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담당기자를 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써온 지도 어느새 2년 가까이 됐다. 사람이 원래 간사한 탓에 이젠 미러리스 카메라의 휴대성에 길들여졌다. 높은 산길을 걸어야 하고 바위나 사다리에 오를 일도 많아 간편한 카메라를 찾다 구입한 것이 바로 파나소닉 루믹스 GF1이다. 그전까지 줄곧 무거운 DSLR(일안반사식디지털카메라)을 써왔고, 또 마지막으론 소위 '원두막'이라 불리는 하이엔드급 캐논1Ds 마크2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작은 손가방에 렌즈3개와 보디가 모두 들어가는 GF1의 매력에 얼른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기능상 한계는 있었다. 야간과 실내 등 어두운 곳에서 촬영 때 낮은 ISO감도가 항상 마음에 걸렸다. 밝은(F1.7) 20㎜ 단렌즈가 있어 어느 정도 이를 보완할 수 있었지만 매번 사용하기엔 화각 등에서 많은 불편함이 따랐다. 화소 수나 동영상 기능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감도가 좋고 센서가 좀 더 큰 보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번에 사용해 본 루믹스 GX1은 GF1의 후속기다. 상급기라고 이름을 붙이기엔 센서 크기 등 중요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기에 후속기라고 하는 게 어울릴 법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가 그렇듯 후속기는 더 나은 성능을 자랑한다.

GX1의 ISO감도는 160에서 1만2800까지 지원한다. 3200부터는 조금씩 노이즈가 낀다. 하지만 1600까지는 무리없이 쓸 수 있다. 이전 GF1에선 800 이상으론 절대로 쓰지 않았다. 같은 감도로 찍어도 사진의 상태가 다르다. GX1의 화상처리 엔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같은 L사이즈에 JPG압축으로 찍었지만 확실히 치밀하다. 그런데 최하 ISO 100이던 것을 왜 160으로 올렸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0부터 시작했으면 더 나은 작업이 가능할텐데.
화소 수도 상급기인 G3(기존 1230만→1600만)만큼 빽빽해졌다. 신문 전면을 사진 한장으로 덮어도 괜찮은 정도다. 루믹스가 자랑하는 빠른 자동초점(AF)역시 여전하다. 풍경을 주로 찍는 여행기자에게 AF속도란 매우 중요하다. 초점을 맞추는 사이 풍경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제품이라 그런지 VARIO14-140㎜, 20㎜ 단렌즈와 궁합이 잘 맞는다. 같은 라인의 7-14㎜렌즈, 그리고 올림푸스의 9-18㎜렌즈와도 좋은 협업을 이끌어낸다. 게다가 이리저리 초점 다이얼을 돌릴 필요도 없어졌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원하는 부분을 찍으면 초점이 맞춰진다. 처음에는 이런 기능이 왜 필요할까 궁금했지만 막상 써보니 꽤 쓸만하다.
솔직히 전동줌이 가능한 14-41㎜ X렌즈는 불편하다. 레버를 밀어 줌을 밀고당기느라 허비하는 시간은 빠른 AF속도로 벌어들인 시간보다 많다. 배터리를 왕창 써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전동줌을 통해 거의 단렌즈만한 크기에 42㎜(1:1 환산시 84㎜)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미러리스의 개발 의도와 맞는다. 돌출된 그립부도 마음에 든다. 있는 둥 마는 둥한 그립에 카메라를 놓쳐버린 몇번의 경험을 통해 그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GX1은 렌즈 군만 어느 정도 갖춘다면 여행.맛집 블로거나 디자이너가 업무용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제껏 기자와 고락을 함께 해온 상처투성이 GF1이 괜히 밉살스레 보이기 시작했다.
이우석기자 demor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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