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구글의 알파고가 승리한다면 인류가 기계보다 유리하다고 믿었던 마지막 영역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이 경기의 결과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英 가디언)
마지막 영역이 무너졌다. 인류 대표로 나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첫 경기에서 패배했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이 전세계 1위 바둑고수 인간을 꺾고 승리했다. 아직 4번의 경기가 더 남았지만 전문가들은 ‘패배’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트 챌린지 매치’ 5번기 1국은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다. 이세돌 9단이 186수만에 불계패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격파해 인간 프로기사를 이긴 최초의 인공지능이다. 전문가들은 이후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기려면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불과 5개월 뒤인 이날 세계 바둑 1인자까지 제압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알파고가 실수를 범하면서 점점 이세돌 9단에 유리한 형세로 기울었지만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으로 ‘한 방’을 날려 전세를 뒤집고 승리했다.
바둑계는 당초 알파고가 포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세돌 9단에 비해 두세 배 빠르게 수를 둘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비 지향적인 수를 둘 것으로 예측했으나, 의외로 알파고는 공격적인 기질을 보여줬다. 게다가 불리할 때는 승부수를 띄우며 호기롭게 한수 한수 이어갔다.
바둑 해설자들 역시 “알파고가 창조적인 수를 두진 않았지만 인간 바둑 기사처럼 속도를 조절하며 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기의 대결’, ‘인류의 자존심’ 등의 타이틀을 어깨에 짊어진 이세돌 9단과 달리 감정이 없는 알파고는 바둑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알파고는 102 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했다. 이에 이세돌 9단이 장고를 거듭했으나 결국 돌을 던져 패배를 인정했다. 불계승이란 집 수의 차가 뚜렷하게 많아 계산할 필요도 없이 이긴 것을 말한다.
바둑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바둑 전체적인 형세를 판단하는 능력을 알파고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놀랍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알파고의 실수한 것도 철저히 계산된 전략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창혁 9단도 “감정이 없는 알파고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국 내내 실수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현욱 8단은 “전반적으로 이겨야 하는 흐름이 이어졌음에도 이세돌 9단이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자 방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졌다기보다 본인의 실수에 진 것”이라며 “첫 대국이 중요한 경기인데 패배로 끝나면서 2국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세돌 9단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경기를 훌훌 털어버리고 내일 2국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바둑계의 관심은 이세돌 9단의 반격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제2국은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 호텔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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