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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의류 인기?’…온·오프라인 ‘엇갈린 희비’




11일 지하철 동묘앞역에 가판대에 중고의류가 놓여있다. /황원영 기자
11일 지하철 동묘앞역에 가판대에 중고의류가 놓여있다. /황원영 기자


[황원영 인턴기자] 회사원 박모(29)씨는 중고의류 마니아다. 필요한 옷 대부분을 중고의류 사이트에서 구매하기 때문. 자신이 입다가 필요 없게 된 옷은 중고 사이트에 내놓고, 원하는 옷이 생기면 중고 사이트를 먼저 찾는다. 올해 휴가를 위한 비치웨어도 중고의류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그는 자신을 ‘알뜰족’이라 부른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박 씨와 같은 알뜰족이 늘어났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온라인 몰을 중심으로 중고의류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하지만 11일 찾은 중고의류매장 ‘현장’에는 여전히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 온라인 중고의류 쇼핑몰 ‘호황’

온라인 중고용품 거래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옥션,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의 중고의류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자리 수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불황의 여파로 중고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11일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5월 옥션에서 판매된 중고의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남성의류가 32%, 여성 중고의류가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의 전체 거래된 중고 상품 중 의류 및 패션잡화 비중은 25%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21%에서 4% 높아진 수치다. 이 중에서도 남성 중고의류 매출이 전년 대비 28%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1번가 역시 중고물품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11번가 중고몰 매출은 2010년 대비 2011년 50% 상승했으며, 올해 5월까지 판매된 중고 상품 매출은 전년보다 260% 급증했다. 거래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를 비롯한 IT 관련 제품과 가전제품, 책 등에 이어 의류 등 일반 소비재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고제품 수요에 맞춰 각 오픈마켓이 중고용품 거래 서비스를 체계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옥션은 중고제품 거래 코너인 ‘옥션 중고장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록절차 간소화를 통해 개인 간 거래자들도 손쉽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으며, 판매종료 임박 상품과 인기 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1번가 역시 중고몰 전문관 ‘중고 스트리트’를 열어 중고 상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 11번가는 중고 상품을 구매한 후 30일 이내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면 사후관리 비용을 최대 11만원까지 보상하는 ‘안심구매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시장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대형 인터넷 쇼핑몰들이 중고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온라인 몰마다 상품 확보와 서비스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황학시장에 중고의류가 판매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11일 황학시장에 중고의류가 판매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 중고의류매장, ‘불경기’ 매출 50% 떨어져

11일 찾은 중고시장과 중고의류판매장은 온라인 쇼핑몰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중고의류판매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후 지하철 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를 나서니 거리를 가득 채운 셔츠와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는 옷 옆에서 “세 개 6000원”이라고 소리치는 상인들이 보였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황학시장은 전통적으로 골동품을 주로 팔았던 곳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고 옷, 신발 등을 파는 구제 의류판매장이 늘어 현재는 중고 용품 판매가 많다.

흥정하는 손님부터, 몸에 옷을 대보는 손님까지 소비자들은 싼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사람에 치일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속은 빈 강정이다.

“매출? 뭔 매출이야 벌이가 시원치 않구먼” 중고의류를 판매하던 최모(55)씨는 “1000원 2000원에 파는데 그마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최씨는 “여기 쌓여 있는 옷 중에 메이커가 가끔 섞여 있다고. 그거 고르느라 다들 난리”라며 “중고는 반품이 힘들어서 일정 이상은 팔아야 하는데 메이커 옷만 찾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중고의류는 크게 브랜드(명품)의류를 찾는 사람과 작업복을 찾는 사람으로 나뉜다. 인기가 많았던 3000원, 4000원의 작업복도 매출이 줄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인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 송모(64)씨는 “작업용 옷도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많이 팔리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0년간 옷 장사를 했다는 조모(64)씨가 손님이 뜸한 가게 안에서 부채질하고 있었다. 조 씨는 “가게들이 경쟁하다 보니 제 가격을 못 받는다”며 “월 200만원 매출이 이번 6월에는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 하루 20장 팔았다면 올해는 10장 정도. 이래서는 인건비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출만 걱정이 아니다. 황학시장 상인들은 “물량 부족이 큰 문제”라며 “물건 양이 1000kg씩 나왔던 때에 비해 지금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물량이 없어 의류수거업체들끼리도 경쟁이 붙었다. 이에 500~600원에 사올 수 있었던 헌 옷이 1000원~2000원으로 올랐다. 최 씨는 “요새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사람들이 이사를 안 다닌다”며 “덩달아 헌 옷도 나오지 않아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중고의류판매장 매출도 감소했다. 금천구의 한 중고의류판매장.
중고의류판매장 매출도 감소했다. 금천구의 한 중고의류판매장.

중고의류판매장도 불경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금천구에 있는 델로 알뜰매장 주인 조모(42)씨는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작업복을 사러 오는 고객이 많은데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그마저 줄었다“며 조 씨는 “물건 해 가시는 분 중 반 이상이 가게를 접었다. 아직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물량을 줄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엇갈린 희비, 이유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이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1번가에 따르면 중고 상품 구매자 중 20대가 전체의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30대가 35%로 그 뒤를 이었다. 온라인 매장이 브랜드와 스타일 등에 젊은 취향을 반영하는데 비해 오프라인은 4,50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것도 온라인이 잘 되는 이유다. 품질 보장, 피해보상 등 관련 제도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키웠다. 시장이나 매장까지 오는 번거로움도 없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물품이 주로 명품이나 브랜드 의류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델로 알뜰매장 조씨는 “인터넷 쇼핑몰은 정가대비 저렴한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오르는 것 같다. 오프라인 중고 시장도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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