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재근 기자] ‘하늘의 별 따기’가 이보다 어려울까.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공식 대리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달부터 시행된다던 휴대전화 자급제는 시행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중고 스마트폰이라도 구매하고자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경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휴대전화 대리점 ‘바글바글’, 중고 스마트폰 ‘전무’
10일 오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스마트폰 판매가 얼마만큼 활성화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이 밀집한 영등포 지하상가를 찾았다. 지하철 입구와 연결된 지하상가 초입에는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삼삼오오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휴대전화 판매점 점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최신 스마트폰 정말 싸게 드립니다. 전국에서 제일 싼 집”이라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소리쳤다. 이 가운데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들어가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매장의 점원은 “없습니다”라며 단번에 말을 잘랐다.
다른 매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던 점원들은 중고 스마트폰을 찾는다는 말에 반색하며 “중고 단말기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점원은 “중고 스마트폰은 거의 온라인을 통해 거래된다. 아주 가끔 중고 단말기가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구형모델이라 시장가치가 없는 것들이다”면서 “이런 중고 스마트폰은 국내 소비자들보다 베트남이나 동남아권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영등포 지하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대부분을 방문했지만, 중고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2세대, 3세대 전용 중고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조차 중고 단말기는 거래되지 않았다.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은 김모(33)씨는 “최근 새로 산 스마트폰을 분실해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려고 이곳 지하상가 매장에 왔는데 중고 단말기를 파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온라인은 왠지 찜찜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는데 가는 곳마다 중고단말기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니 대체 어디서 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 이통사 공식 대리점, "없기는 마찬가지"

이통사 전용 대리점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SK텔레콤 공식 인증 대리점을 찾았다.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지난 3월과 4월에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중고 휴대전화 판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찾은 이통사 전용 대리점도 중고 스마트폰을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SK텔레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30)씨는 “중고 스마트폰 같은 경우 온라인을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은 물론 피처폰에 이르기까지 중고 단말기는 일절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의 경우 현재 온라인 매장인 ‘T월드샵’에서만 중고 휴대전화 거래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일부 대리점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지만, 물량확보가 여의치 않아 아직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이 없기는 KT 공식 대리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KT 공식대리점 매장 입구에는 ‘olleh 그린폰 전문매장’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놓여 있었지만, 전시된 중고 스마트폰은 없었다. 매장 안에는 ‘갤럭시S2’, ‘아이폰4S’, ‘갤럭시 노트’ 등 최신 스마트폰들만 판매대위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중고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매장 직원은 창고에서 조그마한 상자 4개를 들고 나왔다. 매장 직원은 “현재 매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고 단말기는 이게 전부”라면서 “4개 모두 피처폰이다. 스마트폰은 현재 매장에 제고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중고 스마트폰의 경우 물량을 확보하기 너무 어렵다. 매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한 달에 1~2개가 전부다. 그나마 그마저도 들어오자마자 팔리기 때문에 중고 스마트폰은 거의 거래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고 휴대전화를 판매한다고 안내까지 돼 있는 매장에서조차 정작 중고 스마트폰은 구매할 수 없었다.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스마트폰은 중고라고 할지라도 가격이 최소 2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 통해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고 싶은 게 소비자의 마음 아니겠느냐”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KT 관계자는 “중고 스마트폰은 ‘재생폰’이다. 기존 고객들이 반납한 단말기를 재가공·생산한 후 품질보증 과정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재고를 확보하는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된 지 이제 막 2년이 넘었다. 약정기간이 끝난 고객들의 단말기 유입이 시작되면 재고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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