가 가지고 있는 CMS 코드를 함께 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품대금 결제 시 사용되는 CMS 코드를 통해서만 삼성전자가 입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된 물품 납기일(4월), 문 씨는 대행업체 측에서 연락을 받지 않자 삼성전자에 직접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입금한 2억1798만 원은 모두 대행업체가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할 기존 채무 건으로 처리됐다'는 말을 들었다. 문 씨는 '왜 삼성 마음대로 대행업체에 대한 채권과 상계처리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삼성전자는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엄격히 따지면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대행업체의 탓이 크다. CMS 처리 방식의 허점을 악용한 대행업체의 사기 행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씨는 "내가 거래한 건 삼성전자다"며 대행업체보단 삼성전자에 책임을 묻고 있다. 그는 "대행업체를 거쳐 거래를 한 건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그 대행업체가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직접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대행업체는 삼성의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회사를 믿고 돈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 돈도 삼성전자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2억 원을 추가로 내고 제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2억 원어치 물품을 4억 원을 주고 산 것이다"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삼성전자가 대행업체를 끼워서 돈을 이런 식으로 버는구나'라는 생각마저 했다. 아직도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대행업체가 일으킨 문제를 왜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행업체 A사는 삼성전자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건설시행사 제공
대행업체 A사는 삼성전자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건설시행사 제공

◆ 사라진 2억 원, 삼성전자 "안타깝지만, 우리와 문제가 아니다"

문 씨와 삼성전자 측은 지난 7월 한 차례 만났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1500여 개 대행업체와 물품공급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리점이 입금하는 물품대금 개별 건을 모두 직접 확인하고 해당 대리점의 채무 변제에 충당하는 등의 채권관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CMS를 활용해 물품대금 채권관리 업무를 처리한다. 삼성전자는 "대행업체가 문 씨의 물품대금 건이 아닌 기존 채무 건으로 돈을 넣어 자동 처리됐다"며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행업체와의 대리점계약에 근거해 돈을 받았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행업체의 사기로 한 개인이 피해를 보았다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 씨가) 대행업체에 사기를 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프다"며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와의 문제가 아니라 대행업체와의 문제인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물품대금 건과 관련된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회사 측은 '개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없는가', '이러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거래를 해야 하느냐', '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대행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았는가' 등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물품대금반환 소송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 씨 입장에서는 대행업체가 아닌 돈을 돌려줄 자력이 있는 삼성전자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세준 법률사무소 제하 대표변호사는 "시행사는 거래 시스템에 따라 대행업체를 거친 것이지 애초에 대행업체와 거래를 할 계획은 전혀 없었고,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며 "중간에 계약서의 내용을 검토해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겠으나, 상식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대행업체와 계약 관계였던 삼성전자가 아예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행업체 A사 측은 이번 소송 건에 대해 입을 굳게 닫았다. <더팩트>는 물품 계약 당시 업무를 맡았던 대행업체 담당자에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받지 않았다. 문 씨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반환 소송과 별개로 대행업체 측 대표를 사기죄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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