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세희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손자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장남 장재영 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인쇄물을 맡아 해오며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렸던 장 씨의 회사 유니엘은 레저사업과 부동산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 유니엘, 공장 기부에 매출은 전무
유니엘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장 씨가 지난 1991년 5월에 세운 회사다. 장 씨는 유니엘 지분 89.3%를 소유하고 있으며 2007년까지 상업용 인쇄업을 했다. 유니엘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주요 롯데계열사의 전단 인쇄를 전적으로 맡으면서 1999년 매출 187억3456만원, 영업이익 37억3395만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매출은 계속 올랐다. 2000년에는 267억원을 기록했으며 2005년 374억원, 2006년 2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기순이익 대비 높은 배당금은 논란이 됐다. 장 씨가 지분율 89.3%의 대주주로 있는 유니엘은 1999년 실적에 대한 배당금으로 5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유니엘 1주당 배당가는 5만원으로 장 씨는 전체 배당금 5억원 중 4억465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후 고배당 잔치는 계속됐다. 2002년 유니엘의 주주 배당금은 15억원, 2006년 배당금은 20억원을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3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특히 2007년 유니엘의 1주당 배당가는 30만원으로 장 씨가 전체 배당금 30억원 중 챙긴 돈은 26억790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롯데가 유니엘에 기업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니엘이 롯데그룹의 인쇄 말고 다른 사업은 진행하는 것 없이 대주주 장 씨에게 배당금을 몰아주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장 씨가 소유한 인쇄업체 유니엘과 비엔에프통상이 롯데 계열사에서 누락돼 법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유니엘은 현재 인쇄업 대신 부동산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엘은 2007년 리조트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뒤 7년간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다. 2007년 매출은 없는 상황에서 영억이익은 -7억3931만원이었다. 이후 2011년은 영업손실 8억556만원, 2012년에는 9억3369만원에 이르고 있다.
유니엘 사업장으로 돼 있는 인쇄 공장은 현재 창고로 방치돼 있다. 용인시에 있는 유니엘 인쇄 공장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없었던 듯 관리인 한 명만이 문을 지키고 있다. 공장문은 굳게 닫혀있고, CCTV가 공장을 지키고 있다. 공장 안 뿌옇게 쌓여있는 먼지는 공장이 오랜 시간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지난 2007년 인쇄사업을 그만둔 이후로는 롯데 계열사의 창고로 사용됐다. 직원들은 아무도 없고, 가끔 물건들만 실어갈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공장 문을 닫은 이후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차만 들어가 공장이 망했다는 이야기만 간간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엘 공장은 곧 없어진다. 공장 뒤편으로 용인 세브란스 병원이 생겨나면서 진입로로 공장 부지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2000년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부지를 매입한 유니엘은 1만6915㎡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유니엘은 2014년 완공되는 세브란스에 약 1983㎡ 땅을 기부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
유니엘 관계자는 "진입로 부지를 기부하고, 공장 철거 비용을 받았다. 공장이 허물어진 후 남은 대지에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지 임대 사업을 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는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다. 리조트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부동산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매출은 없다. 이전에 벌어놨던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은둔 3세' 장재영 씨는 어디에?
재계에서 장 씨는 은둔의 재벌 3세로 통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더러 이렇다 할 그룹 내 경영 활동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장 씨의 동생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빵집 '푸숑'을 운영하며 수면 위에 떠오른 바 있지만, 장 씨는 이따금 기사에만 오를 뿐 얼굴도 공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실제로 다른 기업들의 3세들은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의원 아들 정기선 부장의 복귀로 3세 경영 체제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도 지난 3월 차장에서 부장으로 2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영의 폭을 크게 늘리며 활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주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장 씨가 운영하는 비엔에프통상과 유니엘은 모두 대표가 따로 있다. 비엔에프통상과 유니엘은 이효욱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엔에프통상 역시 장 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수입의류 도소매업, 무역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오너인 장 씨는 두문불출하고 있다. 유니엘 관계자는 "장 씨가 회사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회사에도 출근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지만, 비엔에프통상 사옥에서는 장 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임원실은 이효욱 대표실만 있을 뿐이고 직원들 역시 장 씨의 출근 여부는 하나같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장 씨가 회사 운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운영하는 비엔에프통상은 고배당 회사로 유명하다. 장 씨가 100%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장 씨에게 2010년 배당금 10억원, 2011년 30억원을 지급했다. 특히 비엔에프통상은 엘리자베스 아덴, SK2 등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해 롯데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3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관계자는 "회사의 배당금이 많은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매출을 어디서 올렸느냐는 중요하다. 그룹의 지원을 통해서 돈을 벌고, 이를 모두 오너가가 주머니로 챙겼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 씨가 소유한 회사들은 모두 고배당 회사로 알려졌다. 특히 비상장 회사를 통해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며 "장 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 오너가의 일원인데도 그룹 전면에 나서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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