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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신나는 방학? 비싼 학원비에 ‘울상’





28일 강남 일대의 어학원. 강좌 시간표와 개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28일 강남 일대의 어학원. 강좌 시간표와 개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황원영 인턴기자] “3개월에 144만원입니다.”

대학교 등록금 얘기가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영어전문학원. 방학을 맞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지만 상담을 받은 대다수 학생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의 학원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

높은 학원비에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취업난과 스펙 쌓기 열풍에 학원 수강은 이제 필수가 되었지만, 수강료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회화 수강료는 평균 15만원대. 여기에 남들 다 듣는다는 토익 수업을 추가하면 기본 30~40만원은 훌쩍 넘는다. 2~3만원씩 하는 교재비도 큰 부담이다. 학원비를 충당하기위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적금을 모으기도 한다. 방학에도 학생들의 삶은 팍팍하다.

◆ 3개월 100만원 넘는 학원비

일부 어학원 수강료는 대학교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 달 수강료가 68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파고다 다이렉트 잉글리시 강남분원 1:1 원어민 회화수업 수강료를 물어보니 “한 달에 43만원이다. 교재비 11만8000원은 별도”라고 답했다. 1회에 50분, 한 달에 여덟 번 진행되는 수업에 교재비 포함 총 54만8800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업 1회를 추가하려면 약 7만5000원의 비용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수업 과정이 몇 개월씩 길게 지속된다는 것. 영어회화 프로그램은 1에서 8단계 정도의 수준으로 나눠져 있고, 각 단계별로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즉 1단계에서 시작했을 경우 퍼스널잉글리시어학원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35만원 씩 총 490만원을 투자해야 커리큘럼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수강생 박 모(29)씨는 “35만원이나 하는 수강료가 부담이 되지만 중간에 그만둘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10일에서 14일 주기로 메인 수업이 진행되는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 어학원 한 달 수강료는 68만원이다. 학원비 6개월 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한 달 수강료가 20~30만대로 낮아진다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선뜻 지불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에 학원 관계자는 “어학연수 대체 프로그램으로 프리토킹과 소셜클럽 등 부가적인 수업이 매일매일 진행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는 전문적인 컨설턴트도 있다. 실제 레벨테스트를 하기 위해 한 전문 어학원에 찾아가니 컴퓨터 테스트부터 영어 인터뷰 진행을 돕는 직원과 학원비와 커리큘럼에 대해 알려주는 컨설턴트가 따로 배치돼 있었다.

또 다른 학원은 일대일 수업을 위해 통유리로 된 부스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부스 안에는 마치 카페에 있을 법한 푹신한 소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휴학, 양도 등 전문적인 제도를 갖고 있는 학원도 있다. 이에 대학생 이 모(26)씨는 “학원에도 양극화 현상이 존재한다”며 “상담 서비스, 자습실 제공 등이 다 비싼 학원비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토익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대학생 최 모(22)씨도 “럭셔리한 환경 필요 없다. 학원이면 학원답게 수업만 잘 가르치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비싼 학원비, 학생들만 '울상'

비싼 학원비를 감당하는 대학생들의 고충도 크다. 대학생 고 모(21)씨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토익과 회화학원 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는 “오전에 토익학원과 회화학원에 갔다 온 후 오후부터 밤까지 편의점에서 일한다”며 “학원비가 총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부모님께 기댈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자녀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무면허 성형수술을 한 학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높은 학원비가 사회적 문제임을 알려준다. 편입 준비로 토플학원을 다녔다는 송 모(24)씨는 “학원비 내는 날이면 복권이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편입에 실패하며 학원에 다시는 안다니겠다고 결심했는데 다시 또 이렇게 회화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대학생들이 학원비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강의를 듣는 것은 취업과 무관하지 않다. 한 구직포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학원 수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취업 준비(30.7%)’를 1위로 꼽았다. 토익, 토익 스피킹 등 취업 시 필수 요소로 제출해야 하는 것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컴퓨터 자격증과 한국사능력검정 등을 준비하자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학원비로 월 평균 28만165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현재 법정 최저임금이 1시간에 4580원임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기준)총 62시간을 일해야 월 평균 학원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학원비는 주로 아르바이트를 통해(34.3%) 벌고 있었으며 29.3%의 학생들은 용돈 외로 따로 받는다고 답했다.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고 있는 강 모(25)씨는 “학원비를 내 돈으로 충당하라면 다니지 못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안다닐 수는 없는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각 학원들은 수강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영어 면접 대비반 등 취업준비생을 겨냥한 수업도 많았다. YBM 강남분점을 찾아 총 몇 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냐고 물어보니 18장이 넘는 책자를 주며 “너무 많아서 총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으니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으라”고 말했다. 주 5회 2시간씩 진행되는 영어 회화반은 29만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을 끌기 위한 학원 간의 전쟁도 치열하다. 지하철역 입구에는 학원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각 학원마다 여름방학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한 영어전문학원을 찾아 수업에 대해 물어보니 이번 주 내로 등록하면 백화점 상품권을 드리겠다며 등록을 재촉했다. 7,8월 동시 등록생에게 10% 가량의 할인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고액 학원비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학원 업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신 모(49)씨는 “일부 학원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요새 학생들은 학원 시설과 규모를 따져서 등록한다. 강사료나 건물 임대료 문제를 떠나 학원 규모를 키우고 시설을 좋게 만들자면 수강료가 다소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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