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현장 취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황진희·박대웅·서재근·황원영·변동진·박지혜·김아름·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박대웅 기자] TV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던 재벌가 혼사가 지난주 이뤄졌습니다. 재계 순위 2위 현대차그룹과 중견그룹 애경이 사돈을 맺으며 재계에 새로운 혼맥 지형을 형성한 것이지요. 재벌가의 혼맥은 단순히 집안과 집안이 결합하는 가문의 중대사를 넘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다양한 이슈 현장을 찾는 <더팩트> 경제팀 기자들이 전하는 현대차와 애경이 사돈되던 날의 뒷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 현대차·애경 결혼식 답례품은 분청사기, 어떤 의미가 있나요?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혼배미사 형식으로 진행된 결혼식 하객들에게 전달된 답례품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이 선택됐나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씨가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성당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식권 대신 흰색 종이가방에 담긴 답례품을 받아 가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그래서 확인했습니다. 나무 박스에 조심스럽게 포장된 답례품은 고풍스러운 멋을 내는 분청사기였습니다. 이 분청사기는 혼주인 정성이 고문이 선택한 것으로 밥그릇 형태의 사발이었습니다. 특히 분청사기에 새겨진 그림은 조선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그려진 것으로 복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답례품인 분청사기는 분청방지 기법의 대표적인 작가 허상욱 씨의 작품으로 가격은 제작자의 '오프더레코드'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불교신자 아닌가요?
-네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성이 고문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랍니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배경에는 정성이 고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합니다.
◆ '현대가 며느리' 노현정, 연이어 집안 행사 참석 이유는?
-4년간 은둔했던 '그녀'가 최근 잇따라 집안 행사에 참석하네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를 향한 취재진의 반응은 어땠나요?
-시쳇말로 '핫(HOT)하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자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현정 씨는 4년 만의 은둔설을 접고 최근 잇따라 현대가의 대소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노현정 씨는 이날 낮 12시 30여분쯤 아들 손을 꼭 잡고 명동성당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등장에 현장에 있던 수십여 명의 취재진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결혼식장이 아닌 영화제 레드카펫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습니다.
-패션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시조부 정주영 명예회장 기일에는 옅은 푸른빛 한복으로 단아한 멋을 자랑했던 노현정 씨는 이날 결혼식에는 연보라색 저고리와 연두빛 치마 한복을 입고 봄날에 어울리는 화사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특히 결혼식 후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이를 지켜보던 대여섯이 모인 무리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며 그녀의 미모를 칭찬하기 바빴습니다. 일말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노현정 씨의 여전한 미모에 놀라움을 자아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노현정 씨를 향한 관심은 비단 외모에만 있지 않을텐데요.
-노현정 씨는 2012년 자녀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당시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입학처장인 미국인 A씨와 공모해 영어 유치원에 2개월 다니게 한 후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아 외국인학교에 전학시킨 혐의로 다음 해 8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현대가에서 노현정 씨를 가족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라는 추측 등이 호사가의 입길에 오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금 활동을 재개한 무대는 바로 지난달 시조부의 제사 때였습니다. 당시 그녀는 여전히 단아하고 고운 자태로 참석했고, 재계 일각에서는 '노현정 씨가 4년여 동안 충분히 자숙한 만큼 다시 현대가 행사에 참석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게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가 기업 관계자는 팩트를 알 수는 없지만 연이어 집안 행사 참석하는 것을 보면 집안 어른들의 말씀이 있었던 게 아니냐 추측했습니다.
◆ 박용만 회장 '굴욕?' 취재진도 알아차리지 못한 수수함
-기자도 못 알아 본 재계 회장님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주인공은 지난해와 올 초까지 만해도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인 두산그룹의 산적한 현안으로 이슈의 중심에 있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입니다. 그는 지난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 서울 한남초등학교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이 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모두 8명의 유명인이 찾았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연예인 박해진, 이승철, 김소현-손호준 부부, 아나운서 박지윤-최동석 부부 등이 참정권을 행사했습니다.
-박용만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만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투표소를 찾았는데요. 앞서 투표장을 가득 메웠던 취재진은 하필 15분 전인 오전 8시15분 투표소를 찾은 양승태 대법원장 관련 기사 마감을 위해 썰물처럼 빠졌고, 그나마 남아있던 7~8명의 기자들도 박용만 회장의 등장에 '무반응'을 보였습니다.
-웬만한 유명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던 박용만 회장에게 무반응이 생소했을 거 같은데 박용만 회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용만 회장도 그런 반응이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피기까지 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다녀간 직후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재벌 회장님' 답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에 동료 기자들은 나중에 '박용만 회장이다!'보다는 '박용만 회장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한 기자는 '회장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라고 혼잣말 할 정도였죠.
◆ '갑질 파문' 정일선 사장, 취재진 질문에 예민한 반응
- <더팩트>가 만나본 갑질 파문의 당사자인 정일선 사장은 어땠나요?
-정일선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은 A4 100장이 넘는 매뉴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장본인로 <더팩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비앤지스틸 본사 앞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는지 아니면 로비에서 타는지 확실치 않아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15일 오전 9시쯤 회사에 출근하는 정일선 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상당했습니다. 말을 걸자 "다음에요"라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갑질 매뉴얼에 대해 묻자 대답 없이 손사래만 쳤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 아직 이렇다할 해결점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취재진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계속 따라붙자 급기야 경호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언제 나타났는지 가로막았습니다. 극도로 예민한 모습이었습니다.
- 그날 오후 1시에는 명동성당에서 현대가 결혼식이 있었는데, 정일선 사장은 참석했나요?
- 정일선 사장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어 불참한다고 했지만 최근 논란을 의식한 의도적 불참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입니다. 정일선 사장은 그간 범현대가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출석할 만큼 출석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혼식이라는 축하자리가 자신을 향한 부정적 이야기로 채워지며 자칫 '불청객'으로 전락하는 걸 우려한 자의 반 타의 반 불참이라는 의견이 많더군요. 결혼식 시작 30분 전에 만난 현대가 기업 관계자는 '그분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을 보니 사전에 조율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잠정실적 발표' LG전자 시대 열리나?
-이번 주 실시간 검색어에 이색적인 키워드가 떴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검색어의 주인공은 바로 LG전자입니다. 지난 11일 LG전자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평가는 LG전자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LG전자의 잠정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5052억 원으로 애초 시장 전망치였던 4000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결과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 바로 직전 분기보다 44.8% 증가한 수치입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서프라이즈'라고요.
- 흥행몰이 중인 G5 덕이 컸겠죠?
-아닙니다. 이번 잠정실적은 G5 출시 전 집계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는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대신 '깜짝실적'의 일등공신은 모니터,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H&A 사업부분입니다. G5 판매량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됩니다.
- 2분기 G5 판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네. 업계는 적자에 시달리는 MC사업부가 '턴 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MC부문까지 실적개선에 가세하면 2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에서 검색 수치가 급상승했다는 'LG 시그니처' 판매량 역시 2분기 실적에 반영된다고 하니 'G5'와 함께 쌍두마차를 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호실적에 따른 LG전자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꾸준히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LG전자 내부에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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