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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카페베네, 법적 분쟁·실적 악화 '이중고'

  • 경제 | 2014-11-24 11:58

2012년 미국에 진출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왼쪽 위)가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거액의 송사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카페베네 제공
2012년 미국에 진출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왼쪽 위)가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거액의 송사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카페베네 제공

[더팩트ㅣ황진희 기자]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카페베네'가 미국 한인사회에서 잇따라 송사에 휘말리며 해외진출 전략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내 교포를 상대로 2400만 달러(한화 약 26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전을 벌인 데 이어, 카페베네 미국법인의 임원이 횡령·배임 등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시장에서 규제에 부딪혀 해외로 눈을 돌린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에게 있어서 미국시장은 해외진출의 전진기지로 꼽힌다. 특히 LA를 중심으로 고루 분포돼 있는 미국 내 한인교포는 카페베네 해외 가맹점 사업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진출 전략에 날개를 채 펴기도 전부터 교포들과 각종 구설에 휘말렸고, 카페베네는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해 '쉬쉬'하고 있어 '제2의 스타벅스'를 꿈꾸고 있는 카페베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카페베네가 미주지역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씨USA'의 회원들과 2400만 달러(한화 약 240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미씨USA 캡처
카페베네가 미주지역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씨USA'의 회원들과 2400만 달러(한화 약 240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미씨USA 캡처

◆ 미국 내 카페베네, 횡령·배임에 누리꾼 고소까지

카페베네가 미주지역 최대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씨USA'의 회원들과 2400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중순의 일이다. 카페베네가 자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며 미씨USA 일부 회원들을 상대로 연방법원 뉴저지주 법원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사건번호 14-CV5768)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미씨USA 회원인 재미교포 L씨는 지난 7월 초 커뮤니티 게시판에 "카페베네 부채비율이 660%고 부채액이 1600억 원이 넘는다. 영업이익률은 2% 미만인데 그러느니 차라리 은행에 저금하는 편이 낫다"면서 "김 대표 앞서 운영했던 행복추풍령 묵은지 감자탕 때도 가맹점이 300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50개도 남아있지 않다. 자본금이 10억 원인 행복추풍령에서 김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61억 원을 농협에서 대출받아 지금 카페베네를 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한국에서 너무 많은 가맹점을 내줘 더 이상 낼 곳이 없고, 그래서 이렇게 미주에 진출해서 가맹점 모집을 한다"고 투자 유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카페베네 측의 요구로 하루 만에 즉각 삭제됐지만, 카페베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개인인 김 대표와 법인인 카페베네는 해당 글로 인해 명성이 손상됐고, 정신적 감정적 괴로움이 시달리고 있어 각각 1000만 달러씩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또 이 글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돼 사업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카페베네가 제기한 소장에는 L 씨 등 커뮤니티 회원들이 올리지 않은 '김 대표가 돈을 횡령했다', '프랜차이즈의 돈을 갖고 도주했다',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L 씨가 올린 글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온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카페베네의 실적과 재무구조 등에 대한 투자 유의 글을 올렸을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 한인신문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카페베네가 미씨USA 회원들을 상대로 낸 소장에는 커뮤니티의 주소도 잘못 표기돼 있다. 또 카페베네가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지 1개월이 넘도록 당사자에게 소송장이 전달되지 않아, 소송 자체보다는 카페베네에 불편한 주장을 제기한 누리꾼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내세워 정신적 두려움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와 함께 지난 9월 미주 지사의 전 직원인 이모 씨와 조모 씨에게 부당해고로 고발을 당했다. 가주 고용 개발국(EDD)에 소장을 제출한 이 씨와 조 씨는 올해 초 입사한 임원 A씨의 배임과 횡령 등 여러 비위 증거를 확보해 지난 7월 초 한국 본사에 보고했지만, 오히려 보복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와 조 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A 임원의 행적 및 자금 사용 내역, 세금 보고 문제, 매장 계약시 불공정 행위, 비리 고발을 위해 본사 관계자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국세청(IRS)에도 세금미납 등을 고발했다. 올해 1월부터 미주법인의 개발세일즈팀 차장으로 근무했던 이 씨에 따르면 A 임원은 그동안 허위출장, 법인카드 이중결제, 카페베네 매장 계약시 수만 달러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이에 따라 카페베네는 감사를 미국으로 파견해 내부 감사를 벌였지만, A 임원은 내부 감사 중 자진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페베네는 일부 언론에 조 씨와 이 씨의 해고에 대해 '폭력, 회사업무 방해, 점주 협박 행위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카페베네 측은 "현재 EDD 측으로부터 질의서를 받아 응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진행 중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퇴사자들의 퇴사 원인은 상사 폭행 등에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가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광고모델인 한예슬 씨에게 내준 LA 1호점 역시 사업성 악화로 폐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김 대표가 한예슬 씨에게 넘겨준 LA지점은 한예슬 씨의 어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는 게 소문의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카페베네 측은 아직까지 미국에서 폐업한 곳은 없다는 반응이다.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 768억3300만 원을 기록했다. 카페베네는 최근 3년 들어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그래픽=황진희 기자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 768억3300만 원을 기록했다. 카페베네는 최근 3년 들어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그래픽=황진희 기자

◆ 해외시장 발판 미국 진출, 실적은?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화가 수반돼야 하는 사업으로 초기 출혈이 크다는 점에서 카페베네의 미국시장 진출 실적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카페베네가 해외시장에서도 국내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확장전략만을 고수하고 있어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내에서 가맹점 확대와 스타 마케팅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점포를 늘렸던 카페베네는 해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 768억3300만 원, 영업이익 66억7500만 원, 반기순손실 22억300만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665%에 달한다. 연매출도 2012년 2207억원에서 2013년 1873억원으로 15.1%나 하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39억5000만 원으로, 2012년 66억3400만 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 해외 계열사의 부진한 성적도 해외진출의 부정적 전망에 한몫을 거든다. 카페베네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만제도에 설립했던 카페베네 글로벌 홀딩스(Caffebene Global Holdings)와 카페베네 필리핀(Caffebene Philippines Ltd.)·카페베네 차이나(Caffebene China Ltd.)가 모두 적자가 누적되며 자본잠식에 빠지자 지난해 모두 청산했다. 특히 이가운데 카페베네 글로벌 홀딩스는 해외 프랜차이즈의 지주회사격이었다.

카페베네가 지주회사까지 청산한 데는 해외법인의 지속된 적자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카페베네는 미국시장에서 내년까지 100호점 오픈 등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인 미국 커피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카페베네는 미국시장에서 내년까지 100호점 오픈 등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인 미국 커피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결국 일부 법인이 정리된 후 카페베네의 해외 법인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카페베네 주식회사(Caffebene Inc.), 중국 사업 등을 총괄하는 카페베네참은관리유한공사(Caffebene참은관리유한공사), 그리고 홍콩법인 카페베네 홍콩 홀딩스(Caffebene Hongkong Holdings Ltd.)만 남겨둔 상태다.

따라서 카페베네의 핵심 해외법인은 미국과 중국이다. 카페베네 측은 미국시장의 성장세에 자신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커피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얼마나 더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없이 지적돼 온 카페베네의 커피 '맛' 역시 미국시장에서 주력인 커피보다 곁들임 메뉴인 팥빙수 등이 더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커피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새로운 가맹점 모집이 주력 사업이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에서 새로운 가맹점을 추가 모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카페베네가 뉴욕 진출 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국내엔 알려졌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페베네가 지난 2011년부터 시도했던 기업공개(IPO)도 멀어지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 악화되고 있는 실적과 더불어 김 대표에 대한 평판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카페베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665%에 달한다.

김 대표는 기업공개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 투자를 유치받았다. 지난 5월에는 K3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전환상환우선주(RCPS) 149만 주를 발행해 22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또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363억 원 규모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본사 사옥을 팔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을 심사할 때 대표이사의 평판을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 카페베네가 실적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김 대표의 평판이 어떤식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그동안 가맹점주에 대한 횡포, 불공정거래 행위 등 부정적인 일에 이름을 많이 올렸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불필요한 거액의 소송전까지 이미지가 더욱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실적 악화에 이미지 실추라는 점이 맞물려 상장까지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2011년에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 등도 거쳤지만,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상장을 하기 위해 재무건전성이나 실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국지점과 관련해서도 한인교포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한인사회 중심보다는 미국의 중심도시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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