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이 바로 ‘이체’다. 특히 은행을 방문하거나 금융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지 않고, 매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다른 은행 계좌로 보내는 ‘납부자 자동이체’는 각종 공과금 납부에 자주 이용된다. 하지만 다른 계좌로 돈이 이동하는 데 하루 이상이 걸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초년생 이모(27)씨는 매월 1일, 월급이 들어오는 A통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요금이 빠져나가는 B통장으로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그러다 지난 2일 휴대전화 요금이 미납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크게 당황했다. 분명 A통장에서는 이미 2월29일에 10만원이 B통장으로 이체됐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이 씨는 B통장의 계좌를 확인해봤지만, B통장에는 10만원이 이체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10만원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 씨는 B통장의 은행을 방문해 10만원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은행 직원은 “타행자동이체의 경우 이체 지정일 하루 전 영업일에 자기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며 “돈이 빠져나가는 시간과 다른 계좌로 입금되는 시간사이에 하루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 씨의 A통장에서는 3월1일의 전 영업일인 2월29일에 10만원이 빠져나갔고, B통장에서는 3월1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3월2일이 지나서야 10만원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계좌 간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금융결제원의 정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납부 자동이체 시스템은 자동이체일 전 영업일 오후 6시 이후 고객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은행 측이 별단예금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날 영업시간 이전에 입금하도록 돼 있다. 이 때, 은행은 타행 거래 고객 개인별 입출금액을 하나씩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은행별로 보낼 돈 총액과 받을 돈 총액을 계산해 그 차액만큼만 거래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은행 측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정작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자동이체 지정일이 명정 연휴나 주말에 끼어 있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 자동이체 지정일이 주말과 겹치게 되면, 한 통장에서는 금요일에 돈이 빠져나가 다음주 월요일이 지나서야 다른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게 된다. 3일의 명절 연휴와 겹친다면 5일 이상이 걸리게 된다.
만약 대출금을 자동이체 할 경우라면 두 계좌 간 시간차로 인해 이자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현재 납부자자동이체의 한달 평균 이용 건수는 약 200만여 건 이상으로, 주5일 근무제와 법정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은행 전체로 고객이 부담하는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 측에서는 납부자 자동이체 시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매달 3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자동이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은행 측에서는 자동이체 시 하루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급하면 자동이체 대신 직접 계좌이체를 이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억울해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만이 많아 ‘당일출금·당일이체’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자동이체보다는 직접 출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뒤 입금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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