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직업생활을 통한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기본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2013년 ‘장애인의 날’부터 대기업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 운영 현황을 취재해 온 <더팩트>가 3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10대 그룹 본사의 장애인 편의시설 운영 실태를 샅샅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부는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들에게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장애인 채용을 점점 확대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애인 채용률은 정부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기준(민간기업 2.7%)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계 상위 그룹 장애인 고용 및 부담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시킨 곳은 한 곳(2.73%)에 불과하다. 게다가 장애인 직원에 대한 배려도 미흡한 상황이다. 편의시설이 부족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기획실장은 "정부 및 공공기관과 더불어 우리 사회 주요 기업들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가 이동이 불편하고 접근이 어려워 지역사회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장애인의 날을 맞아 4대 기업, 10대 기업의 장애인 주차장 실태를 조사한 <더팩트>는 35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시내 재계 10대 그룹 본사들의 장애인 시설 설치 유무를 직접 확인했다. 조사한 항목은 모두 9개로 서울시 의뢰로 건국대학교에서 수행한 학술용역 ‘2012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개정’을 따랐다.
◆삼성·포스코·LG "우수", GS·두산·한화 "양호"
현장 취재 결과 10대 그룹 본사 가운데 삼성·포스코·LG는 우수했고, GS·두산·한화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시설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10대 그룹 장애인 편의시설 평가 방법은 다음과 같다. 9개 항목 별로 10대 그룹 본사 정문에서 직접 살펴 해당사항에 O(우수, 1점), △(미흡, 0.5점), X(불량, 0점) 별로 단순계량해 점수(만점 9점)를 매겼다.
구체적인 평가항목은 1. 대지 내 보도 및 접근로(지체·시각장애인들이 보도에서 본사 로비로 이동할 때 문턱이 존재하는지 여부), 2. 장애인 전용 주차장(그룹별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여부), 3. 장애인 출입구(휠체어를 이용해 본사 정문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 여부), 4. 휠체어 이동 경사로(휠체어 이동 시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거나 좁지 않은지 여부) 등이다.
또 5. 장애인 전용 승강기(휠체어 이동 시 전용 승강기 가로폭과 버튼 높이가 편리한지 여부), 6. 휠체어리프트(로비 계단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됐는지 여부), 7. 장애인 전용 화장실(기준에 부합한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 8. 손잡이(본사 로비 계단과 복도에 시각장애인용 손잡이가 있는지 여부), 9.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정문, 계단, 승강기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있는지 여부) 등을 세세하게 조사했다.
◆ 재계 1위 삼성 ‘장애인 관리도 1등’ (9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가 모여 있는 마천루 오피스 단지 ‘삼성 서초사옥(서초 삼성타운)’은 연면적 110,800m²에 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상주하고 있다. 준공 시점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07년이다. 특히 국내 재계 1위 삼성답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꼼꼼하게 갖춰놓고 있다.
정문에는 3개의 회전문과 큼지막한 여닫이문 2개가 마련돼 있다. 장애인들이 손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폭도 1.2m를 모두 충족시켰다. 회전문에는 장애인 전용 버튼을 마련해 놓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역시 제대로 운영 중이다. 지하 3층~지하 5층 장애인 주차장을 모두 살펴본 결과 장애인 마크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은 발견되지 않았다.
삼성 서초사옥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을 최소화했다. 곳곳에 에스컬레이터가 마련돼 있을뿐 아니라 계단에는 휠체어리프트를 갖춰 휠체어를 탄 사람도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건물 곳곳에는 시각장애인의 길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부착돼 있다. 승강기와 문, 계단, 화장실 주변에도 이러한 블록이 부착된 것을 확인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지하 1층과 1층 그리고 로비에 한 곳씩 마련돼 있다. 음성안내 기능, 자동 미닫이문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승강기를 살펴보니 장애인용 버튼, 손잡이 등이 설치돼 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가 부착된 점도 인상적이다. 정문 인근 셔틀버스 정류장 옆도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따로 마련했다. 경사 폭은 1.2m 이상으로 기준을 충족시켰고 별도의 손잡이도 갖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2006년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무교육을 수료한 장애인 전원을 고용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장애인 공채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의 고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0년에는 삼성SDS와 에스원 등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운영되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며 "장애인과 상생하고 장애인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각장애인 배려 돋보인 포스코 (8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포스코센터는 연면적 181.042m²로 1995년 준공됐다. 포스코센터는 출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보도블럭과 휠체어 이동 경사로를 갖추고 있다. 경사로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기준인 폭 1.2m를 충족시켰다.
포스코센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럭과 점자 안내 표시를 내부 곳곳에 부착시킨 점이 눈에 띈다. 점자 표시는 계단 손잡이와 경사로에도 부착돼 있다. 포스코센터 1층 로비는 마치 쇼핑센터처럼 천장이 타 건물에 비해 높게 설계돼 계단이 있다. 회사측은 이곳에도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포스코센터는 로비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승강기를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전용 화장실의 경우 휠체어가 손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가로, 세로 폭 1.6m, 2m를 충족시켰다. 승강기는 휠체어를 탄 방문객이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단에 버튼과 점자 안내판을 설치했다.
포스코센터의 주차장은 지하 2층~지하 5층으로 구성됐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지하 2층에 마련됐다. 이곳은 장애인 차량만 주차돼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것을 엿보게 했다.
포스코센터는 9가지 조사 항목 중 유일하게 장애인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센터는) 휠체어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구비했다”며 “내부가 넓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G 트윈타워, 장애인 편의시설도 쌍둥이처럼 (7.5점)
여의도 명물 중 하나인 ‘LG 트윈타워’(일명 쌍둥이 빌딩)는 지상 34층 2개동에 지하 3층, 아트홀 3층에 이른다. 1987년 준공됐지만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한 내·외관을 자랑한다. 비교적 최근에 리모델링을 한 만큼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LG 트윈타워는 동관과 서관, 그 사이에 위치한 트윈아케이드로 이뤄져 있다. 동·서관은 꼭 닮은 외모와 같이 내부 시설도 거의 일치했다.
동관과 서관 모두 출입문 부근에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으며, 정문에는 회전문을 가운데로 두고 양 옆에 여닫이문이 큼직하게 마련돼 있었다. 장애인 건물 출입구의 가로 유효폭이 1.2m인 것을 고려하면 동관과 서관 모두 해당 기준을 충족시켰다.
동·서관 방문자용 야외 주차장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3~4곳씩 운영되고 있다.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다. 장애인 마크가 부착되지 않은 일반 차량은 이곳에 세워져 있지 않았다. 주차장 입구 모두 자동문이 설치돼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트윈아케이드 지하 1층에 있다. 화장실 문은 폭 0.8m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자동 미닫이문이 설치됐고, ‘문이 열립니다’ 등의 음성 안내 기능도 제공했다. 장애인이 사용하기 쉽도록 높이가 낮은 세면대도 별도로 마련됐다. 승강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전용 버튼이 따로 갖춰졌지만 출입문 폭이 1.5m가 되지 않아 휠체어가 드나들기에는 불편하다.
본사 정문과 계단 앞, 승강기 앞 등에는 모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부착돼 있다. 계단에는 손잡이가 부착돼 장애인의 보행을 도와준다. 단, 복도에는 이 같은 손잡이가 없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이어주는 에스컬레이터 두 대가 설치돼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동·서관과 달리 트윈아케이드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정문에는 계단만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경우 동·서관 정문으로 들어간 후 내부 경로를 통해 이동해야 한다. 반면 아케이드에서 동·서관으로 이동하는 입구에는 양쪽 모두 계단과 휠체어 이동 경사로가 마련돼 있다. 동·서관 야외 주차장과 달리 아케이드 야외 주차장(중원 주차장)은 장애인 전용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 GS, 비교적 양호한 성적…세심한 배려 필요 (6.5점)
지난 1999년 준공한 ‘GS타워’(연면적 141,151.06㎡)는 9개 항목 가운데 6개를 충족시켰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다. 이 건물 지하 2층~지하 5층은 주차장 구역이다. 장애인 주차장은 편의를 위해 지하 2층~지하 3층에 전용 구역을 마련해 놨다. 장애인 주차장 표시도 잘 돼 있고, ‘장애인 구역 주차금지’라고 쓰인 시설물도 설치해 일반인의 진입을 막고 있다.
GS타워의 정문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문으로 알고 있는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인근 출입구는 정문이 아닌 일반문으로 불린다. 정문에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휠체어 이동 경사로, 전용 보도블록 등 시설이 마련됐지만 일반문은 이러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이곳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5개의 계단과 마주치게 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쉽게 오르기 힘들다.
일반문 출입구에는 ‘휠체어용 경사로는 건물 뒷편에 설치되어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장애인의 진입을 정문으로 유도하기 위한 회사측 심산이다. 그러나 정문으로 가려면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만 하기 때문에 이곳에도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GS타워의 로비는 정문과 이어진 2층에 있다. 화장실은 로비층이 아닌 1층에 위치했다. 이곳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마련됐다. 각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한 손잡이와 점자블록을 갖췄다. 로비층과 주차층을 이동하는 4대의 승강기 가운데 장애인 전용은 한 대가 배정됐다. 앞에는 점자블록이 부착됐다. 장애인 전용 버튼은 일반 버튼보다 밑에 장착돼 몸이 불편한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강기의 출입문 폭이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이동에 불편을 준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GS그룹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흡한 면을 보완하는 등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두산, 장애인 화장실 지하 1층 (6.5점)
대한민국 쇼핑 중심지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 본사 ‘두산 타워’는 쇼핑객과 두산 임직원 등 수많은 인원이 상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해당 건물은 지난 1998년 말에 준공된 지상 34층, 지하 7층, 연면적 122,608.8㎡의 대형 건축물로 지난 1999년 2월 개장했다.
두산 타워의 주 출입구 주변에는 장애인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보도블록도 확인했다. 출입구 폭은 1.2m로 정해진 규격에 꼭 맞았다.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 이동이 원활하도록 폭 0.8m를 지켰고, 미닫이문으로 제작돼 출입도 용이했다. 다만 장애인 화장실이 1층이 아닌 지하 1층에 있다는 점과 안내를 위한 점자가 장애인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남성 키 높이에 맞춰진 점은 단점이다. 또 장애인 전용 승강기는 스티커 부착 및 점자 표시는 잘돼있었지만 일부 승강기만 한정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승강기 출입문폭도 1.5m가 채 되지 않았다.
장애인 주차장은 승강기 주변에 있어 편의에 신경을 썼지만, 그 자리에 일반 손님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해 단속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지만 현장에서 이를 단속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 두산 관계자는 “건물 관리는 두산타워 측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 한화, 장애인 전용 승강기는 어디에 (6점)
한화 본사는 1층 로비 정문과 후문에 경비원 및 안내원이 배치돼 있어 불편을 느낀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기 쉽다. 출입구로 향하는 도로는 평지 수준으로 평평했고, 이동을 방해하는 턱은 없었다. 다만 시각 장애인용 보도블록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휠체어 이동 경사로도 갖춰져 장애인 배려에 나름 신경을 기울였다.
서울시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은 지상 29층, 지하 4층, 연면적 74,375.29㎡의 건물로 지난 1987년 준공됐다. 이곳 로비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비장애인 화장실이 나란히 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널찍한 내부와 손잡이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만 출입문이 미닫이가 아닌 여닫이여서 불편을 준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승강기 입구 앞에 있다. 이곳에는 일반인의 불법 주차를 차단하기 위해 주차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등 상시 관리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1층에 4대를 수용하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 규모는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한화 본사에는 장애인 전용 승강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결점이다. 승강기 점자 버튼도 준비되지 않았다. 계단에는 휠체어리프트도 없어 장애인의 이동에 불편을 초래한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당장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팩트 | 특별취재팀=최승진·황진희·임준형·서재근·황원영·변동진·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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