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업계, '인수'가 아닌 '상생' 한계도…
최근 국내 패션업계엔 기업과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션을 바탕으로 한 '공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도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자본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기본으로 갖춘 기업들은 패션에 대한 기획력과 감각이 탁월한 디자이너와 손잡고 새로운 브랜드 구축에 힘쓰고 있다. 과거에도 협업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올해 들어 3~4건으로 그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플래시드)는 컨템포러리 캐주얼(패션용어로 '가장 새로운 패션 콘셉트'라는 의미)인 '플랙'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플래시드는 최연소 디자이너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계한희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을 해 여성복을 런칭한 바 있다.
브랜드인덱스 또한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와 합작 회사를 설립해 디자인과 기획은 고태영 디자이너가, 생산 및 영업, 마케팅은 브랜드인덱스가 담당하기로 했다. 브랜드인덱스는 깜찍한 캐릭터로 무장한 '팬콧'을 전개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 최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신연과 파트너십 계약에 합의했다. 이상봉 디자이너와 신장경 디자이너 등 국내 거물급 디자이너들이 신연에 상품을 제공하면 유통하기로 했다. 신연은 한국형 SPA '제이케이'를 운영하고 있는 진성엔터프라이즈의 관계사로 중국 화랜상사그룹의 브랜드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곳이다.
'공존'은 '상생'으로 이어지며 반가운 소식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장벽은 남아 있다.
패션업계와 일부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합작이 "잘된 사례 가운데 일부"라며 "일반 디자이너에겐 꿈같은 이야기"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기업 대다수가 새로운 콘텐츠에 사활을 걸며 자본을 투자한 만큼 검증되지 않은 디자이너와 손잡기 보단 익히 알려진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신진 디자이너인 정모(28·여)씨는 "기업과 손잡고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름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분들이다. 좋게 포장해 디자이너와 기업의 '상생'이지만 실제 디자이너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 속에 있다. 상품을 홍보하는데 있어서 자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알리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기업에서 직접 파고들어 살펴보진 않는 이상 역량있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을 알리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부족한 자본력으로 자신을 알리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김모(33)씨 역시 "해외파들도 국내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파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씁쓸해 했다.

패션협회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으로도 (신진 디자이너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미비하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협회에선 '인디브랜드페어' 등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해 신진 디자이너들의 고민 등을 해결하고자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며 "디자이너들은 자신을 알리고 기업도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 쉬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코오롱, 더베이직하우스 등 중·대형사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키우는 등 과거에도 기업(유통사)과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부분이 실패했다. 이유는 국내 업계 대부분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단기적인 이슈몰이로 손잡았다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실적에 급히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 시장만 보고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애초 해외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며 "모든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이상 기업에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시장의 반응을 살펴봐야 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