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스 새 둥지, 사무실 아니다?…주민 증언
라면황제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1주기(7월 11일) 전후로 삼양식품그룹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인장 회장의 아들 병우(21)씨가 유일 주주로 있는 ㈜비글스가 또다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휩싸였다.
농수산물 도소매업등을 영위하는 비글스는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씨가 불과 13세의 나이였던 2007년에 설립됐고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비글스는 지난 2009년 내츄럴삼양 지분 26.8%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 지분 33.26%를 갖고있다.
즉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는 ‘비글스→내츄럴삼양→삼양식품→기타 계열사’ 형태의 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정작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고, 3세 경영승계 전진기지로 관측되고 있는 ㈜비글스는 페이퍼컴퍼니에 다름없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주목된다.
무엇보다 실체가 불분명한 비글스가 중견기업 삼양식품그룹의 지배구조 최 상단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논란의 중심이다.
◆비글스, 간판도 없이 운영? "사무실이 아니다" 주변 지적
비글스는 지난 2012년 초 사무실이 있어야할 장소에 사우나가 운영되고 있어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한차례 휩싸인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그해 3월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 새 둥지를 마련했지만 이곳조차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9~10일 이틀에 걸쳐 비글스 사무실을 찾았다. 이 회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823-26 두산위브오피스텔 B1****호’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3월 9일 입주했다.
하지만 이곳을 사무실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 흔한 회사 ‘간판’도 없고 해당 층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여타 기업도 없었다.
취재진은 이틀동안 해당 사무실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등 장시간 비글스 관계자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사무실 내 인기척 자체를 느낄 수도 없었다.
사무실 운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같은 층 입주민과 관리인 등을 만났지만 “(그 사무실에)누가 사는지 잘 모르겠다”, “사무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일관적으로 들었다.
해당 오피스텔 같은 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50대 남성은 “다른 층은 사무실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집은 아니다”며 “누가 거주하고 있는지 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비글스 사무실 맞은편에 있는 관리인 역시 “누가 사는지 모르겠다.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직원을 본적이 없다”며 “사무실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인 2012년 초 비글스는 이미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등기부등본에 올라있던 사무실(서울시 양천구 목1동 917 목동파라곤 105동 지하 ***호)에 사우나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락이 확산되자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미성년자인 병우 씨가 어떻게 창업 자본금 5000만 원을 마련했는지 ▲2009년 삼양식품 최대주주 내츄럴삼양(구 삼양농수산) 지분(26.8%, 2만2500주) 매입 자금 출처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글스, 3세 경영세습 위한 비밀 곳간?
일각에서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비글스가 3세 경영세습을 위한 소위 ’비밀 곳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글스가 그룹 정점에 있다는 점과 어린 병우 씨가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3세 경영세습을 위한 외형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양식품그룹의 지배구조는 ‘비글스→내츄럴삼양→삼양식품→기타 계열사’의 차례로 수직 출자형태로 연결돼 있다.
총수 일가인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아들 병우 씨는 상위 연결 고리인 ‘비글스’와 ‘내츄럴삼양’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또한 삼양식품의 최대주주는 내츄럴삼양으로 33.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그룹의 총수 전인장 회장(21%)을 비롯해 그의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42.2%), 비글스(26.9%) 등이 지배하고 있다.
비글스는 3세 병우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총수 일가가 그룹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비글스의 성장과정도 의혹의 도마에 수차례 올랐다. 2012년 시사저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비글스 설립 첫해인 2008년에는 매출 5000만 원과 순이익 800만 원을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의 지분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비글스의 2009년과 2010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각각 6억1000만 원과 6억 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경우 2010년 1500만 원의 손실을 냈다.
문제는 비글스가 2009년 구 삼양농수산의 지분 26.9%(2만2550주)취득한 것이다. 당시 수익이 거의 없는 회사가 어떤 루트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는지 주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구 삼양농수산의 자산은 900억 원대로 삼양식품 절반에 불과했지만, 삼양식품의 지분 51.8%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주당 평가액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매출을 감안할 때 그 평가액이 적지 않을 것이란게 업계 추정이었다. 이 인수자금을 비글스가 어떻데 조달했는지가 분명치 않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한 지난 2011년 삼양식품 주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으로 급등시 비글스가 보유 주식을 매각, 40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점등도 뒷말을 낳았다.
현재 등기부상 비글스의 대표는 심의전 사장으로 등기돼 있다. 비글스의 사내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심의전 사장은 삼양식품 그룹 3세 경영세습과정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과 전인장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심 대표는 지난 2012년 비글스의 페이퍼컴퍼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전병우 씨는 등기이사가 아니다.
한편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 3세가 유일 주주로 있는 비글스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삼양식품측은 “비글스는 지주사가 아닌 관계사다. 이 회사는 농산물 교역, 해외 원료 수급 등을 영위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역삼동 오피스텔은 사무실이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글스의 구체적 사업활동 및 경영실적, 인적구성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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