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등장에…평온하던 분당 백화점업계 '전투 태세'로
AK플라자 분당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날짜인 21일에 맞춰 몇 달 전부터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전투 태세를 갖췄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크기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을 갖추면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유례없던 강적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21일 경기도 분당 백현동에 15번째 점포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경기 남부 지역에 4대(현대·AK·롯데·신세계) 백화점이 모두 자리잡게 됐다. 총성 없는 유통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등장에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AK플라자 분당점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제일 가까이에 있는 경쟁사다. 지하철로 약 10분, 자동차로는 그보다 더 가깝다. 같은 지역상권이지만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신분당선 판교역) AK플라자(분당선 서현역)와 지하철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용인, 수지쪽 고정 고객이 있는 편이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20일 오전 판교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판교점의 압도적인 하드웨어와 MD 경쟁력,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통해 기존 백화점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유일한 MD'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쟁적인 고객 몰이에 나서면서 분당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더팩트>는 각 백화점이 어떤 무기로 '분당 지역 유통 전쟁'에 나서고 있는지 살펴봤다.
◆현대百, 한국 1위 규모 식품관으로 강남·용인·수원 고객까지 흡수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들어서는 판교지역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 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 도시고속화도로와 인접해 있어 서울 강남권에서 차로 15 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안양·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권에선 30~40분 정도면 접근이 가능하다. 신분당선 판교역은 서울 강남역에서 13분만에 접근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러한 입지적 강점과 편리한 교통망으로 성남(인구 98만 거주)·용인(94만) 외에 반경 20km 내에 있는 서울 강남지역과 광주(29만)·수원(115만)·동탄(10만) 고객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개점 첫해인 2016년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판교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1만3860㎡)이다.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인 신세계 센텀시티(8600㎡) 보다 1.6배 큰 규모로,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황해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장(전무)은 "백화점 식품관은 불황에도 두 자리 수 이상의 매출 신장세에, 연관 구매율까지 높아 백화점에서 효자 상품군"이라며 "식품관을 전략 MD로 육성해 판교점 전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점장은 "특히 판교 지역은 상권 내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높고 구매력이 커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니즈가 크다"고 덧붙였다.
판교점 식품관의 백미(白眉)는 국내에 처음 들어온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 브랜드 '이탈리(EATALY)'다. 국내 1호점인 이탈리 판교점은 그로서리(Grocery·식료품 및 잡화)와 레스토랑을 합친 '그로서란트' 매장이다. 음식을 먹는 식당과 장보기를 할 수 있는 마켓이 합쳐진 복합식품매장을 뜻한다.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을 집에서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도록 식당 매장 한쪽에서 해당 식재료를 판다.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들도 대거 입점했다. 유명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유명세를 탄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그리고 덴마크의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가 대표적이다.
디저트 시장 넘버원 브랜드인 '몽슈슈 도지마롤 케이크'의 카페 형태인 '살롱 드 몽슈슈', 프랑스 마카롱 전문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일본 천재 셰프 '츠지구치 히로노부'가 운영하는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 '몽상클레르'도 오픈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어린이책미술관, CGV 아이맥스, 교보문고, IT 라운지, 라인(Line) 캐릭터 카페 등 가족 친화적이고 어린이들을 겨냥한 매장 구성에 특히 신경을 썼다.
◆AK플라자, 유러피안 인테리어로 고급화·젊은 층 노린 편집매장
1997년 오픈한 AK플라자 분당점은 올해로 19년째 경기남부지역 1등 백화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당의 랜드마크다. AK플라자 분당점이 있는 서현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14만여명으로, 분당지역 내 대표적 만남의 장소로 꼽힌다.
수내역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등 경쟁사들이 있긴 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풍부한 서현역이라는 입지적 강점 때문에 한 정거랑 떨어져 있는 수내역과 경쟁에서 어렵지 않게 우위를 차지해왔다.
AK플라자 측이 "백화점업계 BIG3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면서도 단 한번도 그들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을 정도로 충성고객의 로열티가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AK플라자는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정식 오픈에 맞춰 새 인테리어와 대규모의 매장 리뉴얼을 했다. 'Only AK' 즉, AK에서만 만날 수 있는 MD 및 쇼핑 경험이 주제다. 만남의 명소인 1층 광장은 유럽 쇼핑거리 '피아짜 360(Piazza360)'을 콘셉트로 바꿨다. 'Piazza'는 이탈리아어로 '광장'을, 숫자 360은 AK플라자 분당점의 번지수(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 360번길)다.
피아짜 360이 위치한 1층에는 'Only AK' MD인 쿤(KOON)이 새롭게 들어섰다. 쿤은 청담동에 오픈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편집매장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 및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분당점에 들어선 '쿤'은 419.8m(약 127평)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패션 편집매장이다. 특히 의류로 한정된 기존 쿤 매장과 다르게 화장품 및 라이프스타일 소품, 액세서리 등 카테고리를 확장시켰다. 내부에 카페를 같이 운영함으로써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멀티공간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전 층의 브랜드 구성도 대폭 개편했다.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서현역과 연결된 지하 1층에는 '&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신진디자이너 및 영&스트리트 콘셉트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커피전문점 폴바셋도 새로 들어섰다.
40~50대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리빙편집매장 '테이블5'에도 까사 알렉시스 등 유니크한 리빙브랜드를 신규 입점시키고, 가드닝, 인테리어 소품 등 홈 라이프스타일을 한층 강화했다.
애경그룹 유통∙부동산개발부문 채동석부회장은 "과거와는 달리 상권에 맞는 브랜드를 선별하고 입점시키는 MD력과 온라인으로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 제공이 중요해졌다"면서 "AK플라자 분당점은 지난 18년간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분당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리뉴얼 마쳐…AK·롯데 비해 '느긋'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올 상반기에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해외 수입 의류) 전문관을 만들고 상권에서 인기가 높은 구두와 핸드백 매장을 리뉴얼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지난 2012년 8월에도 식품과 생활 매장을 중심으로 1000평 규모의 매장 확대와 600대 규모의 주차빌딩 증축 등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용인 수지 지역이 분당, 수원을 포함 300만 인구를 가진 대형 상권으로 소득과 소비 수준까지 서울 강남에 버금갈 정도의 황금상권이기 때문"이라고 리뉴얼 이유를 밝혔다.
경기 남부 지역(분당, 수지 등)은 현대백화점 판교점까지 합해 대형 백화점 4개, 대형마트, 아울렛 등 10여개의 대형 유통매장이 집결해 있는 유통 최대 레드오션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맞딱트린 AK플라자, 롯데백화점과는 거리상으로 조금 떨어진 용인 지역에 있어 긴장이 좀 덜 한 눈치다.
또 주변에 이마트와 CGV 영화관 등이 신세계 포인트로 모두 연결돼 있는 점도 기존 고객 이탈을 막을 요인으로 꼽힌다. 용인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CGV 등이 가까이에 다 있어서 여기에 없는 브랜드나 먹거리가 아닌 이상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자주 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3년 전 리뉴얼을 통해 기존 지하 1층에 있던 식품•생활 매장을 각각 지하 1층 식품 전문관과 지하 2층 생활 전문관으로 분리시켜 오픈했다. 홍대의 팬더키친 볶음면, 가로수길의 인디아 게이트, 일본 대표 크림빵 핫텐도와 스위스 수제 초콜릿 레더라, 미국을 포함 해외 12개국에서 운영 중인 미국 정통 수제버거 쟈니로켓 등을 새롭게 유치했다.
또 차 편집매장 티셀렉션과 강릉 토종 커피로 유명한 테라로사, 오설록티하우스를 백화점 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SSG 푸드마켓 청담점과 목동점의 히트상품 130여개를 추가로 준비해 프리미엄 식재료 종류도 확대했다.
상권 인기 장르인 구두매장 역시 100여평의 매장 면적을 늘리며 브랜드 수도 기존보다 10개를 늘렸고, 2층에서 운영 중이던 핸드백 매장도 3층으로 이동시키며 약 90평 정도 매장 면적을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입점에 대응하는 프로모션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이미 3년 전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쳤고 올 상반가에도 여성복, 핸드백, 구두 매장을 리뉴얼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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