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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김필수 교수 "수입차 소비자는 '호갱'? 허술한 법 때문"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늘날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허술한 법체계와 이를 악용하는 수입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꼽았다. / 대림대학교 = 서민지 기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늘날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허술한 법체계와 이를 악용하는 수입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꼽았다. / 대림대학교 = 서민지 기자

[더팩트 | 대림대학교 = 서재근 기자] "문화와 기술 사이의 균형이 맞는 환경이 조성돼야 비로소 자동차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늘날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허술한 법체계와 이를 악용하는 수입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꼽았다.

최근 폭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독일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BMW 등 다른 독일 완성차 브랜드에서 시동 꺼짐, 화재 등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결함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수입차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업계 전문가들조차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실태 파악과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와 한국전기차리더스협회 등 다수의 자동차 관련 협회 및 단체 수장을 맡고 있는 업계 '베테랑' 김필수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 '배출가스 스캔들' 제조사·정부 모두 책임 있어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는 환경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이 논란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환경부 제공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는 환경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이 논란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환경부 제공

-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클린 디젤'을 표방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일부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다. 실제로 폭스바겐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 다수는 '고연비·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가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범죄 당사자인 제조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사태를 확산한 데는 정부의 부실 대응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폭스바겐 사태의 핵심은 '연비'가 아닌 '친환경' 부분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과 관련한 문제는 환경부 소관이다.

문제는 실제 실태조사에 투입되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0여 명 수준의 인력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수천 대의 차량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폭스바겐의 3000cc 모델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지난달 초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불거진 폭스바겐의 일부 디젤 차량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달 중순까지는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지만, 조사가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결과 발표는커녕 단 한 차례의 중간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폭스바겐 코리아는 최근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노골적인 '밀어내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폭스바겐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돼 추가 리콜 조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폭스바겐 코리아 측 발표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필수 교수는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의 판매 감소세가 당분간 장기화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폭스바겐 판매량 감소 현상 장기화 가능성 있나?

10월 수입차 판매 현황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 따른 폭스바겐 브랜드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판매량 감소세 역시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단, 수입차 소비자들이 '친환경'보다 '연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만큼 제조사에서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이어갈 경우 판매량이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폭스바겐 코리아 측이 운영하는 할인 정책 역시 '밀어내기' 물량이 소진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서둘러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폭스바겐 측이 2.0 TDI 엔진 장착 경유차 소유주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달러 규모의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소비자 중심의 보상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란 듯이 제고물량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제조사의 인식이 어느 정도로 편향적인지 알 수 있다.

◆ 수입차 고장 수십 수백 번 나도 보상·환불 규정 '전무'

- 벤츠·BMW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수입차 결함 관련 사고, 심각해 보이는데?

질문 하나만 해보자. 3000만 원짜리 수입차가 구매 직후 결함이 발생, 하루에 한 번꼴로 한 달 동안 서비스센터를 갔다면 소비자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비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차량의 중대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때 제조사에 차량 환불 및 교환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전혀 없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이유로 교환을 신청한 차량 256대 가운데 제조사가 교환 및 환불 조치를 한 사례는 단 5대뿐이다. 제조사가 중대 결함이 여러 차례 발생한 차량에 대해 즉각적으로 교환 및 환불을 해주도록 하는 미국의 '레몬법'과 뉴질랜드 호주, 중국의 '삼포법'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작 소비자기본법, 자동차 관리법에 의거 제조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해줄 것을 권고하는 게 유일한 대응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벤츠 골프채 파손 이슈' 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만일 이달 잇달아 발생한 BMW 화재 사고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중국 등 강력한 법 제도를 갖춘 국가에서 일어났다면, 제조사 측이 벌써 중간 브리핑에 나서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수입차 업체에서는 소비자가 중대 결함을 이유로 항의하면 AS 대책 마련이 아닌 전담 법무팀을 먼저 구성한다. 말 그대로 허술한 국내 법 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전적으로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정부는 소비자 피해 업무를 주관하는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하고 법 제도를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 현대차 '제네시스' 성공 여부 '스토리텔링'에 달렸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 열쇠로 '스토리텔링' 구축을 꼽았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 열쇠로 '스토리텔링' 구축을 꼽았다.

- 국내 완성차 업계 얘기로 넘어가자. 현대차의 최초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성공할까?

현대차의 '제네시스' 론칭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오래전부터 대중브랜드와 프리미엄브랜드의 '투트랙 전략'을 구상해 왔다. 여러 대의 경차를 판매하는 것보다 '에쿠스'와 같은 고급차 한 대를 파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제네시스' 론칭은 방향을 잘 잡은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는 단순히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라 5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장의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해 단계적으로 별도 법인, 정비망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것은 성공 가능성을 가장 높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텔링'의 부재는 현대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리미엄은 제조사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아직 '제네시스는 ○○다'라고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표어'가 없다.

국외 소비자들이 현대차는 물론 '제네시스'의 역사와 정체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갖추지 않는 다면 새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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