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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영의 게임톡] 믿지 못하는 문체부, 믿어 달라는 게임업계






문화체육관광부가 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차단하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히자 게임 업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넷마블 포커 캡처
문화체육관광부가 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차단하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히자 게임 업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넷마블 포커 캡처

[ 황원영 기자]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특수로 '굿 올드 데이스(good old days)'를 누리던 미국인들에게 금주령(禁酒令)이 내려졌다. 금주령은 술의 제조와 수출입 등 상업적 거래를 금하는 것이었다. 알코올로 인한 중독과 사건사고를 예방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음주를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미국은 오히려 '무법'이 판을 치게 됐다. 무허가 술집은 물론 밀주 밀수 등 불법 거래가 범람했다. 마피아는 밀주 제조와 밀매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미국은 1933년 금주령을 철폐했다.

모바일 특수와 함께 온라인 게임 부흥을 외치는 한국 게임 산업에 미국의 '금주령'과 같은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고스톱·포커게임(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차단하는 내용의 게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게임법은 지난 2월 문체부가 추진하던 정부 고시안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게임 시행령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웹보드 게임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한 달 게임머니 구매 한도 30만원, 1회 게임머니 사용 한도 1만원, 1일 손실 한도를 10만원으로 정해야 한다. 월 구매 한도 10만원을 잃으면 48시간 접속제한 등 게임이용 금액 제한 조치가 따른다.

게임의 상대방 선택 금지, 게임의 자동진행 금지, 로그인 시 본인인증 조치 강화 등도 포함됐다. 게임 제공업자가 이를 위반하면 위반횟수에 따라 경고, 영업정지 5일, 영업정지 10일, 영업정지 1월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게임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법률이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던 게임업계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앞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달 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 방지를 위해 하루 최대 게임 이용시간을 5시간으로 축소,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도록 맞포커 폐지, 랜덤매칭 방식 도입, 자율감독기구 발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게임업계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자율적인 규제방안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게임업계의 자율규제안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방안도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행성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웹보드 게임 규제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고스톱·포커의 사행성은 '알코올'과 같이 중독에 사회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임 업계도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 문제에 일찌감치 동의한 상태다. 문체부 역시 게임법 제정 목적을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이라고 밝히면서, 사행성게임물과 관광사업 규율대상이 되는 것 등은 게임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주령 시행과 같이 업계의 자율규제 성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온라인 고스톱·포커게임을 도박으로 규정하는 등 법적인 규제를 먼저 시행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 특히 매출 상당 부분을 웹보드 게임에 의지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당장 웹보드게임이 크게 위축될 경우 게임 시장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제도를 통해 사행성 게임 규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됐다. 법이 강화되면 법을 피하기 위한 불법도 판을 친다.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숙고와 보완책이 없다면 더 큰 낭패를 가져올 수 있다. 우왕좌왕하는 동안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게임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 자리를 빼앗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 규제를 통해 외국 게임사에 기회를 주는 격이다.

건전한 게임이용자와 게임 산업 육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게임 업체를 제한하면 불법 업체가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 1920년대 미국 금주법이 '고상한 실험(Noble Experiment)'으로 끝나버린 것은 규제가 오히려 주류 불법 유통과 주류 밀수를 키웠기 때문이다.

문제가 보인다고 무조건 틀어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업계와 정부가 사행성 게임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게임 업계도 건전한 게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적절한 행정적 조치와 게임업계의 점진적 변화 의지를 담은 자율규제가 적절히 어우러졌을 때 '고상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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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차단하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히자 게임 업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넷마블 포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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