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헬스&뷰티 사업 브랜드인 롭스가 중소업체를 상대로 일방적인 거래 중단을 통보하는 일명 '갑질'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갑의 횡포 피해 업체인 ㈜에치비엘(대표 김미아)에 따르면 롭스가 지난 5월 14일 사전 예고도 없이 보디케어 브랜드인 '아란아로마틱스'와 '컨셉투'를 납품하는 에치비엘을 발주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롭스의 일방적인 거래 중단 통보로 에치비엘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롭스는 지난 2013년 5월 출범된 롯데쇼핑 드러그스토어 사업부다. 에치비엘은 롭스의 첫 출범 때부터 사건 발생 전까지 아로마 보디케어 제품인 '아란 아로마틱스'를 납품했으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또 다른 보디케어 제품인 '컨셉투'를 납품해왔다.
김미아 에치비엘 대표는 "2년째 거래를 진행하면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을 통보했으며 업체까지 변경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무려 두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그 사실 또한 우연히 롭스 매장 점원들이 (롭스에서 내린) 공지를 알려주면서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해가 되지 않아 롭스 담당 MD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거듭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알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7월 초 아예 거래를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보냈는데 속사정을 알아보니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하더라"며 울분을 토했다.
에치비엘에 따르면 롭스는 지난 5월에 해당 두 제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을 결정한 뒤 납품업체를 J사로 변경할 것을 구두로 계약 맺은 상황이다. 그 사실을 2개월이 지난 7월에야 에치비엘에 알렸다.
롭스의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에 에치비엘은 중단 사유와 업체 변경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롭스의 상품화 계획을 비롯해 구입, 가공, 상품진열, 판매 등을 총괄하는 '머천다이져(MD)'인 담당 MD 김모 씨는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다가 지난 7월 1일에야 거래 중단 이유를 밝혔다.
담당 MD가 내세운 거래 중단 내용으론 에치비엘이 ▲ 다른 협력사로부터 납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 재고 관리 차원 ▲ 반품이 안 되는 문제 등이다.
이에 에치비엘은 "말도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박했다. 에치비엘의 주장에 따르면 롭스가 (에치비엘) 본사의 확인도 없이 다른 협력사의 말만 듣고 납품 문제를 확정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나며 롭스의 여러 매장이 에치비엘에 발주 문의를 지속해서 한 점과 납품 종료 시기까지 반품 문제가 전혀 제기된 적이 없었다.
그제야 계약을 담당했던 롭스의 담당 MD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거래 종료를 기정사실로 하고 정리 절차를 논의하길 강요했다고 한다.
에치비엘은 롭스의 일방적 거래 중단은 양사 간의 '직매입 거래계약서'상의 통지의무를 위반한 전형적인 '갑의 횡포'라고 울분을 토했다. 계약서 제14조'통지의무' 항목에 따르면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사유 발생 시에는 증빙서류를 첨부해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롭스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해당 제품의 수입사이자 공급사인 O사까지 자금 결제 날짜가 아닌데도 에치비엘에 결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J사가 앞으로 해당 제품의 공급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에치비엘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치비엘은 "담당 MD에게서 속 시원한 해명도 듣지 못했는데 수입사까지 태도를 바꿨다. 담당 MD와 J사, 수입사인 O사 사이에 뭔가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에치비엘에 따르면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리베이트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담당 MD 혼자 독단적으로 이 모든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도 리베이트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봐야 하겠으나 (롭스가) 주장하는대로 담당 MD 개인의 잘못이라면 사실상 리베이트도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 역시 "과거보다 대기업의 일방적인 거래를 중단하는 '갑질'이 사라지긴 했으나 아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며 "리베이트 등을 언급하긴 조심스러우나 공정위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서면 모든 사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에치비엘과 롭스의 갈등은 매장 내 설치된 집기설치비용도 포함됐다.
에치비엘은 "롭스의 담당 MD에게 매장 내 설치한 집기설치비용의 보상을 요구하자 '애초 매장에 들어올 때 초기 투자 비용을 한 것으로 집기설치비용 보상에 대해 어떻게 해 줄 방도가 없다'며 '사실 집기설치를 직접 해서라도 들어오고 싶은 업체들이 많다'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롭스가 애초 에치비엘이 매장에 설치한 2700만 원 가량의 집기설치비용을 거래 중지로 보상해줘야 하는데도 롭스의 담당 MD는 에치비엘의 집기설치비용 보상에 대해 '초기 투자 비용'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다"고 거부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계약기간 내의 거래를 중지한 경우에는 매장 설치비용을 보상해야 하는데 담당 MD가 이를 거절한 것이다. 결국 에치비엘은 일방적 거래 중단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 집기설치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러나 롭스는 에치비엘의 주장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의혹으로 제기되는 리베이트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불거진 7월에 관련 사태에 대해 파악한 결과 담당 MD의 실수지, 새로 계약하기로 했떤 J사와 어떠한 관계도 있지 않다. 리베이트 의혹은 말도 안된다"며 "에치비엘의 주장은 일방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기설치비용에 대해선) 보상 거절 등 아직 어떠한 것도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는데 담당 MD가 그렇게 말했다면 다시 한번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논란에 대한 해결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선 "아는 바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다.
한편 에치비엘과 롭스의 이러한 정황이 강성현 롭스 대표에게 보고되자 롭스 담당 MD는 지난달 13일 오전 갑작스럽게 에치비엘을 상대로 발주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는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무늬만 발주를 한 셈이다.
롭스에 여러차례 정당한 거래 중단 사유와 보상을 요구했던 에치비엘은 결국 롯데와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그래픽= 안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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