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신진환 인턴기자] "정기권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코레일의 경춘선 ITX청춘 열차 꼼수 판매에 정기승차권 구매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사실상 매월 정기권을 구매하는 VIP 고객임에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에서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자유석 전용칸을 이용하고 있지만 일반 자유석 이용자들까지 겹치다보니 좌석 부족으로 서서 가기 일쑤인데다 올해부터 가뜩이나 적은 자유석 칸 한 량이 사라져 더욱 좌석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샐러리맨과 학생들이 주로 애용하는 정기권은 자유석으로 발매돼 지정된 4,5호 차량 1층에 선착순으로 앉게 되지만 기착지에서 타는 승객은 서서 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올해부터 코레일은 오후 퇴근 시간대 춘천발 용산행 열차에 사전 고지 없이 정기권 이용자들의 전용칸이나 다름 없는 자유석 지정칸 한 량을 줄여 정기권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6일 <더팩트>은 ITX 이용률이 가장 높은 아침 출근시간대에 직접 ITX 청춘을 타고 실태를 현장 취재했다.

이날 춘천에서 서울방면으로 향하는 ITX의 정기권 이용자 전용 칸인 4·5호 차량 1층(준고속 열차인 ITX청춘 4·5호 차량은 2층으로 1층은 자유석 승객이 이용)에는 출근 및 통학하는 이용객들로 붐볐다. 좌석이 부족해 서 있는 승객과 목적지까지 가는 긴 시간 탓에 통로에 앉아있는 승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TX청춘을 이용하는 정기권 이용자들의 불만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ITX청춘을 이용해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윤모(30)씨는 "정기권 이용자 전용칸인데 일반 승객에게 지정좌석을 파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한 달 정기권이 18만4000원이나 된다. 만만치 않은 가격을 지급하고도 정기권 이용자들은 서서 가기 일쑤다. 코레일이 일반 승객을 상대로 자유석 전용칸에 지정좌석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정기권 이용객 신모(29)씨는 "코레일 측이 정기권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공지나 설명도 없이 4·5호 차량에 일반 이용객들을 이용하게 하고 지정좌석까지 판매하고 있어 꾸준히 ITX를 이용하는 정기권 이용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기 승차권 이용자들이 앉아서 가고 싶은 경우 좌석 번호가 매겨진 일반 승차권으로 바꿔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3일과 6일 오후 퇴근 시간대인 6시 13분 춘천발 서울행 ITX는 일반 승객에게 정기권 전용 칸인 5호 차량에 지정 좌석을 판매<사진 참조>해 정기권 이용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4·5호 차량에 지정 좌석 승차권을 구매한 일반 이용객과 정기권 전용 차량에 지정 좌석이 있는 것을 전혀 모르는 정기권 이용자 간에 자리다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선을 빚는 까닭은 코레일이 어떠한 공지도 없이 정기권 전용 칸에 지정 좌석 승차권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코레일 측은 새해 들어 사전 고지 없이 정기권 이용자 및 자유석 승객들이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 4·5호차 1층 좌석을 일반 승객들에게 지정 좌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ITX청춘의 정기권 이용객 전용 칸인 4·5호 차량은 선착순으로 좌석 이용이 가능해 정기권 이용자와 지정 좌석 승객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은 정기권 이용객 전용칸의 일반 승객 지정 좌석의 경우 관광객들을 위해 지정 좌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ITX를 수요에 맞춰서 운영하다 보니 4·5호 차량에 지정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춘천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관광을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관광객들을 위해 지정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레일은 정기 승차권을 판매할 때 일반 자유석 승객도 이 칸에 탈 수 있다는 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지난 2일부터 이용 시간이 적은 시간대에 한 칸을 줄였다.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춘천행 열차 2대는 4호차 1층만 정기권 이용자가 쓸 수 있다. 이 역시 코레일은 정기권 이용자에게 어떠한 사전 공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피크타임 때 정기권 이용자를 위해서 한 칸을 늘렸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ITX 개통 당시부터 출퇴근 시간대 피크타임(아침 7시-8시, 오후 6시-7시)에는 4·5호 차량뿐 아니라 6호 차량까지 한 칸을 더 늘려 정기권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한 칸을 줄인 것은 가장 정기권 이용자들의 이용률이 적은 시간대(오전 11시부터 12시)에 적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근시간대는 춘천에서 용산으로 가는 승객들이 많고, 퇴근시간대는 용산에서 춘천으로 가는 승객이 많아서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ITX 차량을 증감한다. 출근시간대는 서울방면을 한 칸 늘리고, 퇴근시간대는 춘천방면만 한 칸을 늘린다"면서 "철도파업으로 6일부터 ITX청춘이 정상운행 돼 승차권을 발매할 때 역무원이 이용객들에게 정기권 전용 칸 지정 좌석제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산역 등에는 ITX 정기권 이용자를 위한 공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용산역 ITX 개찰구와 승차권 발매기에서 역무원을 볼 수 없었고, 지정 좌석 내용을 알리는 안내판도 없었다. 또 코레일의 설명대로 출퇴근 피크시간대에 한 칸을 더 늘린다고 했지만, ITX를 철저하게 수요만을 생각하고 차량 증감을 하며 정기권 이용자들의 불편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코레일이 단순히 춘천으로 향하는 관광 고객에게만 치중한 나머지 'VIP 고객'이라 할 수 있는 학생 및 샐러리맨들이 주를 이루는 정기권 이용자들의 편의를 외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철도파업으로 인해 직원들이 많이 부족해 안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현장과 홈페이지에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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