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현장 취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박대웅·서재근·황원영·변동진·박지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 서재근 기자] 사진 한 장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한 주었습니다. <더팩트>의 현장 취재가 빛을 발했는데요. 그 얘기부터 풀어볼까요.
-네. 지난 한 주 재계 안팎의 눈과 귀가 서열 1위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쏠렸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단 한번도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얼굴을 보이지 않은 오너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삼남매의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 카메라에 단독으로 잡혔기 때문입니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기업정신과 얼을 기리는 호암상 시상식은 삼성그룹 연례행사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행사로 꼽히고 있는데, 삼남매 참석은 당연히 예상되지 않았나요?
-그런데 시상식에는 이재용 부회장만 홀로 참석해 취재진의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상대적으로 <더팩트> 단독 사진에 관심이 집중된 원인이기도 하고요.
-재밌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사실 삼성그룹은 아직도 이건희 회장 부재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삼성물산의 주식 저평가 논란과 삼성SDS발 사업재편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요.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호암아트홀에서 진행된 '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이 부회장을 제외한 일가족 모두가 불참하면서 '불화설' 등 각종 추측이 잠시 난무했죠. 그러나 이어진 음악회에서 <더팩트>의 취재로 이들 삼남매의 우애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 6개월여 만에 '한 자리' 모인 삼성家 삼남매 '화기애애'
- 지난 수요일(1일) 진행된 '제26회 호암상 시상식'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고요?
- 네. 올해 호암상 시상식은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행사인데요. 삼성그룹은 매년 호암상 시상식 기념행사로 신라호텔에서 만찬을 진행했었죠. 그러나 올해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호암상 수상자와 그룹 임직원, 그룹 오너 일가가 한 데 모인 가운데 음악회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이재용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도 나오던데요?
-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입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번 호암상 시상식 기념행사의 변화를 두고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연장선이란 해석도 내놨죠. 그간 삼성그룹 측에서도 기존 만찬 형식의 기념행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종종 나왔다고 합니다. 재계 서열 1위 삼성 오너 일가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각종 매체 간 취재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았고, 행사의 주인공인 수상자들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 본연의 목적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왔던 거죠. 이 부회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했다고 하네요.
- 오너가 삼남매의 만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6개월여 만에 이들 남매가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사실 음악회가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홍라희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했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이후 모든 궁금증이 풀렸죠. 이날 이들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화목한 오누이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5분여 동안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끊이지 않았죠.
- 음악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한데요.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끝났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연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이번 호암상 기념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인재개발원 입구에서부터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해 사실상 출입이 불가능했죠. 때문에 현장 분위기는 음악회에 참석한 임직원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마디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여직원들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었답니다. 비결은 바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효과'에 있던 거 같더라고요.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이 피아노 독주를 펼쳤는데요. 수준 높은 연주를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데 감동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죠.
-행사 종료 시간에 얽힌 에피소드를 깜빡할 뻔했네요. 애초 행사 종료 예정시간은 오후 9시였는데요. 이날 실제 공연은 오후 9시 30~40분쯤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조성진 팬(?)들의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죠. 후문으로는 그룹 임원들보다 그 배우자들의 반응이 열정적이고 뜨거웠다고 합니다. 실제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언급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 지하철 공사장 폭발·붕괴 사고 현장에 시공사 포스코건설은 없었다
-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폭발사고였는데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그릇된 관행이 빚어낸 참사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팩트> 취재기자들도 끔찍한 참사 현장을 직접 찾았는데요.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한 끔찍한 사고 현장은 어땠나요?
- 가스폭발로 인해 철근이 휘어지고 지반이 무너지는 등 그야말로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만 보더라도 당시 상황을 짐작게 하는데요.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었죠.
- 지금은 사고 이후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공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재발을 막기 위해선 말이죠.
- 사상자는 모두 포스코건설의 협력 업체인 매일ENC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였습니다. 이들은 안전장치와 안전 관리자가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지하 15m 공구로 내려가 1500도 이상 고온으로 철근을 자르는 용단(용접 절단)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가스 누출 경보기와 환기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추후 발표도 있었고요. 포스코건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포스코건설 측의 책임 회피 정황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 네. <더팩트> 취재진은 현장에서 소방 당국의 사고 브리핑이 끝난 직후 포스코건설 측의 현장 책임자를 찾아 나섰는데요. 그 누구도 속 시원한 입장을 밝힌 이가 없었습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은 폭발사고의 후폭풍을 의식한 듯 사고 원인 등 1차적인 질문에 즉답을 회피한 채 모든 질문을 우선적으로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돌렸습니다. "시공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홍보 관계자를 통해 답변을 들으라"고 답한 뒤 자리를 피했습니다.
- '발주처도 책임이 있는데, 왜 시공사인 우리에게만 그러느냐'는 반응이군요.
- 정확히 보셨어요. 결국 포스코건설 측은 사고 발생 5시간쯤 지난 뒤에서야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포스코건설 측의 향후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었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사고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자살보험금 지급, 당국 압박에도 '빅3' 등 생보사 '모른 척'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업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생보사)에 보험금 지급을 압박하고 있음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라고요?
-최근 금융 당국은 대법 판결과 관계없이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등이 2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가장 큰 ING생명과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사 '빅3'는 대법 소멸시효 관련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당국의 압박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네요.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요?
-금융감독원은 최근 2014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 검사에 따른 후속조치로 제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보험사 또는 임직원에 대한 문책 및 영업정지 등의 제재도 내려질 것으로 예상돼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그동안 보험사들이 민사 소송 등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려면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생보사들이 보험금 지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법 소멸시효 판결이 언제 나올지 정해진 게 없어 기다려봐야 하는데요. 시민단체 등은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확하지 않아 싸움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대법이 '미지급'으로 판결할 가능성도 있어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법적 근거 없이 지급할 경우 자칫 배임죄로 소송당할 우려도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당국이 제재를 가한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과징금, 징계 등 제재만 받고, 가입자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나 몰라라' 식이 아니냐며 책임회피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약관에 버젓이 있는 내용을 지키지 않으니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네요. 현재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현재 14개 생보사가 당국에 신고한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은 2980건으로 금액으로는 2465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금액 기준으로 2003억 원으로 전체 자살보험금의 81%나 됩니다.
◆'숙취 해소' 실종된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 '아쉬워'
- 최근 편의점 위드미에서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 화제라고 하는데요. 어떤 아이스크림인가요?
- 네. 이 아이스크림은 헛개나무 열매 농축액이 들어가 있는 아이스크림인데요. 이름도 숙취 해소 제품답게 '견뎌바'로 출시됐습니다. 특히나 아이스크림에 숙취 해소 효능이 들어간 것은 업계에서도 처음이라,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출시 한 달도 안돼 편의점 위드미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매출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이라, 정말 아이디어가 신선한 것 같네요. 그렇다면 실제로 도움이 되던가요?
- 사실 이번 체험기를 쓰기 위해서 지인들을 동원해 술자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먹어보라며 한 개씩 사다 줬는데요. 실제 지인들의 평가는 '숙취 해소 기능이 있다기보다는 차가워서 술이 깬다'는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 재미있네요. 아이스크림이 너무 차가워서 술이 깰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실제 숙취 해소 기능이 매우 약한 것인가요?
-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헛개나무 열매가 숙취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추출액이 특정 식품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효과로 발휘한다고 볼 수는 없는 법이죠. 용량 대비 얼마나 들어가야 효과가 있는지 혹은 임상시험은 했는지 등으로 판단할 수 있을 텐데, 견뎌바는 이러한 자료가 구체적으로 없거든요. 사실 기능성 식품이 아니기에 이런 부분을 입증할 의무가 없습니다.
-아 그렇다면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이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보장은 못 한다는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분들도 숙취 해소 기능을 기대하기보다는 단지 재미로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숙취 해소를 기대한다면 다른 것을 찾는 게 나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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