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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현장] 패스트푸드 '1000원 커피', 골목 커피전문점 '위협'

패스트푸드점에서 1000원 커피 마케팅을 펼치면서 주변 영세 커피전문점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윤미혜 인턴기자
패스트푸드점에서 1000원 커피 마케팅을 펼치면서 주변 영세 커피전문점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윤미혜 인턴기자

[윤미혜 인턴기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패스트푸드점들이 잇따라 아메리카노 등 커피메뉴를 확대하고 가격할인에 나서면서 '정크푸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영세커피전문점들은 패스트푸드점의 1000원커피에 밀려 가격을 대폭 내리는 등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게 돼 '주변상권 죽이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 패스트푸드점들이 재차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규모의 갑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들 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카페형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며 이미시 쇄신을 노리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카페형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며 이미시 쇄신을 노리고 있다.

◆'정크푸드'의 이미지 쇄신…카페형 공간 마련

8일 <더팩트>은 맥도날드 주변에 개인 커피전문점이 밀집한 서울 강동구청역 일대와 버거킹 석촌점·롯데리아 신천점을 찾았다.

맥도날드는 프리미엄 로스트 커피를 1000원에 판매하는 광고판을 카운터 정면에 설치했다. 매장 직원들은 "이 커피는 100% 아라비카이며 드립형 원두커피"라고 설명했다. 또 에스프레소, 아이스커피, 카페라떼 등 일반 커피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메뉴를 구비했다. 이처럼 맥도날드는 커피의 종류를 다양화해 더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끔 커피 라인이 강화돼 있었다.

특히, 경찰서, 소방서, 구청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강동구청역 일대는 점심시간에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점심 시간대의 커피 매출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게 맥도날드 직원의 설명이다.

롯데리아·버거킹도 1000원대 아메리카노 커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격을 낮춘 커피와 디저트 등 미끼 상품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였다. 성내동에 인근에 직장을 다니며 거주한다는 김성준(25)씨는 "5000원이 넘는 점심과 커피가 부담되기 시작했다"면서 "매장에 얼마 있지도 않을 건데 5000원 가까이하는 커피를 마시기 부담스럽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1000원 커피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패스트푸드점들이 커피 가격을 1000원대로 일제히 낮추어 매장 방문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엔 '커피 마케팅'을 통해 '정크푸드'의 대명사였던 햄버거의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한 전략도 숨어 있다.

롯데리아 매장 직원은 일반 커피전문점의 커피와 다를 것 없다며 자신 있게 소개했다. 이어 "느끼한 음식을 먹었을 때 생각나는 음료가 커피다. 햄버거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커피는 큰 반감 없이 오히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실제로 1000원 커피 광고와 더불어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매장의 콘셉트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추구하는 '빨리 먹고 빨리 나가는' 콘셉트가 아닌 '오래 머물고 싶은' 매장을 만들고 있었다. 고객들 역시 패스트푸드점들이 내놓는 1000원짜리 커피가 ‘카페형’공간으로 쉬어가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평했다.

패스트푸드점의  인근에 있는 영세커피전문점은 '1000원 커피'에 대항하기위해 가격 전쟁을 치르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인근에 있는 영세커피전문점은 '1000원 커피'에 대항하기위해 가격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변 영세 커피전문점은 품질·가격경쟁…'이중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 있는 영세커피전문점의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다 낮은 가격과 맛으로 버텨오던 개인 커피숍들은 패스트푸드점의 1000원 커피에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주변 영세커피전문점은 4000원대 커피를 2000원대에 내놓는 등 가격을 낮추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주변 영세커피전문점의 기본 아메리카노 가격은 2500원~ 2700원으로 바로 옆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의 3800원보다 30%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패스트푸드점의 1000원 커피에 단골 고객을 빼앗기는 추세다. 맥도날드 주변에서 5년째 개인 커피숍을 운영해온 장모 씨는 "1000원커피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우리"라며 한탄했다. 이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라비카 원두를 쓴다고 광고하는데 원래 웬만하면 다 아라비카다. 아라비카 가운데 어느 제품인지를 공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소속 바리스타에 따르면 콜롬비아, 브라질, 베트남 가운데 베트남 산이 가격이 제일 낮고 맛이 없다. 아마도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대량공급하기 때문에 질이 낮은 원두를 쓸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개인커피숍 주인도 아라비카 100%라고 광고하는 패스트푸드점 커피의 품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주인 홍모 씨는 "우리 같은 개인 커피전문점에서는 원두를 직접 볶는다. 또는 업체를 고르고 실제 로스팅 과정을 보고 원두를 결정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그렇게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둘러본 패스트푸드 3사 매장에서는 어떤 원두를 쓰는지 공지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다. 직접 먹어본 결과 겉으로 보기에는 용량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커피 애호가들은 달랐다. 개인 커피숍 단골손님이라고 밝힌 한모 씨는 "커피 맛을 아는 사람들은 1000원 커피를 먹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애호가들이 얼마나 있겠느냐.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 가격만 놓고 보면 당연히 1000원 커피를 사먹는다"고 말했다.

결국 품질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가격을 더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A커피숍 주인은 "우리가 대형 패스트푸드점을 상대로 이의제기를 할 힘이 있겠느냐"며 "단골손님을 바라보고 가격을 낮추면서 꾸준히 커피 맛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mh.y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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