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영 기자] 동서그룹 오너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 동서식품의 고배당을 통해 '배당 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업계 1위로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 1조원이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동서와 크래프트사로 지분 50%씩을 양분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업계 1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당도 통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동서그룹 오너 일가, 비상장 계열사로 주머니 채워?
지금까지 동서식품이 배당한 금액은 지난 1999~2009년 누적순이익(1조946억원)의 80%인 8726억원이다. 2008년에는 당기순이익의 123.8%를 배당하면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배당금이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이처럼 통 큰 배당금 대부분은 동서와 크래프트사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크래프트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의 배당률은 식품업계에서도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2010년 동서식품의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률은 61.4%였다. 같은 해 매출액이 비슷한 롯데제과는 매출액 1조4164억원 중 당기순이익 1417억원에 배당률은 3.97%에 지나지 않았다. 배당률을 비교하면 동서식품이 약 15배 가까이 높다. 또한 동서식품의 배당률은 2010년 농심이 매출액 1조8951억원 중 당기순이익 1243억원에 배당률 18.6%보다는 세 배 이상 높았다.
동서식품의 배당금 50%는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룹 모회사인 동서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동서의 최대주주는 김상헌 회장으로 24.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주주는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친인척이 차지하고 있다. 김상헌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의 동서 지분율은 68.8%에 달한다. 동서그룹의 알짜배기 비상장 계열사인 동서식품은 김상헌 회장의 동생 김석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즉, 동서식품의 배당금 50%에 달하는 수백억원이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동서의 오너 일가들이 단순히 동서식품에서의 배당만 받는 것은 아니다. 동서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 격인 동서를 중심으로 8개의 국내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2012 회계연도 기준 자산규모가 1조9745억원대에 이른다. 동서는 계열사 동서식품 50%, 동서유지(주) 48%, 동서물산(주) 62.5%, (주)성제개발 43.9%, (주)대성기계 48%, 동서실업유한공사 100%, 동서음료 1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동서유지(주)는 지난 2011년 주당 5500원 55억원을, 2012년에는 주당 1만2000원 120억원을 배당했다. 동서유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3억원이었던 점만 보더라도 동서가 단순히 동서식품에 대해서만 고배당금을 받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동서의 김상헌 회장은 최근 재벌닷컴이 발표한 주식보유로 100억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지급받는 부자 '19명'에 이름을 올렸다. 재벌닷컴에 발표에 의하면 김상헌 회장은 보유한 주식으로만 133억원의 배당금으로 13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김상헌 회장의 친인척인 김현진(3)·김유민(5)양도 재벌닷컴이 공개한 어린이 주식부자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각각 11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친인척으로 어린이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린 김현진·김유민 양은 동서 주주로 올라있다.
그러나 동서식품은 높은 배당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배당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과 같다”며 “그런데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배당을 많이 해서 나쁜 것은 이익이 나지 않았을 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라면 돈을 쌓아두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동서식품의 말처럼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이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식품의 고배당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배당은 주주들의 이익 환원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순이익의 절반 이상이 오너 일가 호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동서의 자회사인 동서식품의 배당금은 동서의 중요한 현금유입원이지만, 동서의 최대주주가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곧 오너 일가 배불리기라는 비난은 면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배당을 대주주의 수익창구로 생각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uba20@mea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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