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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된 경유차…'티볼리' 원맨팀 쌍용차 어쩌나

  • 경제 | 2016-06-10 10:59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양산형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양산형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경쟁사들이 저마다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양산형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쌍용차는 아직 이렇다 할 신차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프레스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는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쌍용차의 불참 이유에 대해 '주최 측과 마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신차의 부재'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번 부산 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가 자사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 2세대 '볼트'와 '준대형 SUV 'QM6'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반면, 쌍용차가 올해 새로 내놓은 모델은 플래그십세단 '체어맨W'의 고급형 '체어맨W 카이저'와 '티볼리'의 롱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단 2대 뿐이다. 이마저도 기존 모델의 부분변경 형태일뿐 진정한 의미의 신차는 내놓지 못했다.

쌍용차가 올해 새로 출시한 모델은 플래그십세단 '체어맨W'의 고급형 '체어맨W 카이저'와 '티볼리'의 롱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단 2대 뿐이다.
쌍용차가 올해 새로 출시한 모델은 플래그십세단 '체어맨W'의 고급형 '체어맨W 카이저'와 '티볼리'의 롱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단 2대 뿐이다.

턱없이 부족한 라인업에 이어 친환경차의 부재 역시 쌍용차로서는 고민거리다.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이슈와 미세먼지에 따른 대기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제한할 것"이라며 고강도 제제를 예고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들도 서둘러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 등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친환경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아이오닉'을 비롯한 친환경차 모델 라인업을 확보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오는 2018년 차세대 전용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을 출시하고,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차종을 2개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친환경차 개발 플랜을 최근 발표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최근 출시한 최초 하이브리드 SUV '니로'에 이어 'K5 PHEV', 'K7 하이브리드' 등을 내놨다.

쉐보레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전기자동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쉐보레는 친환경 전기차 '볼트'를 올 하반기 국내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르노삼성자동차는 판매 중인 전기차 'SM3 Z.E.'에 이어 2인용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출시한다.

이와 달리 쌍용차는 친환경차 개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SIV-2'를 공개한 이후 쌍용차 측이 친환경차 개발 계획이 공론화한 것은 지난달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연내 친환경차 출시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개발 계획을 드러낸 것이 전부다.

여기에 판매량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티볼리'가 최근 정부가 시행한 도로주행시험에서 유해물질 배출량이 기준치의 10배 이상 검출됐다는 소식 역시 부담이다.

지난달 16일 환경부가 국내 판매된 디젤차 20개 차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0일 동안 조사한 결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티볼리'는 기준치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은 km당 0.86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1.36g/km)에 이어 국산차로는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그나마 정부의 제재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쌍용차 측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자칫 '티볼리'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기준으로 '티볼리'는 국내 시장에서 모두 5490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쌍용차 전체 내수 판매량(9191대)을 고려하면 10대 가운데 6대는 '티볼리'가 차지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도 쌍용차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티볼리'에 편중된 쌍용차의 이 같은 '불균형 구도'가 한몫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들도 서둘러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 등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친환경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쉐보레 '볼트',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 '니로'(위쪽부터)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들도 서둘러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 등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친환경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쉐보레 '볼트',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 '니로'(위쪽부터)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 이번 환경부의 조사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작동 중단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다"라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제시를 주문하면서도 "환경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닛산과 르노삼성에는 올해까지 대안을 마련하라고 한 반면, 질소산화물 배출 3위에 오른 '티볼리'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티볼리' 판매를 제한하면 쌍용차 경영에 직격탄이 될 것을 우려한 '면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쌍용차 브랜드는 '티볼리'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한 기술적인 한계 속에서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쌍용차 측은 "최근 경유차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티볼리'의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가솔린 모델 비중이 디젤 모델보다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차 개발 부분은 여러 가지 시장 인프라를 고려해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도 연내 어떤 식으로든지 (친환경차 개발 관련) 로드맵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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