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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폰 사용하나요?' 이재용의 삼성, 경영 소통방식이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연착륙에 성공한 삼성그룹이 내부 조직 개편에 이어 주력 계열사의 공격적인 M&A 단행 등으로 발 빠른 변화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연착륙에 성공한 삼성그룹이 내부 조직 개편에 이어 주력 계열사의 공격적인 M&A 단행 등으로 발 빠른 변화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연착륙에 성공한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이 주력 계열사 이전 등 내부 변화에 이어 '선택과 집중'에 기반을 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높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삼성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변화가 이 부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 핵심 3대 신수종 사업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새 사령탑의 색깔이 그룹 전체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의 변화는 크게 '안에서의 변화'와 '외형 변화'로 나눌 수 있다. 16일 삼성그룹의 대표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전 직원은 서울 서초 사옥 C동으로 출근했다. 태평로 사옥 매각 이후 지난 7월부터 일부 부서별로 사옥 이전을 진행해 온 삼성생명이 한 달여 만의 모든 작업을 마치고 '서초동 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미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일부 사업부서 거처를 삼성서초사옥에서 각각 수원 영통의 '디지털미디어시티'와 판교 '판교 알파돔시티'로 옮기며 '새판 짜기'에 나선 삼성은 삼성생명 외에도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나머지 금융 계열사에 대해서도 이달부터 연내 서초 이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내부 변화 외에도 최근 삼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MA&A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북미 지역 고급 주방가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고급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수 규모가 약 1000억~1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북미 지역 고급 주방가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고급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의 굵직한 M&A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북미 지역 고급 주방가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고급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의 굵직한 M&A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굵직한' M&A 추진은 지난 6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인수, 캐나다 스타트업 광고회사 애드기어 인수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체의 인수 규모가 3조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M&A가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과거 다수 대기업에서 추진해 온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미국 내 고급 가전 시장 진입', 'SW 부분 역량 강화' 등 뚜렷하고 확고한 목적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 역시 달라지고 있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전망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조5806억 원(지난 11일 기준)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MA&A 행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대기업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정체성과 무관한 M&A를 추진하다 손해를 본 사례도 적지 않았다"라면서 "그러나 지난해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푸페이 인수 등 최근 삼성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사례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인 M&A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별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CEO들이 있다고 해도 인수 규모만 수천억 원에 웃도는 대형 M&A의 경우 그룹 총수의 의중 없이는 섣불리 추진되기 어렵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공백 이후 최근 1~2년 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추진된 대형 인수 건 역시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마인드가 상당 부분 녹아있는 결과물이자 앞으로 삼성이 나아갈 사업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재용 체제' 전환 이후 삼성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는 기존 연공서열식 방식에서 벗어나 철저히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 도입, 글로벌 기업과 직접 비교를 통한 자성 등 과거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고 그 폭이 넓다.

지난해 막내딸이 출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오른쪽)과 어머니 홍라희 관장의 모습./더팩트DB
지난해 막내딸이 출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오른쪽)과 어머니 홍라희 관장의 모습./더팩트DB

특히, 이재용 부회장만은 선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로 조직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막내딸이 출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이 <더팩트> 기자에게 "갤럭시를 사용하면 얘기 같이 나눌 텐데"라며 '갤럭시 S6'를 선물한 일화는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수제화 업체 브러셔에 방문해 신발을 구매하면서 회사 대표와 구두 장인에게 '갤럭시S7 엣지'를 선물한 것은 물론 지난 1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친 고 강태영 여사 빈소에서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를 보고 "왜 애플(아이폰) 사용하나요?"라고 물어보는 등 재치있는 방법으로 자사 시그니처 브랜드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기존 재벌가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일반과 소통하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독특한 경영 마인드는 삼성의 색깔이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외부에 각인하는 상징성 외에도 수평적 조직문화와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조직개편을 완성하는 밑거름이자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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