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재근 기자] 1~2시간 주차에 만원짜리 지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는 게 현실이다 보니 자가 운전자들에게 비싼 기름값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주차비다. 서민들의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심가 대기업 건물 내 주차장 및 사설 주차장의 주차요금 책정 기준이 말 그대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의 본사 'T타워'. 이곳의 주차요금은 1시간에 4800원이다. 인근 지역 건물들이 대부분 시간당 5000원~6000원의 주차요금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싼 편이다.
하지만 장시간 주차를 하는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T타워의 하루(24시간 기준) 주차요금은 11만4400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하면 시간 당 4750원으로 50원의 할인이 적용된 셈이다.
문제는 주차장마다 전일권, 즉 하루 주차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T타워 바로 옆에 있는 '내외빌딩'의 경우 기본 주차요금은 최초 30분에 2000원, 추가 10분당 1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곳의 1일 정기주차권의 가격은 3만원으로 T타워보다 무려 3배 이상 싸다. 근처에 있는 하나은행 사옥 역시 기본요금은 1시간에 5000원으로 동일하지만, 1일 주차요금은 3만5000원이다.

종로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종각역 근처의 영풍빌딩의 주차요금은 최초 30분 2000원, 추가 15분당 1000원으로 1시간 주차하는 데 4000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1일 정기권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어 장시간 주차 할 경우 시간당 비용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반면, 근처 다른 사설 주차장은 1시간 주차에 6000원(30분당 3000원, 추가 10분당 1000원)으로 영풍빌딩보다 더 비쌌지만, 전일 주차요금은 2만5000원이었고, 근처의 또 다른 사설 주차장은 1시간 주차요금이 4000원, 종일주차는 2만원이었다. 단순계산으로 10시간 주차를 할 경우 두 곳의 주차요금은 1만5000원에서 2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차장의 요금 책정기준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건물 내 부설 주차장 및 민간 사설 주차장의 주차요금과 법규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요금 관련 조례가 있지만, 이는 시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부설주차장으로 구분되는 기업 건물 내 주차장이나 노상에서 사적으로 운영되는 사설 주차장의 경우 주차요금을 규정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없으며, 오직 (주차장 사업자 간) 자율경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비싸게 책정된 주차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최근 급한 용무가 있어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의 한 대형 상가건물에 주차했다. 용무를 마치고 주차비를 정산하던 한 씨는 깜작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차요금으로 18000원이 나온 것. 한 씨가 차를 세워둔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모자란 정도였다.
한 씨는 "서울 시내 주차요금이 비싼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서민들에게 1시간에 6000원, 한 끼 식사비용과 맘먹는 주차비용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종로구와 강남구 등 각종 대기업 사옥은 물론 대형 상가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부설 주차장에서는 대부분 1회 주차 기준으로 10분에 1000원씩 요금을 받고 있다. 서울 중심가의 주차요금 가격대가 이처럼 일괄적으로 형성된 데는 서울시의 주차장 관리 체계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주차장을 1~5급지로 나눠 주차비용을 적용하고 있다. 1급지의 주차비용은 1회 주차 시 5분당 500원(노상 주차장 기준)으로 5급지보다 10배 더 비싸다.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에 따르면 현재 1급지는 4대문 주변 지역을 비롯해 신촌과 영등포, 강남, 서초, 잠실, 천소, 청량리, 용산, 마포, 미아 등으로 주요 도로를 연결한 지역과 경계도로에 맞닿아 있는 땅은 모두 1급지다.
결국, 대기업 건물들이 밀집한 서울 중심가 일대는 모두 1급지에 해당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주차장은 물론 대형 상가, 대기업 사옥에 이르기까지 '10분당 1000원'을 마치 가격 제한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종로구의 한 사설 주차장 관계자는 "근처 어떤 주차장을 가도 기본 주차 가격은 10분당 1000원으로 똑같을 것"이라며 "주차장들도 서로 경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 수요가 많다 보니 서로서로 주차요금을 굳이 내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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