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연정 기자]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템' 이현우가 14일 은퇴 소식을 알렸다. 이현우가 CJ 엔투스 프로스트(이하 프로스트)의 든든한 맏형으로 자리한지 어느덧 2년. 자리가 비좁아 컴퓨터 책상 아래에 누울 자리를 마련했던 팀의 시작에서부터 숙소와 연습실이 생긴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버팀목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현우와 프로스트는 '롤챔스 스프링 2012 준우승','롤챔스 서머 2012 우승', '롤드컵 시즌 2 준우승' 등 엄청난 성적을 거뒀고, 개인으로도 역시 '2013 대한민국 e스포츠대상 리그오브레전드 정글부문 최우수선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처럼 팀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했던 그 추억을 뒤로 하고 이현우는 프로게이머 인생의 마감을 알렸다. 이현우는 14일 <더팩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인 것 같다"며 은퇴 심정을 표현했다.
"거의 2년 가까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나름 길 수도 있는 시간인데 결국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한편으로는 후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쉽다"며, "뭔가 정말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지질 못했다는 생각에 더 그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에게 은퇴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묻자 "은퇴 계기를 한 마디로 정리할 순 없다. 정말 많은 이유들이 있는 것 같은데 굵직굵직한 이유를 대보자면 내·외적으로 몇 가지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26살이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니다. 또 해야할 일, 아직 마치지 못한 일 (학업) 등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기가 그만두기에 좋은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롤 프로게이머 중 소위 '잘 나간다'하는 선수들 가운데 10대가 대다수인 것은 맞다. 빠른 컨트롤과 순간적인 판단. 때로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롤'에는 존재한다. 그런 부분도 이현우가 은퇴를 결심한 계기 중 하나일 것이다.
이현우는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말을 이었다. 팀원들한테도 미안했다는게 그의 말이다. "내가 이 친구들의 앞을 막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잘 하는 친구들인데…. '내가 빠진다면 다시 한 번 프로스트가 날개를 활짝 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사실 14일은 WCG 롤 국가대표선발전 8강전 CJ 엔투스 프로스트 대 SKT T1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응원의 날'인 줄만 알았던 팬들에게 이현우의 은퇴는 '청천벽력'과도 같을 수 있다. 너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에 그는 "사실 은퇴가 정해진 것은 더 서머시즌 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롤챔스 2013 서머 시즌이 들어가기 전부터 팀원들에게 이번 시즌이 내 마지막 시즌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그 이후 롤드컵 순위결정전을 마치고 송별회 아닌 송별회를 했었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북받쳐 올랐다. 그래서 눈물을 보였는데 그러자 동생들도 다 울기 시작했다"며,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내가 떠나기에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에 찬 눈물이라고…"라며 프로스트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였던 이현우는 해설로도 그 가능성을 보여 앞으로의 계획에도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현우는 "다방면으로 계획을 세워놓긴 했는데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학교를 다시 다닐 수도 있고…. 우선 당장은 생각도 많이 하고 휴식을 많이 취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짜려고 한다"며,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 처럼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감사한 분들에 대한 말도 아끼지 않았다. "난 사실 동생이 없는데 같이 해 준 팀원들 모두 친동생 같았다. 앞으로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그동안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온게임넷, 라이엇 그밖에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린다"며,"하지만 제일 감사한 분을 뽑자면 감독님과 코치님을 뽑고 싶다"며 코치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에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게임폐인'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그랬다. 게임밖에 몰랐던 나한테 좋은 기회를 주시고 그 덕에 정말 멋진 경험과 평생 못 잊을 추억을 얻었다. 좋은 길로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수 기간동안 항상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줬다. 개인적으로 초식정글의 시대를 열고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회피하듯이 은퇴하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하고 싶다"며, "하지만 저 이현우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찾아뵐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잊지 말고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은퇴 소식을 알린 14일이 프로스트의 전신 MIG 프로스트가 생긴지 2년 되는 날이다. 이현우는 "처음 만들어진 오늘,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오늘. 예전에 그 강하고 멋있었던 프로스트가 다시 될 수 있다고 난 믿는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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